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서가
신순옥 지음 / 북바이북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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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인한 한 사람의 부재를 상상하는 일은 현실에서 그 사람의 부재를 겪는 것과는 전혀 다르며, 상상만으로는 극단적이고 무자비한 현실의 부재를 도저히 맛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20쪽

어린이는 언제나 욕망함으로써 현재하는 어떤 것을 지닐 수 있다고 한다. -73쪽

당신이라는 사람이 이토록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존재였을까. 살아서 우리가 일군 삶이랄지, 사랑이랄지 하는 속성들이 죽음 앞에서 이렇게 공空으로 돌아가고 속수무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의 부재가 당신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자꾸 캐묻게 한다. -111쪽

동심은 어린이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심성이어서 어른 또한 마땅히 간직해야 할 마음의 자락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동심을 돌볼 여유를 갖지 못한다. 현실리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동심의 세계는 "눈은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 차고 마음음 희망과 꿈으로 채워"지는 세계이다. 또한 동심은 봄과 같아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름"다운 것이며, "눈 깜짝할 사이에 추억이 되어 버리고"마는 성질을 지닌다. -201-202쪽

너무 오랫동안 아이들의 가슴에 묻어 둔 '아빠'라는 단어를 불러보게 했다. 딸아이는 '아빠'를 열다섯번을 부르고 나서 또 열 번을 불렀다. 그런 다음 "아빠, 우리 찾아올 때는 바람으로라도 와야 해. 아빠 꼭 한번만 와. 응?" 하고 적었다. 아들 녀석은 "아빠, 잘 지내고 있죠?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로 편지를 시작했다.-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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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맘대로 하고 싶었다. 아무리 가감승제를 해도 오롯히 순수한 인간 그 자체로만 남는 사람, 그렇게 좋은 사람을, 그래서 타인에게 양보하기 싫었고 그 마음을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내 마음은 불타올랐다. 내뜻대로 안되는 사람의 마음을 억지로 가지려 했고, 그 과정에서 나를 많이 망가뜨리고 타인의 마음은 아프게 했다. 내 뜻대로 안되면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모른다. 타인과 꺼끄로운 관계로 자꾸 미끄러지는 것을, 겨우 눈치챈 건 타인의 마음을 완전히 내것으로 하려는 데 있는 거 같다. 나에 대해서는 변화지 않고 그 상태로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부모자식관계에서도 이건 힘든 일일게다. 순간순간 제대로 소통을 하지 못한 결과다...

2. 소통을 하면서 함께 길을 걷는다는 것, 그것도 아주 느리게, 행복의 방향으로 같이 나아갈 수 있는 동행이 있다는 건, 개인에게는 무한한 축복이다. 그들이 다닌 곳 중에서 안동부분을 먼저 읽었다. 그곳에서 한참을 살았던 내가 바라보는 시선과는 달랐다. 종속적인 상황같지만, 우리는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고 보살펴주는 것으로 이해하며 자랐는데, 그건 구속(?)하여 그 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바라볼 수 있음을, 관념적으로 추상적으로 이해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또한 애정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래서 어떤 말을 들을 때는 다소곳이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공감해야 한다. 듣기에 불편한 말일지라도 그만큼의 애정과 안타까움이 있을때에야 가능하기 때문이리라. 마음맞는 사람과 동행하는 이가 제일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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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 - 삶의 속도를 선택한 사람들
김남희.쓰지 신이치 지음, 전새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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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나를 비롯한 일본 마을의 주민들이란! 성급하고 기다릴 줄도 모르면서 도리어 기다림을 아는 사람을 소극적이라느니 시대에 뒤떨어졌다느니 멸시한다. 하지만 우리야말로 앞으로만 쏠려 있는 사람들이며, 부탄 사람들은 앞뒤를 잘 살피며 미래와 과거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도 그런 이들이 이 지구상에 남아 있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틀림없이 인류학자들이 나를 비난하리라. 과거를 미화하고 오만한 시선으로 미개한 문화를 낭만적으로 그려내려는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어쩌면 나는 부탄의 마법에 빠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들 어떠리. 아직은 잠시라도 마법에 빠져 살련다. -13쪽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은 몸을 써야만 얻을 수 있다. 그 불편함이 이상하게도 살아 있음을 실감케 한다. 분명 내 삶은 일상의 자잘한 노동에서 해방되었지만 그래서 더 행복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못하는 무기력해진 몸을 떠안게 된 게 아닐까.-37-38쪽

하지만 기계가 아닌 몸을 써서 수많은 일을 해야만 하는 이 동네 사람들이 "바빠죽겠다"거나,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듣지 못했다. 더 많은 것, 더 빠른 것, 더 큰 것, 더 좋은 것을 바라기 때문에 우리는 늘 '현재'를 저당잡혀 살아가는 게 아닐까.-47쪽

그리고 열심히 했으나 원하는 결과를 못 냈을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역시 최선을 다하지 못했어. 이건 내가 부족한 탓이야. 다름엔 좀더 열심히 해야지."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에 매달려 우리는 가지 안으로만 몰입해간다.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 자체에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긍정교'의 순진한 신도가 되어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간다. 이런 삶을 자유로운 삶이라고. 내가 선택한 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속도와 생산성, 효율을 우선히하는 이 체제를 견디지 못해 병에 걸리고 만 정신장애인들은, 우리가 잘못 나아간다는 걸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79쪽

"시간이 없어서....."라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찾지 않을 물건을 갖기 위해 과도한 노동으로 자신을 몰아넣는 욕망을 제어할 수 있다면, 다른 일에 집중할 시간을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굳이 간디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한 개인의 온전한 발전이 없이는 평화로운 사회가 불가능할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중심에서 떨어져나와 밥벌이가 가능할 정도의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 자신을 정서적으로 고양시키는 취미활동을 하며 조금은 가난한 방식으로 살아갈 수는 없을까. 삶의 장소를 바꾸는 일이 선행된다면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일이 더 쉬워질지도 모르겠다.-110쪽

이렇게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필요로 하는 전통이 원형대로 지켜져야만 하는지에 대해. 다른 방식은 없는 걸까. 하지만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다. 한옥의 아름다움을 예찬하지만 겨울의 추위를 견딜 자신이 없고, 한복의 색과 선을 곱다 여기지만 그 불편한 옷을 입고 돌아다닐 자신은 없으니. 나는 여전히 여행하는 사람으로, 이방인으로, 전통문화를 들여다볼 뿐이다. 당연히 내 시선도, 애정도 지극히 표피적이고 제한적이다. 나와 전통적 삶 사이의 화해는 그렇기에 위태롭고 피상적이다. 진정한 화해는 그 가치의 일보라도 내 삶에 구현하며 살아갈 때에에 이루어질 것이다. -166쪽

같음과 다름. 근사성과 이질성. 가까움과 멂. 내 안에서조차 공존하는 이 이항대립이 나를 찢어놓는 동시에 나를 치유한다. -179쪽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고통받는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 타인의 고통을 나눌 수 있는 공감의 상상력이 나에게 있는지를 묻는 존재. 그들이 제일교포다. 타인의 아픔에 공명할 수 없다면 지금껏 내가 겪어온 고통과 그로 인한 상처는 도대체 어떤 의미인 걸까.-194쪽

자연에 둘러싸여 있지만, 생명을 서로 거두는 자연의 삶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세계. 어쩌면 다른 생명을 무참히 배제한 그런 음식을 먹으며 살기 때문에 우리의 삶도 이렇듯 좁고 편협한 세계에 머무는 게 아닐까. -203쪽

아름다운 길을 걷기 위해 멀리서 찾아와 남의 밭작물에 그리도 쉽게 손을 대는 도시 사람들도, 긴 싸움 끝에 끝내 길을 변경시키고 만 마을 사람도 안쓰럽기만 하다. 결국 우리는 모두가 마음이 급한가보다. 길릉 만드는 이도, 길에 깃들어 사는 이도, 그 길을 걸으러 내려오는 이도, 모두가 서툴고, 조급하고, 자신의 처지를 앞세운다. 불편함을 조금씩 감수하고, 서로를 배려해 모두에게 위안이 되는 길을 만드는 건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보다......

어떤 길이 모두에게 위안이 되는 공간으로 남기 위해선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필요하다.-230-231쪽

"우리는 어차피 소수이고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 거야. 이 세상은 어차피 다수에 의해 망가지겠지. 하지만 우리가 다양한 대안을 모색한다면 세상이 무너져 다수가 다급하게 답을 찾아야 할 때 우리가 만든 대안 중에서 하나의 답이 나올 수도 있겠지. 그때까지 우리는 지속적으로 대안을 만들어가야만 하고, 다만 그 과정이 무척 즐거워서 대안이 필요해지는 그 순간까지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중요하지."-274쪽

바깥을 핑계대지 않고 내면을 일구어가는 것. 내 삶이 작은 대안이 될 때. 큰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290쪽

스스로 되고 싶은 존재가 되세요. 삶을 통해서 찾아내세요. 그 길에서 여러분을 기다릴 문제와 어려움을 환영하십시오. 쉽게 살기를 기대하지 마십시오. 어려움을 통과하지 않으면 강해질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지닌 창조력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이니 문제가 생겼을 때 행복해하십시오. 여러분은 혁명가입니다. 세계를 변화시키는 법은 자기 자신이 변화시키고 싶은 세계가 되는 것입니다.-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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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를 다녀왔다. 바다만 보는 것으로도 만족했다. 그림같았다. 내가 정지한 곳을 액자에 그대로 넣으면 되었다. 수십 점의 그림들을 가득 담아 왔다. 그 예쁜 바다를 두고 오기가 아까웠다. 내것도 아닌데... 눈을 감고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고 누구와 이어져 있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무엇을 했는지를 잔잔하게 풀어 놓은 글을 읽었다. '우리 얼마나 함께'라는 책 이름 뿐 아니라 목차의 문장도 예쁘다.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더 따뜻하고, 더 간절한', '당신이 와서야 파란 하늘이 생겼다', '사랑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그해의 함박눈', '이토록 행복한 사람', '누군가에게 무엇이 될 수 있다면', '극진한 사랑은 아마 사람의 추위 속에서 완성된다', '여유는 향기로 남고', '피부로 통하는 대화', '봄날의 초록 들판처럼',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오래된 봄의 뒷길', '몸을 기대고 싶은 말'... 각각의 문장을 가지고 나를 드려다 본다. 행복도 슬픔도 아픔도 아득함도 그리움도 다 들어 있다... 남해의 잔잔한 바다가 알려 준 것처럼, 삶은 그렇게 흘러간다. 보이는 것과 보려는 것과 보여주는 것은 전부 다르다... 순간 더 똑똑하게 굴 수도 있었는데, 쓸데없는 자존심, 욕심으로 관계를 그르친 일들이 자꾸 생각났다... 끊어진 관계를 잇고자 하는 게 아니라, 그 순간을 어리석게도 행복하게 보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결국엔 나의 시간이고 인생이기에... 이승철의 노래와 바이브의 노래를 반복하여 듣고 있다... 감사합니다가 울려 퍼지며 베이스, 리더기타, 드럼, 피아노, 퍼커션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이 있어 노래할 수 있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여기에 있을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누군가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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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얼마나 함께 - 마종기 산문집
마종기 지음 / 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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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그막이 되어서도 내 목숨을 걸겠다고 사력을 다해 쓰는 시詩는 과연 무엇일까. 나는 아직 그 답을 모른다. 그러나 가끔은 시라는 것이, 이런 작은 대견함의 추억이자 사람다웠던 시간의 아름답고 짧은 기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24쪽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도 아무것도 없는 곳. 유일하게 지평선만 입 다물고 유아독존하고 있는 곳. 그런 시야를 본 황홀한 경험은 기억에서 도저히 털어버릴 수 없는 귀한 경험이었다. 나는 그런 간단한 구도, 모든 게 지워지고 극도로 생략된 세상을 황홀하게 좋아한다. 한 개뿐인 지상, 한 개뿐인 이름, 한 개뿐인 사랑, 한 개뿐인 사유와 한 개뿐인 색깔, 한 개뿐인 전부.-102쪽

누군가가 그랬다. 행복한 사람이 바로 똑똑한 사람이라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사람. 지금 행복을 느끼고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똑똑한 사람이라고. 세상은 헉헉거리며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바쁘기만 한 바보들을 위한 곳이 아니라 그런대로 자주 느긋한 시간을 가지고 삶을 즐기는. 똑똑한 사람을 위한 아름답고 특별한 곳이라고......-202쪽

소통이라는 것은 바로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인데 그 이해라는 것엔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나만의 전제 조건은 없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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