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를 된다면 꽃샘추위 덕이다. 온종일 책. 음악. 맥주. 커피. 쿠키. 초콜렛과 함께 했다. 매일 대하고 있는 '가족의 두 얼굴'을 통해 대차 대조표를 만들어보고, 주고 받은 '관계 통장(p240)'도 확인했다. 힘을 갖기 위해 노력했던 일, 복수로 되갚은 일, 전투와 전투 속에서 함께 했던 일. 각자의 원가족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끌리고 함께 부딪히며 살아왔던 시간 속에서 위태로웠던 순간들, 지금까지도 아웅대는 일이 있지만, 다행인 건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는 점이다. 몇십년을 지나도 여전히 양말 벗어 놓는 일, 책장에 옷 걸어 두기, 잠자는 태도, 탐식, 시시때때로 하는 전화, 큰소리로 말하는 거, 쓸데없는 물건 쌓아두기, 사용하지 않는 물건사기, 파카와 운동화에 대한 욕심, 과도한 애정표현, 등등이 있다. 이러한 맥락을 속속들이 들여다 보면 부모에게서 받고 싶었던 물건, 애정, 인정받고 캐어(care)받고 싶었던 부분이다. 지구가 멸망하거나 생명에 지장이 없는 한 그냥 봐주면 된다. 처음엔 잔소리와 분노(?) 했지만, 이보다 잘하는 게 훨씬 더 많으니까... 난 그에게 어떤 상처를 주고 있을까. 사랑이라는 미명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