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자신이 태어난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존재야. 죽어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존재지. 태어난 자리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늙고, 병들고, 조용히 죽음을 맞는 존재......태어난 자리와 죽는 자리가 같은 존재." (34쪽)
"이 나무들이 이동해온 거리 말이야. 인간이 이 나무들을 태어난 자리에서 천이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데려다 놓은 거야. 생각해봐. 한번 뿌리를 내리면, 뿌리를 내린 자리에서 일 미터도 움직이지 않는 존재가 천이백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날아왓다고 생각해봐. 비행기를 타고 열 시간만 이동해도 시차 때문에 고생을 하면서, 나무가 감당해야 하는 시차는 어째서 생각 못하는 거지?" (35쪽)
이따끔 미호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그려보곤 했다. 그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 대해서. 그건 어머니의 죽음과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미호는 어떤 사람의 죽음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에게 주는 기억들, 순간들이 더 큰 영향을 끼칠 거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미호가 죽음에 고나해 알고 있는 사실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의 죽음이 필연적이라면 평화롭게, 깨끗한 정적속에서 이루어졌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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