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보다 소중한 것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하연수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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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많은 장편소설을 낸 작가이고 그의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하루키의 진정한 매력은 역시나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는 하루키의 작품중 2권 이상을 넘어가는 장편은 별 매력이 없다고 본다. 너무 난해하고 복잡하고 등등. 하여간 나는 항상 별로라고 생각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소설 대부분이 매력적이고 재미있긴하지만 너무 난해하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한 챕터 한 챕터는 재미있는데 한 권을 다 보고나면 이게 무슨 말인지 고민을 하게된단 말이다. 그의 작품을 몇몇 단편을 빼고는 거의 다 읽은 사람으로써의 진짜 솔직한 감상은 상실의 시대를 빼고는 그다지 별로라고 생각한다. 하루키의 진정한 진짜 매력은 바로 에세이에 있다. 아아~그의 에세이는 정말 최고다. 이 분야 톱. 어느 한 권도 나를 실망시킨적이 없다. 특히 먼 북소리는 여행기와 에세이 양쪽에 다 있어서 정말 최고의 작품이다. 그런 그의 에세이를 이렇게나 늦게 보게 된것은 주제가 올림픽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스포츠에 관심이 없다. 그렇다보니 올림픽이나 월드컵따위는 내게는 먼 나라의 얘기다. 그런데 올림픽을 주제로 쓴 에세이라...망설이다 1년이나 지난뒤에 읽게되었다. 결과는? 역시나 하루키의 에세이는 최고다. 그의 에세이는 정말 실망이 없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주제로 이렇게나 매력적인 글을 쓸 수 있다니. 멋진 작가다. 스포츠나 운동에 관심이 없어 이 책을 관심에서 재껴두었던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것은 올림픽이나 스포츠에 대한 것이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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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한테 차여서 시코쿠라니 - 서른 살 오핸로 혼자 걷는 1,400km
김지영 지음 / 책세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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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온 감상은 흐흠! 이었다. 딱히 뭐라고 평하기 어려운 책이라는 뜻이다. 여행기인줄 알고 샀는데 따지자면 여행기는 아니다. 순례길을 걷기는 하지만 깊은 사색이 느껴지는것도 아니다. 내용만 따지자면 일본에서 유명한 오핸로라 불리는 시코쿠 섬에 있는 88개의 사찰을 도는 순례길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해 본인도 그 길을 걷는 얘기다. 그리고 실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어딘가의 영화제에서 초청을 받아서 상영도 했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성공스토린데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다. 저자가 오핸로를 걷는 내내 묻는 질문은 이거다. - 꿈대로 살았어. 그런데 안 행복하면 어쩔껀데? - 영화가 좋아서 좋은 직장도 때려치도 영화판에서 뒹굴었지만 남는건 하나도 없다. 돈도 없고 경력도 없고 나이는 먹고. 쫓기듯이 간 일본에서 홀린듯이 찍게된 다큐멘터리지만 그일을 하면서 가슴속의 망설임을 버리고 다시 한번 영화일을 시작하게 된 사연인데.....그게 참.....그다지 감동적이게 그려지지가 않았다. 어중간한게 문제다. 여행기라기엔 너무 무겁고 자기 성찰을 통한 에세이라기는 가볍고 다큐멘터리 제작기라기엔 택도 없는 거. 정말 어중간한 책이다. 그렇다고 뭐 말짱 황이예요라고 하기는 그렇게 수준이하는 아니다. 단지 이것저것이 너무 조금씩 섞여있다고나 할까.(비빕밥은 맛있지만 책은 아니다) 좀 더 하나에 집중해서 책을 썼으면 좋았을텐데. 진지하게 오핸로라는 수행을 다루던가 아니면 좀 더 가볍게 여행기로써 다루던가 했으면 좋았을거라는게 내 나름대로의 생각이다.   

여담인데 이 길 한번 걸어보고 싶은 생각은 들었다. 문제는 비용과 시간이 엄청나게 든다는거. 적어도 한 달반이상의 휴가를 낼 수 있어야하고 그 후에 직장생활도 생각해야만 갈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 그만두고서까지 갈 수는 없고 (그러기도 싫고 그럴정도로 순례가 가고싶지도 않고) 갔다와서 직장 걱정할바에야 안 가는게 나을것이다. 둘째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것 20대의 남자라면 하루 5천원으로~를 외치며 노숙도 할수있겠지만 30대 중반의 여성인 나는 건강과 안전을 생각해서 꼭 숙박시설에서 묵어야만 하니 왕복차비, 식비, 숙박비, 그외 기타등등을 생각하면 적어도 천만원은 잡아야할것 같았다. 단순 계산이지만 그렇게 많이 차이나지는 않을것이다. 안 돼~~못 가~~를 외치는 내 자신이 약간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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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물 검역소
강지영 지음 / 시작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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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에서는 그토록이나 똑똑한걸로 나오는 함복배. 곧이어 나오는 과거사건에서 바로 어리바리한 본모습을 들키고 만다. 일찍 줄서고도 화장실에 갔다가 새치기 당해 겨우 붙은 과거. 사모하는 여인의 아버님이 한번 해보라고 했다고 덜컹 제주도로 가서 듣도보도 못한 신문물 검역소의 소장이란 직책을 맡게된다. 일은 외국에서 들어온 신문물의 용도를 파악해서 임금에게 보고하는 일이다. 순조로울줄만 알았던 일은 어느새 난파된 배에서 온 외국인과 자신의 정인을 넘보는 암행어사, 사람을 죽이고 제주로 유배온 코끼리 등등의 등장인물들로 점점 꼬여만 간다. 암행어사는 툭하면 자신의 정인에게 추파를 던지고 코끼리는 말썽만 부리고 연쇄살인사건은 미궁에 빠져 가고 어리바리 처리하려고 한 일이 더 잘못되어 이제는 정인을 뺏길 처지에 놓이고 말았는데. 과연 함복배는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고 정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가.  

요즘 나오는 이른바 퓨전 사극을 소설로 옮긴듯한 내용이다. 처음 접하는 브래지어가 뭔지 몰라 머리에 쓰는건줄 알고 쓰고 다니고 외국인이 가르쳐줘도 도통 이해를 못하는 등등. 신문물을 처음 접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심각한 연쇄살인사건과 교묘하게 엮어가는 솜씨가 참으로 뛰어나다. 모처럼 유쾌하게 읽은 한국작가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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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의 계절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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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정확한 장르를 뭐라고 해야할까? 판타지랄지 기담이랄지 괴담이랄지. 약간 애매모호하게 여러군데에 속해있는 소설인데 일단 나는 괴담이라고 생각하고 샀다. 첫 페이지를 읽어가면서 조금 실망스러웠던게 주인공이 소년이었다. 요 근래 산 판타지 소설이 전부다 어린 소녀,소년이 시련을 거치며 성장해가는 이른바 판타지를 표방한 성장소설이었기 때문에이다. 솔직히 이미 다 큰 나는 성장소설에 큰 관심이 없다. 초반을 살짝 넘어가면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났다. 내가 좋아하는 이른바 제대로 된 괴담 - 즉 귀신, 유령, 도깨비 등등의 존재가 등장하는 괴상한 이야기였다. 온이라는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이상한 나라. 그곳은 자신들은 평화를 찾아서 온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하계-일본과는 떨어진채 살아가고 있다. 하계에서 온으로 오게된 겐야는 누나가 행방불명된 이후 혼자서 살아가고 있다. 외톨이인 자신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준 호다카의 오빠가 살인자임을 우연히 알게되면서 예상치못하게 온에서 살 수 없게되어 하계인 일본으로 향하게 된 겐야. 그런 자신에게 힘이 되어준건 바람와이와이라는 일종의 바람의 정령이다. 바람와이와이와 함께 일본으로 향하면서 여정. 겐야가 온으로 오게된 과거. 바람와이와이가 겐야에게 붙어있는 이유와 함께 둘 모두의 원수를 찾게되는 과정등등이 마치 바람처럼 시원하게 펼쳐진다. 머뭇거리거나 얽히는 부분없이 술술 전개되어 가는 스토리가 마치 소설 자체에 바람의 정령이 붙어있는듯이 시원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달음에 쭉 읽어내려가면서 머리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요 며칠 읽은 판타지소설들이 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 뭔가 쌓여있던것이 일순간에 내려가는 기분이랄까. 전작인 야시도 꽤나 재밌게 보았지만 천둥의 계절은 정말 재미있게 봤다. 작가의 기량이 껑충 뛰어오른것만 같아서 나또한 참으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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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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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봐도 사와자키 탐정은 필립 말로를 많이 닮았다. 필립 말로의 일본판(?)이라기도 뭐할 정도인게 이름이 일본이라서 그렇지 하는 짓이라는가 말투라든가가 참 많이 닮아서 솔직히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 배경이라고 해도 별로 달라질게 없기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은 필립 말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 소위 말하는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재미없는 장르가 되겠다. 사와자키나 필립 말로를 보면서 뭐 이렇게 똥폼을 잡는담이라는 생각하면 재미없겠지만 그 모습에서 매력을 느낀다면 더할나위없이 재미있을 작품이다. 사실 나도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를 다 사긴했지만 첫 권을 읽을때만해도 정말 시시하다 싶었다. 이걸 한 세트로 보지도 않고 통채로 사다니 내가 미쳤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좋아지더니 세번째쯤에서부터 '이것봐라 제법 괜찮네' 싶더니 마지막 여섯번째에서는 완전히 푹 빠져서 이 시리즈가 끝난게 너무나도 슬픈 정도였고 그 뒤부터 이 하드보일드 작품이 좋아졌다. 솔직히 이 하드보일드 작품의 특징은 바로 주인공들의 온갖 가오잡기에 있다고 본다. CSI 마이애미편의 호라시오 케인 반장을 아시는지? 케인 반장은 폼생폼사 정신은 정말이지 가끔 손발이 오그라들정도다. 하지만 그게 또 바로 케인반장의 매력인것이다. 아무 의미없는 멋진 폼 잡기. 썬글라스 뺐다 다시 쓰기. 일은 안하고 한마디씩 툭툭 던지고만 가는 뒷모습. 하드보일드 소설속의 주인공들의 매력도 그와 비슷한거같다. 아우~폼재기는 이라며 비웃다가 바로 그 모습에 정신못차리게 만드는게 바로 하드보일드 소설들의 특징이랄까. 그렇다. 나는 사와자키 탐정에게 빠져버리고 말았다. 나이 40의 중년에 별볼일없는 사립탐정인 사와자키가 귀엽게 보이는 그런 불치병에 걸리고 만것이다. 그의 또다른 활약을 즐겁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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