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독서일기 1 범우 한국 문예 신서 51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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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이 세상에  없는 책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내가 읽어보지 못했으므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톨스토이도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그 책을 읽어야 한다.

내가 한 권의 낯선 책을 읽는 행위는 곧 한 권의 새로운 책을 쓰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내가 읽는 모든 책의 양부가 되고 의사(pseudo) 저자가 된다.

 

 

막연하나마 어린시절부터 지극한 마음으로 꿈꾼 것이 이것이다.

정선해서 골라 든 책을 안고 침대에 푹 파묻혀,

밑줄을 긋거나 느낌표 또는 물음표를 치면서

나 아닌 타자의 동일성에 간섭하고 침잠하는 일,

뒷장에 내 나름의 '저자 후기'를 주서하는 일.

나는 그런 '행복한 저자'가 되고 싶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1』 중에서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이 세상에 없는 책이다." 로 시작하는

「장정일의 독서일기」의 글이 살면서 자주 생각난다.

존재하지만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없는 것과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다.

때를 따라 찾아오는 존재감 묵직한 책들에 감사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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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나날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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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삶의 한계를 받아들였다. 이 고뇌와 이 만족이 그녀를 우아하게 했다."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났다.

오늘도 그 문장을 음미하며 "그녀" 대신 내 이름을 넣어 읽고는 흐뭇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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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연인을 절망으로부터 지켜 내는 일이다. 그것은 연인이 무심코 "죽겠다." 라고 말할 때 "정말로 죽을 생각이 아니라면 아무렇게나 죽겠다고 말하지는 마요." 라고 말하는 일이고, 정전이 되었을 때 제일 먼저 연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쪽도 역시 캄캄하다고, 나는 당신과 같은 어둠 속에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해 주는 일이며, 잠을 못 자는 연인에게 밤 아홉 시에 달려가 함께 배드민턴을 치자고 말하는 일이다.
_ 황정은, 『百의 그림자』, 신형철 해설 中
  
*
  
며칠을 꼬박 신경숙의「외딴방」을 읽고, 뒤이어 읽어내려간 소설이「百의 그림자」다. 황정은의, 특유의 느리고도 차분한 목소리 덕분에 소설 속 은교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를 입혀도 어색하지 않은, 왠지 그녀를 닮은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무재와 은교의 대화가 마음에 들었다. 은교씨... 무재씨... 하면 어김없이, 네... 하고 대답하는 그들의 대화,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그들의 대화가 그렇게 마음에 들 수가 없었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열정적인 감정 하나 섞여 있지 않지만 사랑은 이렇게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랑은 이렇게 담담하고도 애틋하게 녹아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해설을 읽고나면 그만 할 말이 없어진다. 신형철의 해설은 더욱 그렇다. 내 생각은 간데없고 신뢰하는 평론가의 생각을 그대로 내 안에 담고 마는 것이다. 나의 두서없던 생각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을 조목조목 펼쳐가는 그의 해설. 그래서 이 소설이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201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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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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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문제들은 결국 언제나 전 생애로 대답한다네. 
그동안에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원칙이나 말을 내세워 변명하고, 이런 것들이 과연 중요할까?
결국 모든 것의 끝에 가면, 
세상이 끈질기게 던지는 질문에 전 생애로 대답하는 법이네. 
너는 누구냐? 너는 진정 무엇을 원했느냐? 
너는 진정 무엇을 할 수 있었느냐? 


- 산도르 마라이, <열정> 중에서


오늘을 사는 나는...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얻었나. 
물음에 대한 답을 정리하고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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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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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온다는 사실보다 때로 밤이 온다는 사실에 더 위안을 받는다. 
밤은 뒤척일 수 있다. 
아무 것도 안 할 수도, 울 수도, 잘 수도, 꼬박 샐 수도 있다. 
밤은 잉여다. 선물이고, 자유다.


박연준, 장석주 에세이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중에서 
 

"밤은 잉여다. 선물이고, 자유다." 

밤이 되면 또다른 삶이 시작된다. 
낮의 피로는 밤의 새로운 에너지에 녹아 사라진다. 
책을 읽고, 사랑의 대화를 나누고, 공부를 하고, 일기를 쓴다. 

낮은 나를 요구하고 밤은, 자신을 온전히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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