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숨을 고르고 계단을 살펴본다. 천왕문부터는 계단이 중요하다. 천왕문 위에 있는 계단에서부터 무량수전에 오르는 계단의 갯수가 무려 108개다. 108은 인간의 모든 번뇌를 의미하는 숫자다. 그래서 ‘108 번뇌‘라고 한다. 이것은 곧 108가지 번뇌를 다 내려놓고서야 아미타 부처를 만날 수 있다는 말로, 계단 하나를 올라갈 때마다 번뇌를 하나하나 내려놓으면서 올라가라는 말이 된다. (33쪽)
그래도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다른 건축물에는 다 편액이 걸려 있어 건축물 이름을 알 수 있는데, 왜 이 범종루에는 편액이 없을까? 이름이 없는 건축물은 범종루 밖에 없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정말 궁금하다. (62쪽)
이제 마지막 계단을 올라 무량수전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입구가 참 좁다. ‘걸어 올라갈 수는 있는 건가?‘ 안양루 밑을 통과하면서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거의 열 명 중 절반 이상이 고개를 숙이고 올라간다. 머리가 목재에 부딪칠 것 같으니까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인다. 사실 머리를 숙이지 않고 꼿꼿이 지나가도 부딪치지 않는다. 190cm가 넘는 사람이 아니면 부딪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정도로 키가 크지 않는 사람도 머리를 숙이고 지나간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가? 범종루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건축가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숙여 부처에게 존경을 표하도록 계단을 이렇게 만들었다. 그냥 생각 없이 무량수전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올라가도록 한 것이다.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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