바느질 수다 - 차도르를 벗어던진 이란 여성들의 아찔한 음담!
마르잔 사트라피 글 그림, 정재곤.정유진 옮김 / 휴머니스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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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때 준비하는 차는 또 다른 역할을 했다. 모두들 차를 두고 둘러앉아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건 바로 '토론'이었다. 이 토론이라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다.
"남 흉보는 일은 말이야.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거야..."

"귀담아들을 필요 없어!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하면 돼. 날 보렴. 나도 꽤나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결혼했는데 결국 이게 뭐니. 이 나이가 되도록 사랑이 뭔지도 모른단다. 사랑은 이성이랑은 거리가 멀거든." "결혼은 도박 같은 거야. 이길 때도 있지만 질 때가 더 많지.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언제나 변수가 생기거든." "맞는 말이긴 해도, 그래도 얼마간은 행복하게 살잖아." "흥, 결혼은 부질없어!"

...유부남이랑 사귀는 건 잃을 게 하나도 없긴 하지만...
...생각해 봐!
때 묻은 와이셔츠, 더러운 팬티, 끝이 보이지 않는 다림질, 고약한 입 냄새, 치질 발병, 독감, 신경질, 그리고 투정... 이런 건 모두 다 그의 마누라 몫이지.

유부남이 애인을 만나러 갈 때는 말이다...
깨끗이 빨아 빳빳하게 다린 옷을 입고, 이에서는 광채가 나지, 입에서는 꽃향기가 나고,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이야깃거리도 넘쳐나지.
그리고 이런 말을 해 주잖아. 당신은 아름답고 지적이오. 그러니까 뭐랄까... 당신이랑 있을 때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당신은 정말이지 귀한 진주 같다고나 할까... 그저 좋은 시간을 보내려는 거지.

사는 게 그런 거다! 어떤 날은 네가 말 등에 타고 있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말이 네 등에 타고 있기도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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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한자리에서 읽어야 하는데, 조금씩 읽다 보니,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거 조차 조금씩 사라졌다... 복재된 부분, 이미지만 남아 원래의 것은 사라져 복사된 부분만 남아 있다. 그래서 머리속에 남아있는 게 진짜인지 아닌지 모른다. 우리는 존재하는데 나의 이미지와 복제된, 모사된 무언가로 투영되고 타인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면, 상품을 소비하고 있는 우리가 메이커를 찾는 이유는 그 이미지에 종속되고 편승되기 위하여, 인간에게서 사라짐의 문제는 완전 없어지는 자연의 멸종과는 다르고, 인간만이 사라짐의 방식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분명 여기 있는데, 타인은 나의 이미지를 보고 나로 알아 본다는 거, 나의 수많은 이미지가 난무하고, 나는 분명 여기 존재하지만 사라지고 없다는 거, 그래서 인간의 사라짐은 예술이라고 말하고 있다... 도무지 어려워(?), p99~101까지의 옮긴이의 말을 읽는 순간 이해가 되었다.

 

"따라서 인간이 사라져버린 세상에 대해 말하자. 사라짐의 문제이지 고갈, 소멸, 또는 몰살의 문제가 아니다. 자원의 고갈, 종의 멸종은 물리적 과정이거나 자연적 현상일 따름이다. 바로 거기에 차이가 있다. 인류는 분명 자연 법칙과는 아무 상관없는 특수한 사라짐의 방식을 발명한 유일 종이다. 어쩌면 사라짐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p13)" 

 

낯선 단어 "시뮬라크르(p67)"를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장 보드리야르로 찾아 봤다. 보드리야르는 그의 독창적인 이론인 '시뮬라시옹(simualtion)'을 통해 포스트모던 사회의 본질을 꿰뚫었다. 실재가 실재 아닌 파생실재로 전환되는 작업이 시뮬라시옹(simulation)이고 모든 실재의 인위적인 대체물을 '시뮬라크르(simulacra)'라고 부른다. 그에 의하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은 다른 아닌 가상실재, 즉 시뮬라크르의 미혹속인 것이다. 현대인의 일상을 소비로 해부한 그는 현대인이 물건의 기능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위세와 권위, 즉 기호를 소비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대사회는 모사된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는 복제의 시대’라고 정의한 그의 이론은 철학 뿐 아니라 미디어와 예술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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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에 대하여
장 보드리야르 지음, 하태환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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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우리는 사라진 모든 것-제도, 가치, 금기, 이데올로기, 신념-이 계속 은밀히 살아가면서, 음험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고대의 신들이 기독교 시대에는 마귀의 형상을 취했듯이 말이다. 사라진 모든 것은 우리의 삶에 미세하게 스며들어 있기에, 흔히는 드러내 놓고 우리를 지배했던 권위보다 더 위험스럽다. 관용과 투명성의 우리 시대에, 금지와 통제, 불평등은 하나씩 사라진다. 그러나 그건 정신적 영역 속에서 더 잘 내재화되기 위한 것이다. (33쪽)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무제한의 기술 발전 덕분에 모든 것이 실재성의 과잉으로 인해 사라지게 되면, 인간이 자신의 극단적 가능성에까지 갈 수 있게 되면, 인간은 바로 그 때문에 자신을 추방하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살아 있는 존재의 속성은 자신의 가능성을 극단까지 밀어붙이지 않는 것이다. 반면 기술의 본질은, 전체에 대해, 그리고 전체에 반대하여 자신의 가능성들을 철저히 전개하고 불태우는 것이다. 그 전체 속에는 조만간 자신의 사라짐을 내포하고 있는 인간도 포함된다. 어떤 점에거 현실의 최고 단계인 완벽하게 객관적인 세계로 인도하는, 이 저항할 수 없는 과정의 최후에 이르면, 더 이상 그 세계를 바라볼 주체도 없고,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세계는 더 이상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우리의 재현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게다가 더 이상 가능한 재현도 없다. (45쪽)

세상을 세밀하게 직관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세상의 의미와 외양들을 모두 헤아릴 능력이 없기 대문에, 그걸 보충하기 위해 시리즈적이고 디지털적인 이미지는 엄청난 자가 증식을 통해 그 공허를 채워 나간다. (71쪽)

모든 과학은 세사오가 인간 자신으로부터 인간의 멀어짐과 사라짐의 대가로만 만들어질 수 있다. 인간의 지식과 기술의 발전은 이렇게 인간적인 것의 제거, 인간이라는 주체의 제거, 그리고 물론 신의 제거의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적인 것들의 사라짐과 함께 공허가 시작된다. 의미와 가치의 사라짐, 인간적 재현의 사라짐이 있고, 사라지면서만 탄생할 수 있는 객관적 현실, 그리고 인간이 있다. 존재는 사라짐이 없이는 생각될 수 없다.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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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은 에브리데이와 마찬가지로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그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지난 날을 돌아보며, 외롭고 쓸쓸함 속에서, 후회를 하고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노년에 혼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젊었을 때 인생의 소중함을 그때 알았더라면, 아버지가 에브리맨이라는 보석상으로 사람들의 인심을 얻고, 자식들에게 남겨 줄 무언가를 이룬 거에 비한다면, 주인공 그는 자신의 욕망으로 지나 온, 한 때의 황홀했던 추억을 되새기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죽음을 옆에 두고 "한때는 나도 완전한 인간이었는데(135쪽)"를 중얼거린다. 결국 이렇게 죽음을 기다리게 되는 거지만 "미리 알 도리는 없다(167쪽)"는 거, 내가 누군가를 애도하듯, 누군가도 나를 애도 할 것이라는 거... 평범함 속에 귀한 것이 들어 있고, 평범함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각자의 몫인 거 같다. 어느 순간 치열한 삶이 슬픔으로 바뀌는 노년은 누구에게나 올 것이고, 죽음 또한 누구나 겪게 된다. 주인공의 이름이 없는 '에브리맨'은 우리 모두를 대표하고, 각각의 우리다. 우린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가면 된다.(191쪽)" 우리가 일하는 평범한 매일이 결국에는 우리의 삶이 되니까. 꼭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힘이 아주 없을 때, 가장 큰 후회가 밀려오고, 죽음을 앞두고 잘 살았다고 큰소리칠 사람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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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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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느 장례식보다 더 흥미로울 것도 덜 흥미로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가장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빠졌다는 점이었다. 몇 분이 안 되어 모두 가버렸다. 지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우리 종(種)이 가장 좋아하지 않는 활동으로부터 떠나가버렸다. (23쪽)

이 차분하고 분별력 있는 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부모의 이혼으로 생긴 어려움들을 되새기면서 반평생 이상 품고 살았던, 부모의 화해라는 사라지지 않는 환상을 고백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현실을 다시 만드는 건 불가능해." 그는 작은 소리로 말하며 딸의 등을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고, 품 안의 그녀를 살며시 흔들었다.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여라. 다른 방법이 없어." (83쪽)

"통증이 사람을 정말 외롭게 만드네요." 그러면서 다시 허물어지며 그녀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정말 창피해요." "창피할 일 전혀 없습니다." "있어요, 있어요." 그녀는 울었다. "자신을 돌볼 수 없다는 거, 궁상맞게 위로를 받아야 한다는 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런 건 전혀 창피한 게 아니죠." "그렇지 않아요. 선생님은 몰라요. 의존, 무력감, 고립, 두려움..... 그게 다 아주 무섭고 창피해요. 통증이 있으면 자신을 겁내게 되요. 그 완전한 이질감이 정말 끔찍해요."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이 부끄러운 거로구나. 그는 생각했다. 자신도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초라한 거겠지. 하지만 누군들 안 그럴까? 그들 모두 자신이 지금 이런 꼴이 된 것이 부끄러웠다. 나는 안 그런가? 신체의 변화가 부끄러웠다. 남자의 힘이 줄어든 것이 부끄러웠다. 그를 비틀어버린 오류들과 그를 기형으로 만든 충격들-스스로 가한 것과 외부에서 온 것 모두-이 부끄러웠다. (96-97쪽)

"뭐든지 견딜 수 있어." 피비가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설령 신뢰가 깨져도 말이야. 솔직하게 말만 한다면, 그때는 다른 방식으로 인생의 파드너가 되겠지만, 그래도 파트너로 남는 건 가능하단 말이야. 하지만 거짓말이라니...... 거짓말은 정말 경멸스러운 방식으로 값싸게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거야. 다른 사람이 불완전한 정보에 따라 행동하는 걸 지켜보는 거야. 다른 사람이 수모를 겪는 걸 지켜보는 거라고. 거짓말은 아주 흔하지만, 당하는 쪽이 되어보면, 그건 정말 경악스러운 거야. (126-127쪽)

그러나 이제는 수많은 노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점점 줄어드는 과정에 있었으며, 종말이 올 때까지 남아 있는 목적 없는 나날이 자신에게 무엇인지 그냥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할 것 같았다. 목적 없는 낮과 불확실할 밤과 신체적 쇠약을 무력하게 견디는 일과 말기에 이른 슬픔과 아무것도 아닌 것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 결국 이렇게 되는 거야. 그는 생각했다. 이거야 미리 알 도리가 없는 거지.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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