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를 다녀왔다. 바다만 보는 것으로도 만족했다. 그림같았다. 내가 정지한 곳을 액자에 그대로 넣으면 되었다. 수십 점의 그림들을 가득 담아 왔다. 그 예쁜 바다를 두고 오기가 아까웠다. 내것도 아닌데... 눈을 감고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고 누구와 이어져 있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무엇을 했는지를 잔잔하게 풀어 놓은 글을 읽었다. '우리 얼마나 함께'라는 책 이름 뿐 아니라 목차의 문장도 예쁘다.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더 따뜻하고, 더 간절한', '당신이 와서야 파란 하늘이 생겼다', '사랑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그해의 함박눈', '이토록 행복한 사람', '누군가에게 무엇이 될 수 있다면', '극진한 사랑은 아마 사람의 추위 속에서 완성된다', '여유는 향기로 남고', '피부로 통하는 대화', '봄날의 초록 들판처럼',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오래된 봄의 뒷길', '몸을 기대고 싶은 말'... 각각의 문장을 가지고 나를 드려다 본다. 행복도 슬픔도 아픔도 아득함도 그리움도 다 들어 있다... 남해의 잔잔한 바다가 알려 준 것처럼, 삶은 그렇게 흘러간다. 보이는 것과 보려는 것과 보여주는 것은 전부 다르다... 순간 더 똑똑하게 굴 수도 있었는데, 쓸데없는 자존심, 욕심으로 관계를 그르친 일들이 자꾸 생각났다... 끊어진 관계를 잇고자 하는 게 아니라, 그 순간을 어리석게도 행복하게 보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결국엔 나의 시간이고 인생이기에... 이승철의 노래와 바이브의 노래를 반복하여 듣고 있다... 감사합니다가 울려 퍼지며 베이스, 리더기타, 드럼, 피아노, 퍼커션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이 있어 노래할 수 있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여기에 있을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누군가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