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월의 끝자락에 와 있다. 생일이 지나갔다.- 축하해 주는 이들의 면면을 꼼꼼히 드려다 보았다. 부족한 부분들, 나의 바램과는 조금 다른, 그들의 마음을 조금 알 수 있었다. 아빠가 직접 채취한 쑥으로 버무리를 만들어 오신 엄마, 두 분이 역시 최고이시다. 그리고 신경 세포 하나까지 전부 닿고 싶었는데 투둑 툭하고 끊어지는 경험도 있었다.-함께 한 경험이 부족하니 현재에서 소통의 시간과 횟수를 늘이려고 애쓴 점이 어떤 이는 스트레스로, 누군가는 연결점을 넓히는 과정으로, 각자의 불만으로, 그럼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언제든 관계를 끊을 수 있고 편안히 바이바이 할 수 있는 마음으로 놓아 있기로 한다. 그 동안 조금이라도 닿으려고 무지하게 애쓴 내가 너무 안되어 내내 슬프고 우울했다. 결국 누군가를 위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누군가를 위한다는 건 그 사람이 원하는 것에 초점이 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나는? 누가 위해 주는 거지, 음, 부모님...
온 몸과 마음을 다하여 부석사에 말을 건 저자의 글을 읽으며, 부석사가 인간이 아니라서 가능하지 않았을까하는 생뚱맞은 생각까지 들었다. 오래전 다녀 온 부석사의 모습을 끄집어 내기에는 기억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 사과나무가 옆에 있고 올라가는 길이 참 예뻤다 정도,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을 쓰다듬으면서 바라 본 먼 산의 경치도 참으로 좋았다가 전부이다. 보름달을 그곳에서 바라보는 게 정말 최고인데...
그 동안 번역하느라, 헉헉했다. 같이 하는 이의 글까지 다시 수정하느라, 아직도 손 볼 것이 조금 남았다. 어떤 일을 할 때, 수용에 대하여 생각해 보면 개인의 경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점, 적어도 이 정도는 하리라는 기대에서 함께 했지만, 그건 아니였다. 기준이 너무 높고, 성격이 까다롭고 등등으로 자신의 부족을 타인에게 투사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지만, 함께 하는 이는 고마워하고 미안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잘한다는 건 아니다. 조금, 아주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