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고양이들.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ㅣ 작은 탐닉 시리즈 1
고경원 지음 / 갤리온 / 2007년 1월

도둑고양이. 주인없이 사는 고양이들을 얼마전까지만해도 이렇게 불렀었다. 사실 그들이 뭘 훔쳐간다고 도둑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요즘들어서 길고양이 줄여서 길냥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길냥이. 나는 이 말이 너무 좋다. 도둑고양이라는 호칭대신 다들 길냥이로 불러주면 얼마나 좋을까. 팍팍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길냥이들. 너무나도 예쁘고 대견한 놈들이다. 사진속의 그들은 애완동물처럼 이쁘거나 깨끗하지 않다. 그럼에도 얼마나 예쁜지. 그들이 이 도시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잘 살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동네마다 길냥이가 없는 곳이 없을것이다. 개라면 금방 죽겠지만 고양이들은 그 특유의 능력으로 잘도 이 팍팍한 도시의 생활에 적응해 살아간다. 그들을 보노라면 나는 항상 짠하다. 그들 나름대로 행복할지도 모르지만 못먹고 더렵혀져 야윈몸이 안되보이기 때문이다. 뭐라도 주고싶지만 곁에 오질 않으니 그것도 어렵고 대놓고 사료를 주려니 주변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길냥이들에게 먹이를 주는건 무척 눈치 보이는 일이다. 우리 동네 길냥이들 먹으라고 가끔 옥상에 먹이를 줬다. 주의깊은 흰색에 검은무늬 고양이가 가끔 와서 먹고 가곤했는데 영역싸움이 일어난건지 죽은건지 얼마전부터 새카만 고양이가 대신 오는데 요놈이 말썽이다. 옥상에서 키우는 채소들에게 똥을 누는것이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기생충이라도 있는지 찜찜하기도 하고 어머니는 쥐약이라도 놓겠다고 펄펄 뛰는데 그러고 싶지는 않고. 동물이라는게 사람뜻대로 되어주지를 않는다. 티비로 볼때는 좋지만 야생동물이 늘면 피해도 는다. 고라니 때문에 사고가 나고 멧되지가 밭을 파헤치고 까치가 과일을 파먹는 등등. 길냥이들도 그렇다. 똥을 누고 쓰레기를 어지럽히고. 그렇다고 그들이 원해서 그리 사는것도 아닌데 말이다. 언제쯤인 사람과 동물이 다 함께 행복해질수 있을까? 사람들조차도 다 행복하게 살지는 못하는 마당에 꿈이 너무 큰가싶어 또 한번 마음이 무겁다. 사진속의 그들이 언제까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영원한 아마추어들에게 격려를..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사실 나는 야구를 잘 모른다. 사실 스포츠에 어떠한 관심도 가진적이 없다. 그래서 첫부분에 삼미 슈퍼스타즈에 대한 설명이 나올때 승률이라든가 하는걸 몰라서 내용이 잠깐 이해가 안가기도했다. 뒤로 갈수록 재미있어졌지만...삼미 슈퍼스타즈는 프로야구 원년에 창단하여 내리 지다가 결국은 사라져간 야구팀이다. 그리고 이 야구팀을 사랑한 두 소년의 성장기다. 삼미가 지는 모습만 보다 결국 인간은 이기는것이 그리고 소속이 중요하다고 깨달은 한 소년은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에 가고 약간의 방황후 대기업에 들어가고 남들보다 배로 노력한다. 그리고 IMF가 왔다. 누구보다 노력했지만 그는 결국 쫓겨나고 만다. 아내와는 이혼. 모든것을 다 잃은 이때에 또 한 소년이 찾아온다. 삼미 야구단의 모든것을 보관하며 그것을 자신의 종교라 부르는 그. 그도 역시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탈락자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그 둘은 의기투합하여 이제는 없는 삼미 슈퍼스타즈이 마지막 팬클럽을 만든다. 이 팀의 모토는 칠수 없는 공은 안친다이다. 그래서야 성공할수 없다. 이 세상에서는 성공하려면 남들이 못치는 공을 악착같이 처야하고 못받는 공을 목숨걸고 뛰어 받아야만 성공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 끝에 남는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세상이 발전하고 자본주의가 유일한 사상이 되면서 세상을 살기가 참 각박하다. 보통만 되려해도 죽도록 노력해야하고 그러지 않으면 바로 세상에서 낙오자라 손가락질한다. 뭐 먹고 살거냐고 노후대책은 했냐고 늙으면 어쩔꺼냐고 아직도 재테크도 모르냐고 압력을 가한다. 그 무거운 짐을 지고 끙끙대다 무엇이 남을까. 나 역시 그런 세상 속에서 자유롭지 않다. 온통 세상이 프로만을 원한다. 프로는 아름답다고 외친다. 아마추어들의 노력따윈 그저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웃는다. 프로가 아니면 살아남을수 없다고 외친다. 우리들이 어디로 가고있을까. 아무것도 없는곳을 향해 오르는 벌레들처럼 그저 위로위로 오르고만 있는 우리들이 위태롭고 안쓰럽다. 가끔은 이 책을 읽으며 한 숨을 돌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칠수 없는 공이라면 한박자 쉬고 안치는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프로만을 원하는 시대에 아름다운 아마추어로 사는것도 나쁘지 않을것이다.

가볍게 즐기기엔 버거운 작품이다.

광골의 꿈 - 전2권 세트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9월

엄밀히 따지면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다. 살인사건도 실재이고 범인도 분명히 존재하니까. 하지만 주인공인 소설가인 지리멸렬하여 사건해결에 오히려 방해만 되고 실제 탐정이라 주장하는 사람은 척 보면 사건을 풀지만 설명을 못한다. 사건을 푸는것은 탐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본업은 신사의 사제와 부업으로 책방을 하는 사람이다. 사실 교고쿠도 시리즈는 이것으로 세번째인데 뒤로 갈수록 점점 내용이 어려워진다. 일본의 신화에서부터 온갖 망령, 귀신, 우리로서는 알수도 없는 전설에 고서들까지 등장하는 그야말로 학구적인 추리소설이다. 정교한 풀롯에 탄탄한 스토리, 매력적인 주인공에 요괴와 그것을 퇴치하는 형태의 추리극까지 정말 색다른 재미를 보장하는 책이긴 한데 보통의 추리소설을 사면서 기대하는 시간때우기에는 정말 적합하지않다. 머리 싸쥐어가면서 복잡하기 이를데없는 일본의 수많은 신들에 요괴들 이름 외워가면서 밑에 달린 주석 부지런히 읽어가면서 가끔은 한자해석도 해가면서 그야말로 가열차게 공부하듯이 읽어야 하는책이다. 내 평생 이렇게 어려운 추리소설은 처음 읽어봤다. 다 읽고 나면 휴우~소리가 절로 난다. 하지만 재미는 충분하다. 추리소설로서의 기량도 훌륭하지만 등골을 오싹하게하는 분위기까지 한여름의 괴담으로는 손색이 없다. 다만 술술 넘어가는 책도 아니고 그렇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우니 그건 각오해야 한다. 등장인물도 많을뿐더러 결혼하면 성이 바뀌는 관계로 등장인물 이름 외우기도 참 버거운 작품이었다. 

미스테리????

종신검시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5월

이 책을 과연 미스테리라고 부를수 있단 말인가 싶다. 추리소설??? 이런것도 추리라고 부른다면 글쎄..내용은 이렇다 검시관이 -우선 이 검시관이라는게 뭔지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도 이런지 모르겠지만 외국의 경우는 담당의사가 현장에서 검시를 하던데 여기서는 형사들이 돌아가면서 이 검시관이라는 보직을 맡다가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른 보직으로 옮긴다. 의사가 아닌 일반 형사가 해도 되는건가? 우리나라도 이런가? 의아하다- 사건 현장에서 시체를 검사하고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판별하는데 너무나도 뛰어나서 몇년째 옮기지 않고 검시관을 하고 있는 주인공이 현장을 착 보기만 하고도 범인을 밝혀낸다는 그야말로 셜록 홈즈적인 내용이다. 긴 내용도 아니고 모두 8편의 단편으로 되어있는데 한편 한편을 본다면 재미있고 따뜻한 내용이다. 내용도 나쁘지않고 어딘가 가슴 찡한부분도 있는 좋은 소설이란 말이다.

하지만 나는 미스테리를, 한마디로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샀는데 이 소설을 추리소설이라고 할수 는 없다는 점이다. 일본의 수상 기준이 뭔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을 미스테리 대상을 줬다는걸 믿을수가 없다. 어디에 미스테리가 있단 말인가? 시체를 한번 척 보기만 하면 바로 다음페이지에서 범인이 나오는데. 탐정계의 지존 셜록 홈즈도 이 정도는 아니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스릴이나 머리를 쥐어뜯게 하는 트릭을 기대한다면 이 책에서는 무리다. 그런거 없으니까. 하지만 사건현장이 그저 사건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사이의 일이고 시체가 한때는 사람이었다는 휴먼드라마를 기대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추리소설로는 무난하다.

본 컬렉터 1 ㅣ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7월

작년 이맘때쯤 법의관 시리즈를 쭉 구입한적이 있다. 그때는 좀 실망스러운점도 있는게 워낙 몇년전에 나온 책이 지금 번역되다보니 법의학 기술이 좀 뒤떨어진다는 점이다. 사실 요즘 드라마가 얼마나 자세히 보여주는지 일반인도 대충은 아는 세상아닌가. 그런 것도 있어 망설였으나 영화가 기억에 남기에 구입했다. 법의관 시리즈보다는 나은것 같다. 기술적으로도 요즘 세상에 거의 근접해있어 너무 동떨어진 느낌도 덜하고. 주인공도 매력적이다. 추리소설에서 무슨 거대한 문학적 의미를 기대한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불만을 적어보자면 이 두 주인공 사이의 약간 어리는 연애감정이다. 남자가 사지마비 환자다보니 뭐 큰 연애가 나오는건 아니지만 왜 꼭 이런 소설에까지 약방의 감초처럼 연애사가 개입되는지 모르겠다.

사실 요즘 추리소설을 보면 한가지 큰 불만이 있다. 약간 스포성일지도 모르지만 옛날의 추리소설들은 트릭으로 마지막까지 범인이 누군지 모르다가 마지막 순간에 알려준다면 요새는 확실히 과학이 발달하다보니 트릭보다 증거를 어떻게 하는지가 지나치게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고 범인이 엉뚱하다 못해 지나치게 엉뚱한것도 좀 불만이다. 범인을 추리로 잡아야지 범인이 제 발로 나타나서야 되겠냔 말이다.

지나치게 스포성이 짙은 글이 아닌가 좀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매력없는 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열광하기는 좀 미흡한 그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