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가고 5월이 오는 동안 이책에서 저책으로 몇권을 뒤적뒤적 반쯤 읽은 것도 많이 읽은 것도 그러다가 생일선물로 받은 시집만 용케 읽었다.
마음이 한자리에 있지 못하고 둥둥 떠 다닌 봄날이었다. 그러면서 봄의 시간부터 언젠가 있었던 날 같은. 모든 게 처음인데 겹치고 반복되고 비슷하고. 그래서 기억하고 싶지만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꿈에서 본 것인지. 기시감까지 들었다.
4월 마지막날에는 옥천의 이지당 툇마루에 앉아서 봄햇살을 받고 봄바람에 설렜다.
5월 첫날에는 카페를 오픈한다고 노리다케, 웨지우드, 덴비, 르쿠르제, 로얄코펜하겐, 앤슬리 커피잔과 티팟을 구입했다. 그러면서 어마어마한 비밀이나 되듯, 이 예쁜잔은 누구에게, 이 귀여운 잔은 그녀에게, 저 고급진 잔은 사랑하는 그이에게 커피를 홍차를 뜸뿍 담아 주자. 친밀감에 따라 커피잔이 달라지는 건 아무도 모를거야. 그지그지 하면서 다녔다. 드디어 카페 등록을 했다. 간판도 달았다. 쓱 오픈할 예정이다. 누구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 인생공부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친구도 없는 내가 그 유일한 친구까지 잃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많은 걱정인형들이 있었다.
어린이날은 생일이다. 배려와 싸가지 없는 언니를 동생들이 축하해줬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식구들이 모두 모였을 때 하늘나라 가면 좋겠다 하면서 입원하셨다. 저 지난해도 똑같은 날에 아프셔서 입원하셨는데. 오남매가 모였을 때 꼭 아프시다. 우리보다는 하늘나라와 조금씩 가까와 지시는 아버지다. 당신이 지금 원하시는 건 무엇일까. 무슨 생각이 드실까. 최근 옆집의 80세 상주가 98세 노모를 보낸 이야기를 하면서 80세에 상주하고 싶다고만 말씀드렸다.
이런 저런 일로 각자의 삶을 살면서 모였다가 헤어졌다가 한다. 일상에서도 그렇지만 이생과의 이별도 한다. 지금 이순간 내가 놓치지 않고 잡고 있는 거에, 마음을 두고 있는 거에 집중하려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겠지. 아님, 억지로 떠나 보내야 할 수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마음을 다 잡아 본다.
녹턴에는 사랑의 시작점 [花飛, 그날이 오면]에서 사랑이 끝나는 마침점 [花飛, 먼 후일]이 들어있다. 슬프고 아린 사랑사이에 꽃비만 내리고 있다... 내 마음의 시작점에서 언제일지 모르는 끝나는점, 그 사이를 만남과 이별, 꼭 잡고 있는 것과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것들 사이를 조심조심히 건너고 깊이 깊이 생각하고 말하면서 지나고 있다. 그 사이가 너무 넓기도 하고. 깊기도 하고. 가도 가도 끝이 안보이기도 하고. 그냥 주저 앉기도 하고. 달려보기도 하고. 아무리 애써도 건너지 못하고 돌아가기도 한다. 어떤 일은 시작점에 머물러 있고 어떤 것은 마침점에 가까이 가 있다. 나의 생은 어디쯤에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