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에 대하여 이광호 문학평론가가 뒷 부분에 한말을 일부 옮긴다. "삶에는 알 수 없는 시간과 지나간 시간, 돌아킬 수 없는 시간만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물건들, 어떤 이미지들은 그것이 있었던 것만으로 삶의 비밀들을 둘러싼 '있음'의 근거가 된다. 그 시간 속에 등장했던 옷과 가방과 안경이라는 사소한 기호들이 가지는 의미는 해독될 수 없다. 그러면 그것들을 보유하고 있다거나 기억하고 있다거나, 혹은 그것들에 대해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그 삶의 비밀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하나의 방식. (220쪽)"
들다. 쓰다. 신다. 입다. 라는 주제로 소설을 쓴 7명의 소설가들의 옷장을 기웃댔다. 패션과 문학이 만나는 지점, 각각의 패션은 그때의 삶을 지니고 있다. 소설은 그때의 숨길 수 없는 삶을 글로 표현된다. 따로 떼어놓고 보면 보잘 것 없고 의미없는 물건일지라도, 그 사람이 입고 신고 들고 착용하는 순간 그 어느거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삶의 의미가 된다. 그 순간, 그 장소에서 그 누구와 만났던 접점들이 그 사람의 삶이 된다. 그 부분을 쓴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 패션은 그 사람의 삶이고, 그 삶을 표현하는 건 소설가의 몫이지만 다만 은유로 표현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