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서 가장 힘들고, 지치는 건 아마 눈(目)일 거다. 가장 전방위에 위치하고 있으니까. 쉴새없이, 아무런 여과도 없이 눈만 뜨면 무자비하게 들어오는 것들에 머물러 마음과 머리로 보내 생각하고 느끼고, 주로 책과 영화에 관하여 기록한 김영하의 '보다'를 읽었다. 최근 불쾌한 기분을 만드는 일들이 주변인에 의해서 생겼고, 기분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던지, 걷던지, 떠나든지 등등의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다. 산문집은 맛있는 피자집가서 읽었다. 그리고 '카페열한시'에 가서도 읽었다. 아주 커다란, 보통 잔으로 세잔이나 나올만한, 머그잔에 가득내린 맛있는 커피는 새로운 볼거리였다. 이런 발상도. 결국에는 누구의 눈에서 어떻게 보느냐, 오롯히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도 필요하고 기록도 필요하다는 것. 어느 정도까지... 나의 마음에 닿는 거까지, 그때그때마다, 이것이 관건이다. 모든 것에 시선을 두고 있지만 걸러내는 정도랄까. 영화와 책에 국한 된 것을 보다로 여길까. 나에게는 눈을 통한 게 나의 전체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두꺼운 안경을 끼고 있고, 많은 정보로 눈도 침침하고 따끔거리고, 떠날 때는 여분의 안경까지 챙겨야 하고... 나에게는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고, 냄새맡는 오감의 중심은 눈이였던 거다. 눈을 통하여 세상을 체감하고 있다. 김영하는 추후 '읽다'와 '말하다'를 연달아 낸다고 한다. 소설이 더 좋다. 저자의 말처럼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