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으로는 택도 없고, 터무니 없는 곳에서, 그 책방이 심리적인 기차역이 되면 안되는 걸까를, 애쓴 시인의 이야기다. 산문인거 같은데 시처럼 읽힌다. 

한 때 친구와 한 카페가 떠올랐다. 여덟명이 4잔을 주문하여 일인 일주문을 크게 써 붙이고, 알러지 있는데 봉숭아 가지고 와 씻어 달라는, 앞에 앉아 달라는 남자들 등등의 진상들이 기억난다. 우리의 카페 목적과는 한참이나 먼 현실에서 어쩔 줄 몰랐고, 어디까지 흘러갈지도 모를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 덕에 작년 말에 닫았다.  

부모님 동반으로는 모임이 가능하다 하여 전원주택에 사는 동생 집에서 세배하러 모였다. 맛있는 거 만들어 먹고, 시켜도 먹고, 게임도 하고, 별채 노래방 기계로 노래도 부르고, 사위의 바이올린, 손녀들 콘트라베이스, 첼로 축가 연주도 듣고, 성가대하면서 불렀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할렐루야 등을 목청높여 같이 불렀다.

90세가 되신 아빠의 감회를 들었다. 83세가 된 엄마는 요즘 자신이 좀 성숙해진 거 같단다. 

여섯마리 강아지들과 같이 뒹글고 먹고 마시며 잠자면서 이박삼일이 금방 지나갔다. 18년 된 두눈이 멀고, 치매를 앓는 강아지를 보면서 노년의 삶을 고민했다. 우리 네 자매는 근처에서 모여 살자고... 

동물들을 싫어하는데 강아지들과 같이 보낸 자신에게 깜놀한 동생은 지난 해 할머니가 되어 많은 게 달라졌단다.

난 몸무게가 45킬로 넘어서면서, 커피도 많이 줄어들면서, 무척? 평온한 얼굴이 되었다.

모두 나이가 들면서 전반적으로 수용하고 이해하는 범위가 많이 넓어졌다. 

어찌됐든 아직도 나의 워너비는 북카페이다.   

시인의 여러가지 힘든 고단함이 아주아주 컸을지라도, 그 곳은 분명 누군가에게 등대가 되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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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이 등을 돌리고 관계를 끊을 때, 유배를 가기 전이나 유배를 간 뒤나,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끝까지 곁에 있어 준 '우선 이상적'에게 '추사 김정희'는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드러낸 [세한도]를 보낸다. 논어에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구절이다. 

이러한 사람과 관계가 그립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저자 박철상은 김정희에 대한 최고의 연구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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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종일 집에만 있는 데, 그다지 할 일도 없는 데, 책읽기는 일을 할 때보다 더 부족하다. 이제 꾀가 나서 힘들고 불편하고 그러한 일(?)은 하고 싶지 않다. 몸이 원하는 대로, 잠자고 싶을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그러고 있다. 그러다가, 이렇게 살아도 될까, 그럼 이 상황에서 무얼을 하면 될까, 꼭 뭐라도 해야하나, 등등, 딱히 만날 이도 없건만, 이러한 상황이 되니, 누구라도 못 만난다는 것이 아쉽다. 특히, 부모님을 만나야 하는데... 

저자가 유학 시절, 소통이 어려워 괴로웠던 시절, 그 때 지나갔던 도시의 예술로 위안받은 그 곳을, 중년의 나이가 되어 다시 방문하여 쓴 글이다. 이 두꺼운 책을 슬쩍 읽기에는 뭔가가 부족한 거 같고, 꼼꼼히 읽으려니 머리에 쥐가 나려 한다. 너무 복잡하여 집중이 제대로 안되어 어중간하게 읽었다. 방문한 도시에 대한 역사, 그림, 음악, 건축, 예술가, 정치가에 대한 이야기가 방대하게 펼쳐진다. 뒷면의 참고 문헌만 봐도 기가 눌린다. 어찌됐던, 유학생 시절 통하지 않은 언어로 자괴감에 빠진 자신을 예술로 위로한, 그 시절을 현재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그 곳의 무상함, 노쇠함, 사라짐과 만난 이야기다. 청년과 중년으로 오가면서 새롭게 깨달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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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다. 전 세계 13개 국가, 21개 도시를 보고 읽다. 각 도시가 말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 곳에 건축되어 있는 건물들이 새롭게 보인다. 건축물은 장소와 시간, 목적에 적합한 옷을 입고 있다. 도시를 만들고 있는 건축물은 우리가 살아 오고 앞으로 살아 갈 모습을 말해 주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새삼 실감한다. 특히, 유대인 박물관이 압권이다. 'compassion' 을 기억해야 하고, 타인에 대하여 예민하게 깨어 있어야 함을 알려 준다. 그리고 함께, 인도의 저비용 주거단지는 요즘 주택문제 해결에 조금 도움되지 않을까. 역사를 되짚어 보면 현재를 알 수 있다. 미래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어 있다. 

좀 생뚱맞지만, 조금 전 EBS 다큐 '수컷들'에서 '정자새'를 보았다. 다른 멋진 수컷들과는 달리 어마한 정자를 짓고 장식하면서, 암컷을 유인한다. 여느 수컷과는 비교가 안되는 볼품없는 정자새는 절대로 자신의 모습을 암컷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멋진 정자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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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으로 따끈하게 받자마자 펼친 '도서관의 말들'은 예전의 기억을 오롯히 소환했다. 

학생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책 읽은 기억이 난다. 대학 4학년 말부터 그 곳으로 매일 출퇴근을 반복했던, 남녀가 구분된 공간으로 2층이 여성의 공간이었다. 기억으로는 6명이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에 각자 한명씩, 구석진 곳부터 뜨문 앉았던, 온전히 자유롭고 편한 넓은 공간이었다. 그러다, 가끔 바람쐬러 주변을 돌아다니기도 했던... 얼마를 다니다 공부하러 온 그를 우연히 만났다... 그는 그 도서관이 개관할 때 학생대표로 커팅까지 했다나... 우린 대학 1학년 때 알았고, 방학 때 간간히 마주치는 사이였다. 그러다 서로의 친구들을 맺어준다고 함께 바다를 보러 간 적도 있었다. 그들은 헤어졌고, 우리는 지금 함께 산다. 

저자가 몇년간 근무했던 도서관과 관련된 이야기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사서를 꿈꾼적도 있어, 아들에게 강요까지 한 적도 있는, 오랫만에 생생한 도서관 기억과 마주했다. 그리고 종로서적의 추억도 있다. 도서관 이용자, 애용자가 더 좋다는 건 이제는 알고 있다. 


Best wishes for a merry Christmas and a hopeful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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