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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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국경 없이 살아왔다. 아니 인식조차 못했다.

바다를 넘어본 적도, 국경을 넘어 나와는 전혀 다른 모국어를 통해

세계를 구성하는 자들을 만나보지도 못했다.

내 모국어로 구성된 세계 속에서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풍문만을 들었을 뿐이다.

 

한 때,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 때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이없게 세계를 상대로 하는 무역회사에서 근무를 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내게는 국경이란 존재는 낯설기만 하다.

경계를 넘어서, 국경을 향해 내가 안식할 수 있는 세계를 뛰어넘어

 

또다른 세계를 향할 때,

그 땐 나도 누군가 들고 읽을 만한 글을 끄적 거리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연수형.

형에게는 앞으로도 날 감탄시킬 무한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알아서 다행이에요.

언제 저랑 몽고를 향해서, 카파토키아를 향해서, 에어즈 록을 향해서

같이 걸어가줘요.

 

국경을 향해서, 국경을 넘어서, 그 이루어질 수 없는 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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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깊다 - 서울의 시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탐사
전우용 지음 / 돌베개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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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울에 내 정주를 정한지 십여년이다. 내 삶의 1/3, 아마도 그 비율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내 삶의 어느 시점에 내가 있을 곳을 서울 아닌 곳으로 정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그때까지는 서울은 나의 거처가 될 것이다.

 

서울은 정녕 깊다. 천만이 넘는 사람들, 열몇개의 구, 수십개의 중심가, 그 속에서 우리는 과연 서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는 내가 지내고 있는 이 공간에 대해서 얼마만큼의 관심을 보이고 있을까. 이 책은 우리가 지나치는 서울의 역사성을 일깨워준다. 매일매일 서울은 뉴타운이다 뭐다 파헤쳐지고 새로워지는데 그 속에서 기록은 사라져가고 우리의 기억 역시 사라져간다.

 

공간은 그저 우리가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관계가 맺어지는 곳이며, 일상을 직조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의 삶이 이루어 지는 곳, 그 공간과 누누히 이어온 시간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는 다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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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윤상인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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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전쟁 후, 메이지시대의 일본이나

지금이나 변화무쌍한 사회의 변화 속에서 개인들은 휩쓸려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그것에 얼마나 감수성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느냐

그런 눈을 가진 작가를 한 사회가 가지고 있느냐가

휩쓸리는 변화에서 반성적 성찰을 얻어내느냐를 가름할 것이다.

 

그 후, 모두 어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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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사생활 창비시선 270
이병률 지음 / 창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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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그의 마음 속 텅 빈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는 바람소리가 구슬프다.

 

바람 지나간 자리 트고 갈라져 고름이 흐르고 다시 새살이 돋아나지만

 

그 선연한 자욱들 너무도 완연해 그저 어루만져주고 싶었다.

 

하지만 도드라지는 그 자욱마다 너무 예민하기에

 

어루만짐이 도리어 상처가 되는데

 

아. 이렇게 바람은 지나가고 봄, 여름, 가을이 다되도록

 

숨죽여 그는 울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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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삼 시집 범우문고 53
박재삼 지음 / 범우사 / 198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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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줄기차게 노래하는 미풍, 바다바람, 산바람들..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처럼

삶은 그리도 미약하고 허무하다. 개념은 그저 물 위에 떠가는 햇살처럼, 물비늘 처럼 아득하고 그 속에 아득하게 펼쳐져 있는 별들, 인연들마저도 그저 아득하면 되는 느슨함 속에서 안주하고 있다.

 

바다와 전원으로 둘러쌓인  곳이라면 이 노래에 취해 즐거웠겠지만

하 수상한 세상의 잡음에 둘러쌓여서는 그와 같은 소리는 너무도 미약하더라.

 

박재삼의 시가 그렇게도 더디 읽혔던 것도

마음의 평안도 그리 쉽게 오지 않은 것도

내 마음에는 미풍이 아닌 북방의 삭풍이 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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