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물여덟,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 콘크리트 정글에서 진짜 정글로
제니퍼 바게트.할리 C. 코빗.아만다 프레스너 지음, 이미선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11/10/17/10/honeyssam_3016880715.JPG)
스물 여덟의 여자 셋이 자유를 찾아 가방을 쌌다. 여기까지의 내 생각은 이 스물여덟의 아가씨들은 부르조아 아니면 돈걱정없이 사는 철없는 젊은이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들이 못내 부러워진다. 부러우면 지는거야 !!! 라는 말과는 아랑곳없이 여행내내 자유와 자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는 정말 부러움에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삶이 곧 여행이라는 깨달음 속에서 세 여자들의 이야기 뿐만아니라 사랑과 우정, 그 안에 열정이 어우러진 모습이란 어찌나 아름다운지 ~!
여성스러우면서도 때론 무모함도 갖추고 있는 젠과 정열적이며 활달한 성격의 할리, 글쓰는 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만다, 세명모두 뉴욕 맨해튼에서 잘나가는 미디어업계에 종사하고 있었다. 뉴욕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세 명의 아가씨들은 스물여덟이 되자 자신들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일종의 자아찾기를 위해 스물 여덟 한해를 세계여행을 하며 보내기로 약속한다. 그것은 이 년전의 약속도 있었지만 이제 곧 토성회귀가(29년 정도에 한 번 토성이 일주하여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 되는 나이가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아만다와 젠, 할리는 세계여행을 통하여 자신들의 삶을 확고히 해주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했던 것 같다. 실제로 젠과 할리 아만다의 나이는 스물 여덟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삼십대를 더 찬란히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스물여덟에 결혼을 했듯이 여성에게 스물여덟이란 나이는 삶의 어떠한 것이 이루어지기 전의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일에 몰두하는 것으로 잊으려고 했던 아만다는 잡지사에 헌신한 댓가로 초고속까지는 아니지만 남들보다는 빠른 승진으로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대단했다. 하지만 배심원(이것도 잡지사일의 한부분임에도)일로 인해 자리를 비운 사이 바뀐 상사로 인해 해고통보를 받게 되는 어이없는 변수를 맞이하게 되자 자신의 젊음을 바치며 받은 댓가가 고작 해고라는 사실에 절망한다. 그리고 이 절망은 아만다에게 여행을 떠나라고 하는데 ...
결혼할 나이가 되었고 사귄지 오래되었음에도 결혼이나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는 엘란과의 관계는 할리를 지치게 한다. 잡지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비교적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지만 하지만 때때로 할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지 의미를 찾지 못한채 절대 없어지지 않는 불안감의 기류가 자신의 혈관을 타고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그리고 그 불안감을 여행을 통하여 충족싶어하는 할리는 친구들과 약속한 세계여행을 떠난다. 떠나고 나면 삶과 사랑도 모든 것이 확실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11/10/17/10/honeyssam_3983684801.JPG)
페루 잉카에서는 안데스 산맥의 바위투성이 바닥에서 잠을 잤고 아만다와 할리는 병을 앓았음에도 세사람의 눈은 반짝거렸고, 얼굴은 환하게 빛난다. 여행하는 동안 일감을 싸가지고 온 아만다와 젠은 다투기도 하고 잠자리에 예민한 젠은 공동숙소에서 잠들지 못해 괴로워 친구들을 이끌고 한밤에 호텔을 찾아가기도 하며 , 제 3세계의 현지주민들의 적극적인 환호속에서 젠과 아만다, 할리는 각 나라의 지방과 문화의 일부가 되어 현지인들과 동화되는 기분을 느낀다. 인도에서는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그 유명한 타지마할에 가서 본 느낌,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인도문화의 생경함 속에서 살아있는 삶의 생생함을 느낀다. 베트남에서 마약에 취한 운전기사의 조작된 미터기로 인해 젠과 아만다와 할리는 운전기사와의 몸싸움을 하게 되고 베트남상인들에게 이유없이 욕을 먹은 이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도시라는 말을 하는 이들의 여행의 이야기는 무척 즐겁고 유쾌하기도 하며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경험을 하는 젠을 통해 여행이란 때때로 삶의 빈부분을 채워주는 것이기도 함을 또한 불투명한 미래, 불확실한 길에서 방황하는 그 누군가에게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변수들은 살아나가는,삶을 개척해나가는 힘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좀 특이했던 것은 이 아만다, 젠, 할리가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미국남성은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는 할리의 말이었는데 최근 들어 여성들은 더이상 가정주부나 누군가의 아내와 어머니로만 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인 현상이다. 미국내에서 여성들만 떠나는 여행의 증가와 여성 의식의 향상이 그냥 우연일 뿐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남성들의 책임감이라는 뿌리 깊은 의식에 대한 이해를 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모습에서 나는 여행이 단순히 떠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 우리 삶의 모든것, 사랑, 우정,문화, 인종을초월한 위대한 깨달음을 여행이란 또다른 삶에서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너무도 아름다운 삶의 모습인 스물 여덟의 세 여자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