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동창들을 만나고 와 마저 읽은 글이다. 헌책이 말을 걸어 왔듯이, 우리들은 존재만으로도 빛이 났다. 돌아오는 길엔 가슴이 저렸다. 긴 시간이 흘렀구나... 아깝다... 흰머리, 뚱뚱한 몸, 주름진 얼굴이지만 마음만은 초등생이었다. 어쩜 기억들이 그리 다른지, 저마다 자신의 기억들을 가지고 설왕 설래, 그래도 따뜻한 이야기만 가득했다. 혹, 옛날 그곳에 혼자 있지는 않았는지, 나만 모른 일도 있었는지, 일일히 챙겨가며, 그 흔적들을 하나씩 보듬고 그때는 말하지 못했던 말까지 전한다. 그 긴 세월이 지났어도 마음이 통한 시간이었다. 헌책은 그와 같다. 동창들도 헌책과 같다. 동시대를 살아온 우리들, 우리가 어디에 머물렀던, 어떤 길로 왔던, 동일한 정서가 똑같이 마음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리라.... 오늘처럼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어김없이 1호선을 타고 종로서적으로 달려갔던, 그 때의 책 냄새를 잊을 수 없다. 시집으로 가득 꼽혀있던 그 아랫자락에 앉아 읽었던 글들이 아직도 마음에 흐르고 있다. 마음의 흔적들은 기억이 사라져도 켜켜히 주름져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