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걷다 - 김윤식이 만난 문학 이야기
김윤식 지음 / 그린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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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돌아선 다른 길이란 보통 사람의 길, 평범성이 주는 온갖 기쁨을 향한 은밀하고 애타는 그리움이 그것. 이렇게 성장해 가는 것이 운명이니까. 이렇게 성장해 감이 글쓰기의 정도니꺄. (34-35쪽)

아마도 작가란 자질의 문제. 타고난 것이기에 속수무책인 것.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집중력과 지속성뿐. 이 둘은, 이리 따져도 저리 비틀어도, 육체의 근력에서 오는 것. 이 둘은 결코 재능의 대용품일 수 없기에 어떻게든 견뎌 나갈 수밖에. 그럴라 치면 자신 속에 아주 깊숙이 잠들어 있는 비밀의 수맥과 우연히 마주치기도 하는 법. 이런 행운이란, 거듭 말해, 근력의 힘에서 온 것이 아닐 수 없소. (77쪽)

비평가란 당연히도 해박한 지식을 갖추어야 되거니와 동시에 공감도 그만큼 갖추어야 된다는 것. 문제는 이 `공감`에 있소. 그러한 공감이란, 마음에 없는 것을 참을 수 있는 일반적 무관심이 아니라 각양각색의 것에 대한 활기 있는 기쁨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것.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철학, 심리학, 자기 나라의 전통 등에 해박해야 하지만 각양각색의 것에 대한 활기 있는 기쁨도 있어야 한다고 했을 때, 내 머리를 스치는 것은 비평가란 요켠대 `위대한 인간이다`로 정리된다는 점이외다. (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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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공부하며 소설을 쓴 저자는 선조들이 남겨 준 책을 통해 그 이면에 있는 사람과 글의 맥락을 잘 포착했다. 저자들이 마음 깊은 것을 옮겨 놓은, 그 책을 읽는 이의 마음을 책의 관점으로, 그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이 적혀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공통된 것은 그들의 마음을 누군가가 알아줬다는 점이다. 그 사람이 왜 이 책을 읽으려 하고, 이 책에서 무엇을 위안받고, 위로받으며, 그 책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가.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전달되기까지. 나는 왜 이 책을 집어 든 거지, 일단 책과 사람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가 궁금해서. 그 사람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가 궁금해서. 책의 구조가 신기해서로 시작했지만 내용으로 들어가면 저자의 박학다식한 부분이 부러웠고, 겸손하게 적절하게 정돈된? 표현이 좋았다. 글을 읽는 이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고 있다.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글을 쓴다는 건, 블로그. 카톡. 밴드. 심지어 문자까지. 이 모든 행위는 누군가의 시선에서 출발되어진다. 누가 읽어 주지 않을 때는 무효하다. 읽힘을 당할 때는 이해받기를 바탕으로 한다. 글이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굉장하다. 물론 이해를 많이 하는 사람들과 소통이 가장 많게 된다. 그 많은 소통을 바탕으로 글쓰기가 자꾸만 빈번해지게 된다. 이해받지 못하는 글은 삭제되고 관계에 상처를 주게 된다. 그리고 이해는 관계맺는 이들과의 심리적인 거리와 이어져있다... 이번 주는 댓글때문에 고생했다. 덕분에 얻은 것도 있다. 그리고 연수가서 상담시연을 보면서 달랬다... 참고문헌의 책들을 읽어야겠다. 나름 책을 많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의 책들은 하나도 없다. 부끄럽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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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이면 - 사람을 읽다, 책을 읽다
설흔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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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당시 자신의 분조에서 활동했던 이항복을 유배 보낸 것도 결국 광해군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정충신의 돌쇠 같은 의리는 더욱 빛을 발한다. 그 의리를 남구만은 이렇게 표현한다. "인간의 사악함과 정의, 세상인심의 부침, 무정한 세상인심, 사라지지 않는 공명정대한 논의, 죽어서는 영광, 살아서는 수치, 사람을 알아보는 지혜, 친구들이 인정해준 사실에 대한 보답 등이 모두 다 이 책에 구비되어 있다. 후대에 태어난 군자는 이 책을 보면서 자기 자신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능히 알 수 있을 것이다." (141쪽)

*여기서 `이 책`은 [백사선생북천일록]

소년은 몸을 움직여 그림 왼쪽 상단에 적힌 구양수의 글을 읽어나갔다. "아, 초목은 감정이 없건만 때가 되니 바람에 날리어 떨어지도다. 사람은 동물 중에서도 영혼이 있는 존재이다. 온갖 근심이 마음에 느껴지고 만사가 그 육체를 수고롭게 하니, 마음속에 움직임이 있으면 반드시 그 정신이 흔들리게 된다. 하물며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그 지혜로는 할 수 없는 것까지 근심하게 되어서는, 홍안이 어느새 마른 나무같이 시들어 버리고 까맣던 머리가 백발로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겠다. 금석 같은 바탕도 아니면서 어찌하여 초목과 더불어 번영을 다투려 하는가? 생각건대 누가 저들을 죽이고 해하는가? 또한 어찌 가을의 소리를 한탄하는가? 동자는 아무 대답 없이 머리를 숙이고 자고 있다. 사방 벽에서 벌레 우는 소리만 들리나니 마치 나의 탄식을 돕는 것만 같다." 구양수는 동자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아비는 소년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198-199쪽)

*여기서 그림은 김홍도가 그린 그림, 소년은 김홍도의 아들 김양기

바보도 썩고 수재도 썩지
흙은 아무개 아무개 아무개를 안 가리니까.
나의 책 몇 권은
내가 나를 천 년 후에 증명하는 것. (222쪽)

*이언진이 지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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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에 대하여 이광호 문학평론가가 뒷 부분에 한말을 일부 옮긴다. "삶에는 알 수 없는 시간과 지나간 시간, 돌아킬 수 없는 시간만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물건들, 어떤 이미지들은 그것이 있었던 것만으로 삶의 비밀들을 둘러싼 '있음'의 근거가 된다. 그 시간 속에 등장했던 옷과 가방과 안경이라는 사소한 기호들이 가지는 의미는 해독될 수 없다. 그러면 그것들을 보유하고 있다거나 기억하고 있다거나, 혹은 그것들에 대해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그 삶의 비밀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하나의 방식. (220쪽)"

들다. 쓰다. 신다. 입다. 라는 주제로 소설을 쓴 7명의 소설가들의 옷장을 기웃댔다. 패션과 문학이 만나는 지점, 각각의 패션은 그때의 삶을 지니고 있다. 소설은 그때의 숨길 수 없는 삶을 글로 표현된다. 따로 떼어놓고 보면 보잘 것 없고 의미없는 물건일지라도, 그 사람이 입고 신고 들고 착용하는 순간 그 어느거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삶의 의미가 된다. 그 순간, 그 장소에서 그 누구와 만났던 접점들이 그 사람의 삶이 된다. 그 부분을 쓴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 패션은 그 사람의 삶이고, 그 삶을 표현하는 건 소설가의 몫이지만 다만 은유로 표현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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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로짓 노블 The Closet Novel - 7인의 옷장
은희경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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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한 바퀴 돌아본 다음 처음부터 다시 보고 싶어져야만 성공한 배치라고 생각했다. 한 번 더 보고 싶어진다는 것은 전체 맥락을 이해했다는 것이고, 맥락을 이해한 사람은 전시를 처음부터 다시 보면서 디테일을 찾고 싶어한다. 두번째 볼 때 그림은 더욱 아름답다. (34쪽)

양은 그들의 사랑이 불투명한 도기 주전자에 담긴 뜨거운 청주 같은 것이었다고 의심해야 했다. 한 잔씩 따라 달게 홀짝이다 보면 이윽고 비어버리는 것, 퍼내어도,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술병은 없었다. (65쪽)

겨울은 혹독해. 그리고 끔찍하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길거든, 사실 추위보다 무서운 것은 어둠이야. 어둠과 추위는 사람들을 변하게 해. 슬프고 날카롭게 만들어. 사랑했던 이들은 이별하고, 말이 많던 이들은 침묵해. 도시는 텅 비고, 거리에는 아무것도 없어. 밤은 무한하게 늘어나, 마치 영원 같아. (96쪽)

시간은 지나가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여 사람 마음속 깊숙한 곳을 향해 탑을 쌓는다. 기럭 속에 가라앉은 시간의 끝은 뾰족한 바늘처럼 생겨서 사람들은 날카로운 시간의 기억을 다시 찾지 않을 만한,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숨겨놓는다. 그리곤 어디에 그 시간을 두었는지 잊어버리고선 우왕좌왕한다. 서로 사랑할수록, 서로의 시간이 많이 쌓일수록 그 끝은 심해 한가운데 버려진 바늘과 같아진다. 그 끝은 기억하지 못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왜 상처받고 상처주는지 모른 채 시간은 계속하여 흘러만 간다. 깊은 시간을 나눈 우정도 비슷하다. 우정은 시기와 질투 같은 다른 감정으로 얽히기 쉽다. 가족끼리 대화가 안 되는 이유는 대개 서로에 대한 감정이 먼저 튀어나와서인데, 친구 사이에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165쪽)

이상했다. 처음에는 지키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이 일을 시작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잃어야 그걸 지킬 수 있게 되는 건지 모르게 되었다. 그게, 그러니까 애초에 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이 뭐였지?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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