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5 소설 보다
강보라.성해나.윤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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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받은 번역 대본을 읽으며, 이 연극이 자신이 생각하는 배우의 일 -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 -을 완전히 거스르는 작업이라는 걸 깨달았다. (16쪽)

어쩌면 소설을 쓴다는 건 무심결에 흘려보낸 기억의 틈을 더듬더듬 메우는 일인지도요. (61쪽)

아주 좋은 사람들. 그의 말을 나도 미온하게나마 수긍했다. 여기 모인 이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 같았다. 대가 없이 호의를 베풀고 수고를 마다 않고 마음까지 내어주는 온정 넘치는 이들이었다. (101쪽)

이해의 온기를 보여주는 순간, 바로 그 이해의 얄팍함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요. 무언가를 이해한다고 믿는 순간이 몰이해의 결과일 수도 있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절망하는 순간이 이해의 결과일 수도 있겠습니다. (115쪽)

하늘이 너무 아름답잖아. 너무 아름답거나 너무 자연스러운 것들은 좀 수상해. 이유를 알면 수상함이 풀려? 흠, 꼭 그렇지는 않아. (152쪽)

슬픔이나 분노, 사랑, 질투, 부끄러움, 죄책감과 같은 마음에는 모종의 불편함이 앞서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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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이 전혀 맞지 않는 친구 '카츠'와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한 좌충우돌한 사연을 읽으면서 상쾌, 통쾌, 유쾌까지 했다. 남의 위험과 고난에 대하여 이렇게도 웃어도 되나,할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그러나 자연을 대하는 자세와 삶의 태도를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게 한다. 트레일은 삶의 여정과 유사한 거 같다. 가는 길에는 잘 맞는 친구가 있을 수 있고, 싫은 사람과 피하고 싶은 이를 만날 수 있고, 선택해야 하는 여러 갈래의 길과 위험이 도사리는 길도 있고, 의도와는 달리, 다른 환경과 결과들이 생기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예상하든,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경우의 수가 도처에 숨어 있다. 그러나 목적지까지는 언제나 과정이 있는 법이다. 어쩌면 삶이란 나의 선택이 아니라 그냥 살아내야 되는 것임을, 중단과 포기를 수용하면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 담백하게 담담하게 진솔하게, 성공한 완주가 아니어서 더 좋았다. 

유명한 등산가 조지 맬러리가 한 말이 떠오른다. 산을 오르는 이유는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른다... 그 곳에 있기에 가야 하고, 그 곳에 있기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 이게 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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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 개역판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까치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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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숲은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 (중략) 말 그대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거기에서는 당신에게 일어날 수가 있다. (19쪽)

수개월 동안 이 날을 위해서 기다려왔던 것이다. 저기에 무엇이 있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59쪽)

숲은 어느 공간과는 다르다. 무엇보다도 입체적이다. 나무들은 당신을 에워싸고 위에서 짓누르며 모든 방향에서 압박한다. (중략) 술은 거대하면서도 특징 없는 게다가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들은 살아 있다. (74쪽)

나는 살다 보면 지구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들과 얼마간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는 것이 신의 섭리라는 것을 안다. (84쪽)

발로 세계를 재면 거리는 전적으로 달라진다. 1킬로미터는 꽤 먼 길이고, (중략) 그리고 삶 역시 굉장히 단순하다. 시간의 의미는 멈추었다. 어두워지면 자고 날이 새면 일어난다. 그 중간은 그냥 중간일 뿐이다. (중략) 이젠 어떤 약속이나 의무, 속박, 임무, 특별한 야망도 없고 필요한 것은 눈곱만큼도 없다. (중략) 서두를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당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또 멀리 걸었어도 당신은 항상 같은 시간과 장소에 놓인 존재일 뿌니다. 숲이다! 어제도 거기에 있었고, 내일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광대무변한 하나의 단일성! (112-113쪽)

함부로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야성 그대로인 그 숲은 대책없는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거기서 죽고 싶다. (174쪽)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찔끔거리지 않고 계속 꾸준히 정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생긴 것이다. (274쪽)

미국에서는, 제기랄, 아름다움은 차를 몰고 가야 마주칠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고 자연은 양자택일적 제안-탁스 댐이나 수많은 다른 곳에처럼 성급하게 정복하려고 하거나 애팔래치아 트레일처럼 인간과 동떨어진 곳으로 신성시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어느 쪽이든 사람과 자연이 서로가 이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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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뜨개를 알게 되어 수 시간을 뜨개하였는데, 저자가 말한 '들뜸'의 기분을 다시 한껏 누렸다.

저자가 뜨개에 입문하고 한땀씩 과정을 적어나간 글에서 나의 지난 모습을 보았다. 뜨개인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끄덕 할 내용들이 가득하다. 그 간의 수도 없이 셀 때마다 틀린 콧수, 공포의 푸르시오가 압도적으로 밀려오지만, 그럼에도 완성작을 볼 때, 내 맘대로 만든 결과물을 볼 때 하나의 작품 같았던 기억이 났다.

뜨개를 멈춤하였는데, 허즈번이 위스키와 와인을 수집하면서, 알록달록 뜨개실이 들어 있는 공간을 비워줘야 했다. 이렇게 많은 뜨개실이 있다니, 요즘은 실 파먹기 중이다.   

이 참에 나의 뜨개도 정리해 보면,

뜨개를 knitting(대바늘), crochet(코바늘) 중 무엇으로 할까에서, 바늘 굵기를 정한다. 대바늘은 줄 바늘을 사용하고 소매는 장갑 바늘을 사용한다. 코바늘은 실을 더 가는 걸 사용해야 한다. 대바늘의 두배가 들어간다.

뜨개바늘도 셋트부터 낱개의 바늘까지, 심지어 작은 줄바늘은 소매가 두개라고 호수별로 각 두개씩이다. 쇠바늘보다 나무바늘을 더 선호한다. 사각사각 소리가 좋다. 기타 장비는 마커, 가위, 줄자, 게이지자, 와인더까지 있다. 여기서 예쁜 마커와 가위가 압도적이다.

뜨개실도 색상별, 용도별로, 이거 저거 구매한 게 어마했다. 주로 매듭 만들기 싫어 콘사를 사용한다. 

뜨개 도안은 유명한 Ravelry(회원가입도 쉽고 써칭도 편리함, 이 사이트 명을 어떻게 읽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저자가 '라벌리'라고 하니, 이제 나도 정했다)와 Yarnspirations를 주로 이용한다. 

뜨개 책도 몇 권 샀다. 도안은 서술형과 차트형에서, 그림은 눈이 나빠 보기가 어렵고 글로 씌여진 서술형이 좋다. 그래서 라벌리 도안이 좋다.   

하지만 나는 게이지와 스와치는 내지 않고 실이 알려주는 게이지로 계산하여 코를 만든다. 도안책은 바늘크기를 바꾸거나 실의 굵기를 조정하여 뜨개를 한다. 핏하면 핏한대로, 오버핏은 오버핏대로 그냥 입던지, 그 옷에 맞는 이들에게 선물로 준다.

뜨개에는 바텀업과 탑다운이 있는데, 주로 탑다운을 이용한다. 콧수를 적게 잡아서 몇 번이나 세는 것을 줄일 수 있다. 하나의 통으로 뜰 수 있고, 조각내어 연결하기도 하는데, 연결이 무척 어려워 연결하고 나서는 쿠션으로 남는 경우가 몇 개나 있다.

코를 잡을 때도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long tale cast on을 주로 사용하는 데, 코 잡는 실을 가늠하기가 내게는 어렵다. 많이 남는 게 싫어서 몇 번을 코 잡는다. 그리고 바텀업 옷을 뜰 때는 tubular cast on, 탑다운 목둘레와 cuff down 양말은 german twisted cast on을 이용한다. 그리고 스웨터와 가디건, 양말뜰 때 꼭 필요한 wrap&turn, german short row를 적용한다.

뜨는 방법은 메리야스뜨기, 짧은뜨기, 긴뜨기가 기본이 되면서 다양한 무늬를 변주곡처럼 넣어 주면 된다. 정말 무늬가 다양하고 창의적이다. 

그런데 두 개를 동일하게 떠야 하는, 소매와 양말 같은 부분이 싫다. 코수도, 단수도, 수 번을 세어야 동일해지니, 이게 단점이다. 그러나 두 팔이 있어야 뜨개를 할 수 있으니,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해야 한다.

마무리에서 돗바늘을 이용하면 마지막 코로 갈수록 바늘에 걸린 실이 흐늘해져(?) 별루였다. 덮어씌우기 마무리는 너무 쫀쫀해져, 나는 주로 코바늘을 이용하여 나름대로 느슨하게 마무리한다.

그런데 뜨개를 하다보면 문어발이 된다. 스웨터, 가디건, 양말 등등이 바늘에 걸려 진행 중에 있다. 

뜨개인들이 모여서 함께 뜨는 함뜨, 뜨개의 초보자 뜨린이, 뜨개에도 권태기가 있다면, 뜨태기 등의 말도 있다.  

털실은 조금씩 날리고, 중독이니 계속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이 실을 어떡할거야, 팔기에는 너무 아깝다. 실을 고르기까지 많은 고민과 과정이 떠오르니, 암튼 느리게 떠 볼 예정이다. 정말 이 실을 다 소모하면 그만둘거야, 다짐한다.

저자가 말한 뜨개에서 아쉬운 점, 칼로리 소모가 없다에 동의한다. 또한 시력이 나쁘고 손목이 얇은 나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저자처럼 침대 아래로 실이 굴러갈 때 코어에 힘을 주고 허리를 숙여 실을 줍는 데 얼마의 칼로리가 소모될까마는, 뜨개에서의 좋은 점이 훨씬 많다. 감정 정리와 안정감, 창의력, 성취력 등등으로 도움이 된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 시간, 그 많은 돈, 그러한 노력을 들여 기성복을 사입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그러나 뜨개라는 행위는 감정, 이성, 정과 동적인 복합적인 활동이다. 지금 내가 살아 있음을, 잘 살고 있음을, 행복하다를 가장 잘 확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글을 읽다 보면 저자의 행복한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녀의 느낌을 몇 십분, 수 백분 이해하고도 넘치게 된다. 나 또한 행복해진다. 

그래도 과하면 안된다. 잠시 뜨개를 끊은 이유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추신)공효진이 입은 보디 가디건을 보고 뜬 옷을 자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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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는 우리를 들뜨게 하지
바나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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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뜨개를 하는 사람은 다소곳하거나 여성스럽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또한 과거의 내가 그랬듯이 뜨개는 지루하고 촌스럽다는 편견 역시 깰 수 있길 바란다. 뜨개는 그런 것이 아니다. (10쪽)

나는 니터의 첫 번째 덕목은 무엇보다 숫자를 잘 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미스터리다! 셀 때마다 콧수가 달라지는 경험을 꽤 많이 했다. 정말 미스터리다! (21쪽)

뜨개뿐만이 아니라 모든 취미가 그렇겠지만, 취미에는 돈이 꽤 많이 든다. 뜨개실은 저렴한 실부터 고가의 실까지 가격대가 매우 다양하고 어떤 실로 뜨개를 하냐에 따라 들어가는 돈은 천차만별이다. (97쪽)

바로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는 행동으로 마음이 차분해지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뜨개는 요가와 비슷하다. (중략) 뜨개를 할 때 실제로 몸에서는 항우울제인 세로토닌을 방출해서 우울감 완화와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중략) 하지만 뜨개에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으니 그건 바로 칼로리 소비는 없다는 것이다. 전혀, 전혀 없다. (102-107쪽)

하지만 가끔 뜨개를 하다가 실이 침대 밑으로 떨어지면 운동 아닌 운동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코어에 힘을 주고 상체만 길게 늘어트려 실을 줍는다. 이건 좀 그래도 코어 운동이지 않을까? (186쪽)

다시는 충동적으로 캐스트온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하지만 캐스트온은 사채 같다. 빌릴 땐 기간 안에 사채 대금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돈을 빌리면 빨리 빨리 갚기가 싶다. 과연 문어발을 모두 청산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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