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단. 명서. 미루의 이야기, 서로에게 내.가.그.쪽.으.로.갈.까, 를 원했던 사람들, 그리고 오.늘.을.잊.지.말.자, 를 다짐했던 사람들... 그러나, 아무리 원해도, 다짐해도, 마음이 무지 아프다... 옛날옛적, 서성대던, 그때 그사람의 마음이 느껴진다.
의문과 슬픔을 품은 채 나를 무작정 걷게 하던 그 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쓰라린 마음들은. 혼자 있을 때면 창을 든 사냥꾼처럼 내 마음을 들쑤셔대던 아픔들은 어디로 스며들고 버려졌기에 나는 이렇게 견딜 만해졌을까. 이것이 인생인가. 시간이 쉬지 않고 흐른다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 때문인가. 소용돌이치는 물살에 휘말려 헤어나올길 없는 것 같았을 때 지금은 잊은 그 누군가 해줬던 말. 지금이 지나면 또다른 시간이 온다고 했던 그 말은 이렇게 증명되기도 하나보다.-10쪽
걷는 일은 스쳐간 생각을 불러오고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게 했다. 두 발로 땅을 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책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86쪽
그 긴장은 바다를 처음 봤을 때, 겨울밤을 보낸 신새벽에 마당에 눈이 하얗게 쌓인 것을 발견했을 때, 생기를 잃고 말라비틀어져 있던 포도덩굴에 봄기운이 퍼져 새순이 파릇하게 올라오는 게 믿기지 않아 손톱으로 덩굴을 긁어보았을 때, 어린애의 분홍 손톱을 들여다볼 때와 같이 싸한 기쁨을 동반하고 있었다. 여름이 지나가는 하늘에서 흰 뭉게구름을 보게 되었을 때나 달콤한 복숭아 껍질을 벗기다가 한입 베어물었을 때나 산길을 가다가 무심히 주운 잣방울 속에 꽉 들어찬 흰잣들을 보게 되었을 때와 같은.-110쪽
손을 잡으면 놓을 때를 잘 알아야 한다. 무심코 잡은 손을 놓는 순간을 놓치면 곧 서먹해지고 어색해진다. -161쪽
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들만 떠오른다. 진실과 선함의 기준은 무엇인가. 올바름과 정의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 폭력적이거나 부패한 사회는 상호간의 소통을 막는다. 소통을 두려워하는 사회는 그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다. 나중엔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아 더 폭력적으로 된다. -183쪽
우리 엄마는 나에게 누군가 미워지면 그 사람이 자는 모습을 보라고 했어. 하루를 보내고 자는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라고. 자는 모습을 보면 누구도 미워할 수 없게 된다고. 나는 화가 나거나 힘겨우면 일단 한숨 자는걸. 자고 나면 좀 누구러져 있지 않아? 사람은 자면서 새로 태어난다고 생각해봐.-195쪽
사랑은 이 세상의 모든 것우리가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241쪽
산다는 것은 무無의 허공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무게와 부피와 질감을 지닌 실존하는 것들의 관계망을 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살아 있는 것들이 끝없이 변하는 한 우리의 희망도 사그라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살아 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291쪽
어느 엽서에는 쥘 쉬페르비엘의 시가 적혀 있었다. '세 개의 벽과 두 개의 문 뒤에서/당신은 내 생각을 조금도 않지만/하지만 돌도 더위도 추위도/또한 당신도 막을 수는 없지/내 맘대로 내속에서/마치 계절이 오가며/땅 위에서 숲을 만들듯/내가 당신을 부쉈다 다시 맞추는 것을.'-327쪽
언젠가 우리에게 생긴 일들을 고통 없이 받아들이는 순간이 올거라고 누군가 말해주길 간절히 바랐던 시간들. -362쪽
나도 모르게, 함께 있을 때면 매순간 오.늘.을.잊.지.말.자, 고 말하고 싶은 사람을 갖기를 바랍니다, 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학생들이 와아, 하고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내 말이 끝난 줄 알았다가 다시 이어지자 학생들이 다시 귀를 기울였다. 여러분은 언제든 내.가.그.쪽.으.로.갈.게,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365쪽
커피를 가득 내려 동료들에게 한잔씩 써빙을 했다. 음~ 머그잔에 가득 담긴 커피는 늘 내곁에 있다. 북카페를 갖고 싶다. 좀 더 나이들면 북카페를 해야지, 다짐만 한다. 무엇으로, 어떻게, 어디에는 없다. 생각만 해도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중에 할아버지들만 오면 어떡하나하는 걱정까지, 호호호...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프랑스 작가 타테랑의 '커피예찬'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우울할 땐 친구처럼, 피곤할 땐 피로회복제처럼, 외로울 땐 연인처럼 우리 곁을 지키는 것이 바로 커피다.-17쪽
'인스턴트 커피도 원두 커피일까?'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인스턴트 커피는 원두를 갈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인스턴트 커피는 볶아서 분쇄한 원두 커피를 액상 상태로 추출한 뒤 각종 첨가제를 향미 성분을 섞어 동결 건조시킨 것이다.-19쪽
*블루마운틴 : 1년에 3만 포대(60kg 단위) 정도만 생산되는 희귀하고 값비싼 자메이카 원두로 영국 황실에 납품되는 최고급 커피, 신맛과 초콜릿 맛이 잘 어우러져 있다.*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커피-26쪽
사향고양이 배설물로 만든다?!최고급 커피, 코피 루왁이 신비한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사향고양이가 잘 익은 빨간 커피 체리를 탁월한 선별력으로 골라 먹고 소화시키는 과정 속에 과육을 제외한 씨부분이 위속에서 발효과정을 거치며 배설된다. 이때 코피 루왁만의 독특한 풍미와 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물로 여러 번 씻어서 배설물을 완전히 씻어내고 말려서 생두를 만든다. 이 귀한 생두를 잘 볶아내면 비로소 한 잔의 코피 루왁이 되는 것이다. -41쪽
카페라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커피. 부드러운 우유와 강렬한 에스프레소가 만난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며 고소한 풍미를 더한다. 윗면에 거품이 덮이는 것은 카푸치노와 동일하지만 거품의 양보다는 부드럽고 따뜻한 우유와 거품이 잘 섞이도록 하는 것이 카페라테의 맛을 좌우한다. -103쪽
아이스 커피류는 설탕이 아닌 시럽이 필요하다. 시중에서 파는 시럽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설탕으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럽은 설탕과 물의 무게를 1:1로 해서 끓인다고 알고 있지만 끓이지 않고도 시럽을 만들 수 있다. 설탕과 물을 1:1로 하여 믹서에 넣고 갈면 회전하면서 설탕이 모두 녹아 시럽이 된다. 유기농 설탕으로 만들면 옅은 갈색이 나서 시각적으로도 좋고 건강에도 더 좋은 시럽이 된다.-127쪽
wisdom rabbit 토끼의 지혜흰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가게 되는 엘리스처럼 '토끼의 지혜'에 들어서면 기존에 알고 있던 카페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벽면을 가득 메운 2천여 권의 책과 함께 올리브색과 초록색으로 칠해진 실내는 숲속의 작은 도서관을 연상시킨다.-172쪽
책을 읽다가 1980년대 대학 신입생 교양서 부분이 너무 반가웠다. 그때는 오로지 책속에 길이 있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어머니''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지식인을 위한 변명''민중과 지식인''역사란 무엇인가''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그래서 한달음 헌책방으로 달려갔다... 누군가의 손때와 애정이 담긴 3권의 책을 사서 돌아왔다... 그때가 좋았는데, 책만 읽었던 시절,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은 책을 읽는거다.
최재천교수 서재.
나도이런서재갖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