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의 말 - 파리에서, 밥을 짓다 글을 지었다
목수정 지음 / 책밥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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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각기 다른 문몀이 음식으로 만나 서로의 온기와 에너지를 몸 안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들의 음식을 만들며, 그들의 문명 속으로 들어간다. 그 음식으로 새로운 방식의 온기를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한다. (27쪽)

남자들은 앞으로도 부엌에서, 슈퍼마켓의 식품 코너에서 계속 길을 잃겠지만 여자들은 앞으로도 한동안 자신들의 미숙함을 지속할지 모를 그들의 손을 잡아주며 가족들의 몸과 마음의 온기를 지탱하는 역할을 기꺼이 맡을 것이다. 인류는 어쨌든 지속되어야 하기에. (108쪽)

스스로 결정하는 금지는 사람을 축소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자아를 단련시키고 몸과 정신을 유연한 하나의 팀으로 엮는 훈련을 시킨다. 내 몸을 구성하는 성분들을 정치적, 생태적 감각과 이성적 판단으로 결정하면서 나는 나의 길을 만들고, 나를 지휘하는 더욱 주체적인 인간이 된다.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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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정신의 날씨다. 세상일에 대해 당신이 지닌 권한을 너무 뻐기지 말고, 변화의 원동력으로서의 지루함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보라. 생각 주변의 침묵은 전체 생각의 일부다.(110쪽)'

'생각하는 것은 보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113쪽)'

[짧은 이야기들]에 실린 많은 시는 생각에 빠진 사람의 고독을 암시하며, 때로는 허탈한 물리적 참석 혹은 대리인을 암시하기도 한다.(122쪽)'

'[짧은 이야기들]에 겹쌓여 있듯, 카슨의 작품군은 들판, 그리고 공업이 발달한 온타리오의 기원을 반영하는 외과적이며 눈부시게 밝은 이미지의 기층을 계속해서 채굴하고 있다.(123쪽)' 

: 마거릿 크리스타코스


-글이 그림으로 보인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은 보는 것과 관련있다. 짧은 틈새가 많아져서 지루함을 견디지 못할 때 맞춤형인 글들이다. 순간이 모여 인생을 만들고 있는데, 지금 이 순간에 눈에 보이는 것을 확장하여 풀어나가다 보면 어느 듯 '아하'하고 기쁨에 닿게 되리니...


[짧은 이야기들]의 경우, 분명 우연이겠지만, 각 작품들은 이 책의 출판사 이름처럼 벽돌brick을 닮아 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맨 밑바닥이 꽉 차 있지 않은 불안정항 벽돌들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분명 벽돌은 벽돌이다. 그것은 거의 사각형이고, 꽤나 견고해 보이며, 절대 한 페이지 이상을 넘어가지 않는다.(130쪽)'

'무언가 중요한 것이 잘려나가버린 듯한, 하지만 그루터기로 남음으로써만 모종의 진실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한 작은 벽돌들. 카슨이 벽돌을 쌓으며 만들어내는 것은 견고하고 완전한 벽돌집이 아니라 그 벽돌들 사이의 틈과 균열이다.(130쪽)' 

: 황유원


-마음과 머리 속에 켜켜히 쌓여있는 것들, 때론 허술하고 어설프기까지 하다. 그러나 하나씩 아귀를 맞춰나가는 게 삶의 과정이다. 내가 보는 것은 생각으로 엮여지고, 그 생각은 말하는 것들이 된다. 어쩌면 삶의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서 마음과 머리 속의 틈과 균열을 메우는 일을 하다보면... 책을 읽는 일도 그 일부다. 그런데 시간은 나와 무관하게 달아나고, 틈이 없다. 12월도 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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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들
앤 카슨 지음, 황유원 옮김 / 난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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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그것은 인생의 과업이다. -서문 중

배움이 곧 인생이다. 실은 나는 오늘 저녁에 그를 초대하기를 희망한다. 배움은 인생과 같은 색깔이다. 그는 그런 말들을 해댄다. -희망에 대한 짧은 이야기 중

정말 신기한 일이네. 전혀 몰랐어! 오늘이 끝났군. -저녁 9시 30분을 맞이한 거트루드 스타인에 대한 짧은 이야기

나는 잔해만 남겨진 곳으로 여행을 갔다. 그곳에는 약간 열린채로 선 대문 세 개와 망가진 울타리가 있었다. 딱히 무언가 특별한 것의 잔해는 아니었다. 한 장소가 그곳에 와서 추락했다. 이후로 그 장소는 잔해만 남겨진 곳으로 남았다. 그 위로 빛이 떨어졌다. -여행을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짧은 이야기

나는 매일 잠에서 깨자마자 당신을 생각한다. 누군가가 새들의 울음을 공기 중에 보석처럼 박아놓았다. -많이 사랑받는 기쁨에 대한 짧은 이야기

빛light과 조명lighting의 차이는 무엇인가? 렘브란트가 그린 [세 개의 십자가]라는 동판화가 있다. 그것은 땅과 하늘과 골고타 언덕의 그림이다. 한 순간이 그것들 위호 비처럼 쏟아져내리고, 동판은 점차 어두워진다. 렘브란트는 형상으로부터 질료가 휘청대며 기어나오는 바로 그 순간, 당신을 깨워 그것을 보게 한다. -최후에 대한 짧은 이야기

처음으로 빗방울을 헤아려볼 생각을 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는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했을까? 멀리 바다에도 비가 내리고 있다. 그 비는 누구의 머리 위로도 내리고 있지 않다. -비에 대한 짧은 이야기 중

글쎄 내가 궁금해하는 거 알잖아. 그건 엄청 싸잖아 얼른 사자! 하고 외치며 두 팔을 번쩍 든 채 내 인생을 향해 달려오는 사랑일 수도 있어. -비행기가 이륙할 때의 감각에 대한 짧은 이야기

나는 당신이 누군지 알고 싶다. 사람들은 황야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구약성경 내내 하나의 목소리, 신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신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는 아는 목소리가 울여퍼진다. 내가 기다리는 동안, 당신은 내 부탁을 들어주시길.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이 누군지에 대한 짧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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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가 살아 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속했던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농부에서 노동자로, 소상공인으로 살았던 아버지와 살던 곳에서, 고학력의 부유하고도 교양있는 세계로 들어간 내가 아버지의 삶을 객관적으로 아버지와 자신이 살았던 한 세계의 한계와 색채를 그대로 쓰고 있다. 아버지의 삶 자체를 멀리하고 멸시했는데, 자기가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일례로 그들처럼 부드럽게 말하는 어조를 제대로 알아차리기나 했을까... 아버지의 지갑에서 발견한 신문 스크랩 하나는 자신에 관한 것이었다. 아버지의 삶에서 가장 큰 자부심은, 그가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식이었다. 우리는 교육이라는 튼튼한 동아줄로 우리 부모의 세대를 건너 뛰어 넘어 올 수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남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성실하게 부단히 노력하였다. 그가 할 수 있는 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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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리
아니 에르노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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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와 그의 삶에 대해, 그리고 소녀 시절에 그와 나 사이에 찾아온 그 거리에 대해 말하고, 쓰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은 계층 간의 거리, 하지만 무어라 이름 붙이기 힘든 특별한 거리였다. 헤어진 사랑의 그것처럼 말이다. (20쪽)

이 글을 쓰고 있자니 왠지 좁은 길을 아슬아슬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사람들이 천하다고 여기는 삶의 방식에 대한 명예 회복과 이런 작업에 수반되는 소외에 대한 고발 사이에 낀 좁은 길 말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들은 우리의 것이었고, 심지어는 우리의 행복이기도 했지만, 또한 우리의 조건을 둘러싼 굴욕적인 장벽들(<우리 집은 그렇게 잘 살지 못해> 라는 의식)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행복인 동시에 소외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는 이렇게 표현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 모순의 이쪽에 닿았다, 저쪽에 닿았다 하며 흔들흔들 나아가는 느낌이라고 말이다. (57쪽)

우리 식구들은 서로 쥐어짜는 어조로 말하는 것 말고는 다른 대화법을 알지 못했다. 정중한 어조는 외부인들에게만 사용했다. (중략)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예절 바르게 대하는 모습은 내게는 오랫동안 신비로 남아 있었다. 또 나는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난 사람들이 간단한 인사말을 건넬때에도 극히 부드러운 어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어조의 인사말을 듣게 되면 부끄러웠다. 난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이 내게 어떤 특별한 호의를 품고 있다고 상상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결국 알아차리게 되었다. 몹시 관심 있는 듯한 태도로 질문을 하거나, 이렇게 따뜻하게 미소 짓는 것은 입을 다물고 식사를 하거나 살그머니 코를 푸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78-79쪽)

그가 청년에게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예의 바르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이야말로 내 부모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자질이었고, 동시에 가장 얻기 힘든 것이기도 했다. 어떤 노동자가 사위 후보로 왔다면 그가 용감한자, 술은 마시지 않는지 따위를 알려고 했겠지만, 내 친구에겐 그러지 않았다. 지식과 예의 바름은 내적인 탁월함, 즉 생득적인 탁월함의 표시라는 깊은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몇 년 전부터 고대해 왔던 무언가가 이루어진 거였는지도, 큰 걱정을 하나 덜게 된 거였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내가 아무나 취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어울리지 않는 사내와 결혼한 여자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저축한 돈으로 신혼부부를 도울 수 있기를 바랐다. 자신과 사위 사이에 놓인 교양과 힘의 간극을 그저 한없는 베풂으로써 보상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린 더 이상 별로 필요한 게 없어.‘ (106-107쪽)

내가 부유하고도 교양 있는 세계에 들어갈 때 그 문턱에 내려놓아야 했던 유산을 밝히는 작업을, 난 이제 이렇게 끝냈다. (125쪽)

그는 나를 자전거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 주곤 했다. 빗속에서도 땡볕 속에서도 저 기슭으로 강을 건네주는 뱃사공이었다. 그를 멸시한 세계에 내가 속하게 되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의 가장 큰 자부심이료, 심지어는 그의 삶의 이유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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