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뭔가를 사기 위해 머리 속은 복잡하다. 뭔가를 손에 넣으면 그 물건이 차지하고 있는 그 위치에 편입될 거 같다. 백화점과 개인샵의 발품과 인터넷을 뒤지고 카타로그를 펼치고 심지어 중고품 매장까지 들쑤시고 다닌다. 갓 스물을 넘긴 젊은이들은 상상속으로 '일것이다'로 삶을 살고 있다. 정말로 부자가 되고 싶다. 그래서 그러한 물건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물건들을 손에 넣고 싶다. 그러나 처음부터 부유(浮遊)한 인생은 부유(富裕)할 수 없다. 생각조차 정착되지 못하고 항상 떠돌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되리라고 믿고 싶어, 그래서 현실 속으로 들어왔지만 낯선 느낌과 텅빈 거리, 절대적인 고독, 반복적으로 인생은 흘러간다. 지금 사는 것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 실제로 살고 있는지 조차 구분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예전에, 한때에는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삶을 지탱해 준 적도 있었는데, 그건 추억에 불과할까. 다시 돌아와서, "자, 이제 여기.(138쪽)"에서 또 다시 사물들을 소유하던지, 골동품가게 앞에 머물건지, 벼룩시장을 찾을 건지, 아주 싼값에 희희낙락할 건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사물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여유가 있어야 하고 그 사물을 소유했을 때는 또 다른 사물을 갖으려고 애를 쓰게 된다. 가난한 청춘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 사물들을 갈망하는 이야기다. 어릴 때 학교에서 녹음기, 사진기, 냉장고, 공부방 등등을 손들게 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그러한 물건이 부의 상징이었으니까. 또 전집류의 책을 가득 꽂아 두었던... 지속적으로 책을 사고 있는, 읽는 속도에 비해 차고 넘치는 책은 나에게서 뭐지. 이루지 못한 소망을 투사하는 걸까. 내가 가고 싶은 자리에 갈 수 없는 미완의 소망을 대체해 줄 수 있는 게 나에겐 책일까. 또 옷과 가방과 신발 등등은 뭐지... 나에게서 사물들은 필요보다는 자랑에서 바라봄, 이제는 자기만족까지 온 정도일까... 사물이 가진 지위가 있다. 사물이 드러내고 있는 아우라에 현혹되지 않도록, 금방도 지름신에 좌우 될 뻔 했다. 아직도 한참이나 부족하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그날까지... ps. 영화 윈터슬립보면서, 아무리 포장해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우아한 모습은 작은 돌멩이조차 막을 수 없다. 아무리 괜찮은 물건들을 가진다 해도 진짜 마음까지는 바꿀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