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기술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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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과 글이 소음일 때가 많아요. 그 소음이 비수(匕首)가 되어 아픔을 주기고 하구요. 그렇게 아픔을 주는 말과 글. 요즘에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와 인터넷이 넓어지면서, 비수가 되는 글이 많아졌어요. 그 아픔으로 죽음까지 가는 경우도 있구요.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런데, 침묵을 말하는 책이 있네요. 1771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책이에요. 그래서 원제는 L'art de se taire구요.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JOSEPH ANTOINE TOUSSAINT DINOUART, 1716. 11. 1.~1786. 4. 23.)라는 신부님께서 지으셨지요. 이 분은 수도원에 계시지 않고 설교가, 문필가, 논객으로 활동하셨나 봐요. 이 '침묵의 기술'은 1696년에 출간된 작자 미상의 책 '말하기와 침묵하기를 위한 안내서-특히 종교문제에 관하여'를 바탕으로 지어졌다고 해요. 1771년의 얼굴을 담으면서요.

  

 (사진 출처: 아르테 페이스북)

 

 침묵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해요. 즉, 말과 글이에요. 그래서 '말과 침묵', '글과 침묵'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그리고 '말과 침묵' 처음에 침묵의 필수 원칙에 대해 말해요. 


 침묵의 14가지 필수 원칙

 1. 침묵보다 나은 할 말이 있을 때에만 입을 연다.
 2.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듯이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따로 있다.
 3. 입을 닫는 법을 먼저 배우지 않고서는 결코 말을 잘할 수 없다.
 4. 말을 해야 할 때 입을 닫는 것은 나약하기 때문이다. 입을 닫아야 할 때 말을 하는 것은 경솔하고도 무례하기 때문이다.
 5. 말을 하는 것보다 입을 닫는 것이 덜 위험하다.
 6. 사람은 침묵 속에 거함으로써 스스로를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침묵을 벗어나는 순간 자기 자신보다 남에게 의존하는 존재가 되고 만다.
 7. 중요한 말일수록 후회할 가능성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되뇌어보아야 한다.
 8. 지켜야 할 비밀이 있을 때에는 아무리 입을 닫고 있어도 지나치지 않다.
 9. 아는 것을 말하기보다는 모르는 것에 대해 입을 닫을 줄 아는 것이 더 큰 장점이다.
 10. 침묵은 편협한 사람에게는 지혜를, 무지한 사람에게는 능력을 대신하기도 한다.
 11. 말을 많이 하고픈 욕구에 휘둘려 정신 나간 사람으로 취급받느니, 침묵 속에 머물러 별 재주 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편이 낫다.
 12. 용감한 사람의 본성은 과묵함과 행동에 있다. 양식 있는 사람은 항상 말을 적게 하되 상식을 갖춘 발언을 한다.
 13. 무언가를 말하고픈 욕구에 걷잡을 수 없이 시달리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결코 입을 열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14. 침묵이 필요하다고 해서 진솔함을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생각들을 표출하지 않을지언정 그 무엇도 가장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침묵의 종류에 대해 말해요.

 신중한 침묵, 교활한 침묵, 아부형 침묵, 조롱형 침묵, 감각적인 침묵, 아둔한 침묵, 동조의 침묵, 무시의 침묵, 정치적 침묵, 신경질적인 침묵이 그것이에요.

 또, '말과 침묵'에서 젊은이들, 나이 든 사람들, 권세가들, 민초들의 태도와 그들을 위한 조언을 말하고 있어요.  


 '글과 침묵'에서는요. '잘못된 글쓰기', '과도한 글쓰기', 충분치 못한 글쓰기'를 말해요. 또, 글을 쓸 때 필요한 침묵의 필수 원칙에 대해 알려 주기도 해요. 위의 침묵의 14가지 필수 원칙에서 말을 글로 바꾸고, 열두 번째와 열네 번째가 없는 것이 그 원칙이에요. 마지막에는 해로운 글을 읽는 위험에 대해 이야기하구요.  


 법정 스님은 '침묵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 말은 소음과 다를 게 없다.'고 하셨지요. 침묵의 원칙 일곱 번째와 뜻이 통하네요. '시의적절한 침묵은 가장 당당한 표현이다.'라고 마크 헬프린1은 말했어요. 이 말은 침묵의 원칙 네 번째와 어울리구요. '침묵의 기술'의 큰 뜻도 이 두 가지예요. 하나는요. 말과 글의 배경이 되어야 하는 침묵이에요. 말과 글은 침묵에서 나와야 한다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침묵으로 올바른 표현을 해야 한다는 거구요. 해야 할 때, 침묵으로 참된 의미를 나타내야 하는 거예요.


  이 책, 종교적인 색채를 갖고 있어요. 1771년은 1789년의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18년 전이에요.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 구제도, 구체제)2의 시대였지요. 그렇지만 루소, 볼테르, 디드로 등 프랑스의 계몽주의3 사상가들이 있었구요. 그리고 프랑스 유물론,4 무신론5적 자유 사상 등이 널리 사람들의 마음에 있었어요. 왕권신수설6의 절대왕정7과 국교인 가톨릭 교회는 흔들리고 있었구요. 모두 혁명의 씨앗이었어요. 그런데, 신부님이신 이 책의 저자는요. 그 시대에 가톨릭 교회의 전통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침묵의 지혜를 말하면서요.


 우리가 사는 시대는 말과 글의 과잉 시대예요. 특히 인터넷, SNS에 수많은 게시글과 댓글이 있어요. 더러운 글도 많아졌구요. 소통이 아니라, 소음의 무대가 된 거예요. 때로는 그 소음이 비수가 되어 아픔을 주기도 하구요. 이럴 때, 침묵의 지헤는 정말 소중해요. 말과 글의 배경이 되어야 하는 침묵. 그리고 올바른 표현의 하나인 침묵. 1771년에도, 지금에도 침묵은 그 가치가 있어요. 여기저기에서 외치는 아우성을 떠나, 침묵의 지혜를 배워야겠어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1. Mark Helprin. 미국 소설가, 언론인.
  2. 1789년의 프랑스 혁명 때에 타도의 대상이 된 정치ㆍ경제ㆍ사회의 구체제. 16세기 초부터 시작된 절대 왕정 시대의 체제를 가리키나 넓은 의미로는 근대 사회 성립 이전의 사회나 제도를 가리키기도 한다.
  3. 16~18세기에 유럽 전역에 일어난 혁신적 사상. 교회의 권위에 바탕을 둔 구시대의 정신적 권위와 사상적 특권과 제도에 반대하여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사유(思惟)를 제창하고, 이성의 계몽을 통하여 인간 생활의 진보와 개선을 꾀하려 하였다.
  4. 인간의 관념은 인간의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존재하는 외계(外界)의 존재물에 의하여 주어진 것이라고 보는 18세기 프랑스의 유물론. 자연 과학의 발달과 시민층의 발흥을 배경으로 하여 생겨났으며 계몽사상, 특히 프랑스 혁명에 영향을 주었다. 대표적 사상가는 라메트리, 디드로이다.
  5. 종교적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신앙을 거부하는 이론. 특히 인격적 의미의 신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세계는 그 자신에 의하여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자연주의, 유물론, 실존주의 따위가 이러한 사상에 입각하고 있으며, 범신론도 무신론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6. 국왕의 권리는 신에게서 받은 절대적인 것이므로 인민이나 의회에 의하여 제한되지 않는다는 설. 영국과 프랑스의 국왕이 교황, 신성 로마 황제, 봉건 제후를 누르고 왕권을 확립하는 데에 뒷받침이 된 주장으로 영국의 필머, 프랑스의 보댕 등이 주창하였다.
  7. 군주가 어떠한 법률이나 기관에도 구속받지 않는 절대적 권한을 가지는 정치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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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3-07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사과나비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오늘도 퀴즈 준비합니다.^^

사과나비🍎 2016-03-07 19:40   좋아요 1 | URL
^^* 댓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저녁 시간되시길 바랄게요~^^*
식사도 맛있게 드시길 바라구요~^^*

보빠 2016-03-08 0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양은 말 즉 로고스 중심의 철학인데...침묵을 강조한 책이 있네요 읽고싶어지네요

사과나비🍎 2016-03-08 10:47   좋아요 0 | URL
^^* 임제어록님~ 댓글 감사합니다~^^* 예, 서양에서는 드문 책인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6-03-14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의 지혜를 배워야겠네요.
사과나비님 글 잘봤습니다.

사과나비🍎 2016-03-15 17:28   좋아요 0 | URL
^^* 알파벳님~ 댓글 감사합니다~^^* 롤리팝님에서 알파벳님으로 바뀌셨군요~^^* 그럼, 좋은 저녁 시간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