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받은 번역 대본을 읽으며, 이 연극이 자신이 생각하는 배우의 일 -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 -을 완전히 거스르는 작업이라는 걸 깨달았다. (16쪽)
어쩌면 소설을 쓴다는 건 무심결에 흘려보낸 기억의 틈을 더듬더듬 메우는 일인지도요. (61쪽)
아주 좋은 사람들. 그의 말을 나도 미온하게나마 수긍했다. 여기 모인 이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 같았다. 대가 없이 호의를 베풀고 수고를 마다 않고 마음까지 내어주는 온정 넘치는 이들이었다. (101쪽)
이해의 온기를 보여주는 순간, 바로 그 이해의 얄팍함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요. 무언가를 이해한다고 믿는 순간이 몰이해의 결과일 수도 있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절망하는 순간이 이해의 결과일 수도 있겠습니다. (115쪽)
하늘이 너무 아름답잖아. 너무 아름답거나 너무 자연스러운 것들은 좀 수상해. 이유를 알면 수상함이 풀려? 흠, 꼭 그렇지는 않아. (152쪽)
슬픔이나 분노, 사랑, 질투, 부끄러움, 죄책감과 같은 마음에는 모종의 불편함이 앞서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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