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의 무덤은 없다
조디 피코 지음, 곽영미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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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의 무덤은 없다'의 작가는 조디 피코예요. 저는 처음 듣는 작가인데요. <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19분>으로 전 세계 35개국 4000만 독자를 사로잡은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네요. 그 작가의 이 작품, 과연 어떤 이야기일까요?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저와 이어진 이 책 안으로 기꺼이 들어가기로 했어요.


 이 책에는 크게 두 이야기가 있어요. 그건 사람들의 이야기와 코끼리들의 이야기예요. 하나는 사라진 엄마를 찾아나선 열세 살 소녀의 이야기구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와 보호소의 코끼리 이야기예요.

 10년 전인 2004년 7월 16일 밤, 뉴잉글랜드 뉴햄프셔 코끼리 보호소에서 사육사 한 명이 코끼리 발에 밟혀 사망한 사건이 있었어요. 제나의 엄마 앨리스는 코끼리의 인지 능력과 슬픔을 연구하는 과학자였는데요. 앨리스는 그곳에서 의식불명으로 발견되어 병원에 실려 가지만, 의식을 되찾고는 사라져 버려요. 그렇게 자취를 감춘 엄마를 찾는 열세 살의 소녀, 제나 메트캐프. 제나는 10년의 세월 동안 엄마 생각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앨리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코끼리들 틈에서 연구 일지를 기록했는데요. 제나는 엄마의 이 낡은 일지를 닳도록 읽으며, 엄마의 행방을 알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려고 하지요. 그렇게 적극적으로 단서를 쫓던 제나는 두 사람의 도움을 받게 돼요. 실종자 수색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한 번의 실수로 추락한 심령술사 세레니티 존스와 앨리스의 실종 사건을 처음 수사했던 전직 경찰이자 사립탐정인 버질 스탠호프예요. 이야기는 제나, 앨리스(일지 내용), 세레니티, 버질, 네 명의 시점으로 입체적으로 전개돼요. 그래서 복잡할 수도 있었지만, 작가는 섬세한 필치로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로 만들었어요. 제나는 사라진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요? 예상치 못한 놀라운 반전도 기다리고 있겠지요? 또, 감동으로 기억되기도 하겠지요?  

 

 또 코끼리들의 이야기가 있어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코끼리 무덤이 있다고 믿었다. 병들거나 늙은 코끼리들이 찾아가서 죽는 곳이 있다고 말이다. 그들은 무리에서 슬그머니 벗어나 먼지 자욱한 풍경 속을 느릿느릿 걸어간다고 했다. 우리가 7학년 때 배우는 그리스 신화의 타이탄들처럼. 전설에 따르면 그 장소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다고 했다. 초자연적인 힘의 원천이자 세계 평화를 가져다줄 마법의 책이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 무덤을 찾아 나선 탐험가들은 죽어가는 코끼리들을 몇 주씩 따라다니지만 사실은 원점회귀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어떤 이들은 그러다 영영 사라졌다. 어떤 이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하지 못했고, 무덤을 찾았다고 주장하는 탐험가들 중에도 그곳의 위치를 다시 찾아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유는 여기에 있다. 코끼리 무덤은 미신이기 때문이다.' -9쪽.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코끼리의 무덤은 없어요. 코끼리는 상아 때문에 밀렵되는데요. 밀렵자들에 희생된 코끼리가 많아서요. 코끼리 무덤에서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생겨났어요.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리고 서아프리카의 나라인 코트디부아르(Cote d'Ivoire)는 프랑스어로 '상아 해안'이라는 뜻이에요. 영어로는 ‘아이보리 코스트(Ivory Coast)’라고 하는데요. 이 이름은 15세기 후반부터 이 지역의 해안에서 주로 상아를 산출한 데서 유래한다고 해요. 많은 코끼리가 희생된 이름이지요. 또, 코끼리는 사파리 여행, 동물원, 서커스에 팔리기 위해 포획된다고 하네요.

 '나는 코끼리보다 더 좋은 엄마를 본 적이 없다. 우리 인간도 임신 기간이 2년이면, 그만한 시간을 들이면,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

 코끼리 무리에서 새끼를 기르는 방식을 일컫는 말은 알로마더링Allomothering인데, ‘온 마을이 나선다’는 뜻의 신조어다. 알로마더링을 통해 젊은 암코끼리들은 새끼를 어떻게 돌보고 보호해야 하는지, 새끼가 위험에 빠지지 않고 탐험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도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이론상으로 코끼리들은 많은 엄마를 두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끼와 친엄마 간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하고도 침범할 수 없는 끈끈함이 있다.

 야생에서 두 살 이하의 새끼는 어미가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야생에서 어미의 역할은 어미가 되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딸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야생에서 어미와 딸은 누구 하나가 죽을 때까지 함께 지낸다.' -261~262쪽.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코끼리의 특성들 중에서 제게 기억나는 건 알로마더링이었어요. 아기 코끼리의 성장을 온 마을이 책임지는 거잖아요. 제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였어요. 코끼리의 모성애도 위대했구요.

 

 앨리스의 일지에는 코끼리가 슬픔과 상실을 이겨내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그녀는 코끼리의 슬픔과 상실을 연구했으니까요. 그런데, 작가는 슬픔과 상실에 담겨졌던 인간의 이야기도 하고 있었어요. 옮긴이의 글을 보니, 피코는 이 책이 출간된 후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 편집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이 책을 쓰기 시작할 즈음 저는 빈집 증후군을 앓고 있었어요. ... 자식들은 언젠가 부모 곁을 떠나요. 남겨진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내가 쓰고 싶었던 주제였어요.'라구요. 이 책의 인물들도 슬픔과 상실이 있었어요. 제나는 엄마를 잃었어요. 세레니티는 부모와 신뢰를 잃었구요. 버질은 신념을 잃었어요. 그래서 슬펐지요. 그런데, 그들은 슬픔을 기억하며, 결국에는 이겨냈어요. '행복은 육체에 유익하지만 정신력을 강화시키는 것은 슬픔이다'라고 마르셀 프루스트가 했다고 해요. 그래요. 슬픔은 이겨낼 수 있기에 우리 마음을 강하게 해요. 이 소설은 우리가 슬픔과 상실에 닿기 쉬운 인간이지만, 그것을 잊지 않고 기억하라고 해요. 그리고 이겨서 더욱 강해지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나저나 조디 피코는 문단에서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해요. 옮긴이의 말에서 그러네요. 여성 독자를 겨냥한 여자들 소설이라고 한다고 해요. 그래서 피코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해요. '나는 여자들의 소설을 쓴다. 여기서 여자는 당신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당신 안에 있는 여성성을 의미한다.'라구요. 예. 저도 모든 이가 이 소설을 읽으며, 자기 안의 여성성을 찾아 느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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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1-19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 보는 작가인데 별점 5개라서 급관심 가네요~

사과나비🍎 2016-01-19 23:45   좋아요 2 | URL
아, 아침에 댓글 달아주셨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별점을 후하게 주는 편이라서요...^^;

서니데이 2016-01-2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오늘도 많이 추워요.
감기조심하세요.^^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 드시고요.^^

사과나비🍎 2016-01-20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예~ 서니데이님~ 몸살 기운이 있어서 좀 쉬고 있네요~^^; 서니데이님은 건강 잘 챙기시구요~^^*

서니데이 2016-01-21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감기는 좀 어떠세요.^^
요즘 날이 추워서 감기가 금방 낫지 않아요. 따뜻한 저녁시간 되세요.^^

사과나비🍎 2016-01-21 22:24   좋아요 1 | URL
몸살 기운이 조금 있는 정도라서요~ 조금 쉬면 좋아질 거예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되세요~^^*

서니데이 2016-01-22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사과나비🍎 2016-01-23 10:0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은 좋은 주말 아침 맞이하셨겠지요?..^^* 오늘도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