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하게 한자리에서 읽어야 하는데, 조금씩 읽다 보니,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거 조차 조금씩 사라졌다... 복재된 부분, 이미지만 남아 원래의 것은 사라져 복사된 부분만 남아 있다. 그래서 머리속에 남아있는 게 진짜인지 아닌지 모른다. 우리는 존재하는데 나의 이미지와 복제된, 모사된 무언가로 투영되고 타인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면, 상품을 소비하고 있는 우리가 메이커를 찾는 이유는 그 이미지에 종속되고 편승되기 위하여, 인간에게서 사라짐의 문제는 완전 없어지는 자연의 멸종과는 다르고, 인간만이 사라짐의 방식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분명 여기 있는데, 타인은 나의 이미지를 보고 나로 알아 본다는 거, 나의 수많은 이미지가 난무하고, 나는 분명 여기 존재하지만 사라지고 없다는 거, 그래서 인간의 사라짐은 예술이라고 말하고 있다... 도무지 어려워(?), p99~101까지의 옮긴이의 말을 읽는 순간 이해가 되었다.
"따라서 인간이 사라져버린 세상에 대해 말하자. 사라짐의 문제이지 고갈, 소멸, 또는 몰살의 문제가 아니다. 자원의 고갈, 종의 멸종은 물리적 과정이거나 자연적 현상일 따름이다. 바로 거기에 차이가 있다. 인류는 분명 자연 법칙과는 아무 상관없는 특수한 사라짐의 방식을 발명한 유일 종이다. 어쩌면 사라짐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p13)"
낯선 단어 "시뮬라크르(p67)"를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장 보드리야르로 찾아 봤다. 보드리야르는 그의 독창적인 이론인 '시뮬라시옹(simualtion)'을 통해 포스트모던 사회의 본질을 꿰뚫었다. 실재가 실재 아닌 파생실재로 전환되는 작업이 시뮬라시옹(simulation)이고 모든 실재의 인위적인 대체물을 '시뮬라크르(simulacra)'라고 부른다. 그에 의하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은 다른 아닌 가상실재, 즉 시뮬라크르의 미혹속인 것이다. 현대인의 일상을 소비로 해부한 그는 현대인이 물건의 기능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위세와 권위, 즉 기호를 소비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대사회는 모사된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는 복제의 시대’라고 정의한 그의 이론은 철학 뿐 아니라 미디어와 예술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