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울에 내 정주를 정한지 십여년이다. 내 삶의 1/3, 아마도 그 비율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내 삶의 어느 시점에 내가 있을 곳을 서울 아닌 곳으로 정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그때까지는 서울은 나의 거처가 될 것이다. 서울은 정녕 깊다. 천만이 넘는 사람들, 열몇개의 구, 수십개의 중심가, 그 속에서 우리는 과연 서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는 내가 지내고 있는 이 공간에 대해서 얼마만큼의 관심을 보이고 있을까. 이 책은 우리가 지나치는 서울의 역사성을 일깨워준다. 매일매일 서울은 뉴타운이다 뭐다 파헤쳐지고 새로워지는데 그 속에서 기록은 사라져가고 우리의 기억 역시 사라져간다. 공간은 그저 우리가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관계가 맺어지는 곳이며, 일상을 직조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의 삶이 이루어 지는 곳, 그 공간과 누누히 이어온 시간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는 다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