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세 백년 중국문물유실사 인간사랑 중국사 2
장자성 엮음, 박종일 옮김 / 인간사랑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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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삼국이 동시다발로 서구 열강의 침입에 몸살을 앓던 시대를 서양에서는 중세와 근대사이, 동양에서는 서구열강의 침략기의 시점을 근세라 한다. 폐쇄적인 아시아 국가에 닥친 제국주의에 속수무책이었던 동아시아 삼국은 약탈과 침략으로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이때 중국과 한국은 거의 무방비 상태였으나 일본은 서양에 침략의 빌미를 주지 않은 채 화이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면 일본이 결코 녹녹치 않음을 알 수 있다. 2014년, 6월의 아침 현재에도 다케시마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대는 어처구니 없는 뉴스를 보고 출근했으니 일본에 없던 감정도 생길 것만 같다. 이 책 근세 백년 중국문물유실사를 읽으면서 새삼스레 중국역시도 피해자란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지만, 어찌 우리나라만 하겠냐하는 감정이 더 앞서는 바람에 대책 없는 현실에 더 울화통 터지는 날이다.

 

책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 책의 저자 장자성은 한 문명의 역사를 훼손하는 비극을 멈추기 위해서 중국문물 유실이라는 굴욕의 역사를 드러내고자 하였다고 밝힌다. 근세에 중국에 행해진 고분 도굴과 문물 절도, 문화재 밀수라는 것이 인류 문명의 존엄에 얼마나 큰 상처이며, 해외에 흩어진 귀한 문물에 대해 독자들의 관심과 문물을 불법적으로 취득하고 판매하는 행위가 얼마나 커다란 범죄행위인지를 인식하게 하고자 하여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한다. 저자는 문물은 역사와 문화의 담체(擔體)이며, 한 국가의 흥망성쇠와 영욕을 진실하게 기록하고 있으며, 한 민족의 문화적 축적의 결정체이자 대중의 정신적 추구의 집합으로 문물은 물질로 표현된 역사이며 문명의 증빙이라 한다. 중국은 세계에 널리 알려진 오래된 문명국가로 대량의 중국문물은 중화민족을 구성하는 56개 민족의 지혜의 결정체로서 다양한 지역의 문명 정수를 흡수하고 중화민족의 응집력, 구심력, 기개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아편전쟁 이후, 특히 20세기 전반기에 중국이 반()식민지 반()봉건사회로 전락하자 국가주권과 민족의 존엄은 남김없이 상실되었고 제국주의 열강과 대소 군벌이 중국의 대지를 무력으로 짓밟았다. 이 과정에서 중국 문물은 대부분이 유실되었고 도굴과 약탈로 중국의 문물들은 훼손되었다. 중국 역대의 통치자들이 쌓아온 보물창고는 영국과 프랑스를 선두로 1900년의 "8국연합군"이 북경을 점령한 동안에 파괴되고 약탈당하여 수 백 년을 내려오며 황실 궁정에 쌓여있던 귀한 문물들이 깨끗이 사라졌다. 신해혁명이후 청 왕조의 멸망과 동시에 중화민국이 수립되고 난 후의 중국은 외부로는 서구열강의 침입과 일제의 침략과 내부로는 군벌들의 혼전으로 인해 나라의 보물이나 진배없던 문물을 보호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중국은 수많은 문화유산들을 눈뜨고 코베인 것과 진배없이 유실당한 것이다.

 

 

비단길의 시발지였으며, 과거 낙타에 짐을 가득 싣고 험난한 천산산맥을 넘어온 중앙아시아의 상인들에게 이제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는 비단길의 마지막 기착지 역할을 하였던 유명한 석굴 돈황은 세계 최고의 문화유산이지만 서양인들의 침략에 가장 커다란 목표물이 되었다. 영국인 스타인과 프랑스인 펠리오에 의해서 쪼개지던 돈황석굴의 유물들은 뿔뿔히 흩어져 대영도서관과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 , 일본으로 수많은 고문서들이 흘러들어 갔다. 돈황에서 유실되어 일본으로 건너간 문물과 불경은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수량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일본인에 의해 쓰여진 [둔황-세계문학전집 49]을 읽으면 둔황의 가치를 문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렇게 둔황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유산 중의 하나인 서화명품이나 빅토르 위고가 여름궁전이라 칭했던 연명원 역시도 서양 열강의 침략과 약탈에 예외대상은 아니었다.

 

 

유홍준의 [국토순례]를 보면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역시도 중국과 다름없는 약탈과 침략을 받은 작품들의 상당수가 유명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국의 문물유실사는 우리나라 문물유실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근세에 빼앗긴 우리의 문물들은 민족과 문화를 대변해주는 아이덴티티이다. 응달에 멍들어 있는 문화유산들의 현주소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일 뿐만 아니라, 인디아나존스와 같이 과장된 서구화 프리즘이 아닌 아시아의 주체성 회복을 위해서라도 문물유실사는 우리들 모두가 숙고해야할 사명으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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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다이어리 2 시네필 다이어리 2
정여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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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만에 끝나버리지만 이 두 시간 안에 응축되어진 삶의 파장은 한 번의 삶을 경험하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정여울은 <시네필 다이어리 1>에서 ‘1인분의 삶밖에 살 수 없는 인간이 타인의 삶속에 스며들어가는 통로를 영화라고 표현했다. 참 멋드러진 표현같다. 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이렇게 영화에서 철학이라는 실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은 정여울의 타고난 능력인 것 같다. 1편에서 받았던 그 감동 그대로 2권도 블록버스터들의 영화들로 구성되어 있어 낯설게 느껴지던 철학을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책이다.  

 

철학과 영화의 조합은 다음과 같다.

미셸 푸코와본 아이덴티티

미르치아 엘리아데와 매트릭스

줄리아 크리스테바와슈렉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와 아바타

미하엘 바흐친과 의형제

한나 아렌트와 타인의 삶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발터 벤야민과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위에서 타인의 삶 속에 스며들어가는 통로라고 하였던 것처럼 정여울은 영화의 주인공들의 삶에 스며들어 철학, 그러니까 ’‘타인의 삶 속에서 인문학의 근원적인 성찰인 자아찾기타인과의 관계맺기와 같은 철학적 사유를 뽑아낸다. <미셀 푸코와 본 아이덴티티>에서는 서구 근대철학의 출발점이었던 자기자신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영화 <본 아이덴티티>의 주인공 제이슨이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보여주며 미셀 푸코가 자신의 철학을 통해 이 근대성의 탄생 지점을 공략하여 그 확실성을 뿌리부터 뒤흔들었던 것처럼 제이슨의 뿌리찾기를 통해 자아에 대한 근원적인 탐색을 시도하는 것이다.

 

온몸의 세포가 기억한 삶의 흔적, 그 엄청난 분량의 메시지를, ‘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의식에게로 송신한다. 그는 그 어디라도 갈 수 있는 수많은 여권과 엄청난 돈을 지녔지만 어딜 가나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보이지 않는 감방 안에 갇혀 살아가야 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에게 주어진 과제가 매트릭스 안에서 지금까지 가져온 시공간의 감각이 절대적이고 유일하다라는 편견을 뛰어넘는 것이라면 이러한 것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하는 철학적 사유의 주제는 마르치아 엘리아데의 신화이다. 폴 리쾨르가 유한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무한하고 본질적인 욕망을 신화라고 하였듯이 매트릭스의 네오를 통해 보게 되는 신화적 모험은 인간의 또 다른 욕망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신화적 욕망은 <아바타>로 이어져 제이크 설리를 통해 실현된다. 신화적 사유는 인간 조건을 침해하는 시간의 불가역성에 굴복하기를 거부하는 것, 타자에 대한 공감의 능력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각자의 판도라를, 우리가 가진 모든 사유의 재료를 동원해 리메이크해내는 영혼의 교감 능력이 아닐까. 레비스트로스는 바로 이 능력을, 우리 주변의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재료들 속에서 우리 무의식에 여전히 생생히 살아 숨 쉬는 신화적 사유를 발견해내는 힘을 브리콜라주라고 불렀다.

 

    철학자 폴 리쾨르는 인간이란 유한성과 무한성의 두 기둥 사이에 가냘프게 매달려 있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의 세계와 의 세계 사이에서 흔들리며 분열하는 존재, ‘의 이상적인 통합을 추구하지만 매번 실패하는 존재,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유한한 시간의 화살표에 쫓겨 다니며 보내지만, 문득문득 정해진 스케줄의 중력 바깥으로 뛰쳐나가는 신화적 시간의 내밀한 원심력을 느끼곤 한다. <매트릭스>의 네오에게 이제 신화적 모험을 떠날 것인가, 세속의 시간에 머물 것인가하는 절박한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장자의 말처럼 타자와의 소통은 날개 없이 나는 법을 배우는 것이며, 지금까지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살았던 친숙한 세계를 버리고 트임을 위한 소통의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채움을 위한 비움이 아니라, 나를 온전히 비워 네가 자유로이 드나들 존재의 틈새를 만드는 것이다.

    

  

 

정여울의 책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누군가가 옆에서 속삭여주는 기분도 들고,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 것인양 영화읽기가 곧 삶읽기가 되곤 한다. 과거에는 책만이 타인의 삶을 엿보게 해주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미디어가 책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런만큼 영화역시도 책 못지 않게 우리의 인생을 이해하게 해주는 매체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한 영화를 사색하게 할 수 있는 안내서로서 정여울의 시네필 다이어리는 좋은 길라잡이다. 인문학적 통찰 , 뭐 별거 있나.  남을 알고 나를 알면 인생 끝.

 

본문 ▼ (너무 길어서 숨김)

 

우리가 버린 아브젝트를 우리 안의 창조적 혼돈으로 바꾸는 기술. 그것이야말로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말하는 여성적 힘, 바로 사랑의 기술일 것이다. 영원히 너의 사랑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지금은 네가 나를 사랑하지만 내 얼굴이 주름살로 뒤덮이거나 나보다 더 매혹적인 대상이 나타나면 네가 나를 떠날 것이 분명하다는 불안감, 나의 선천적인 결핍이 너의 밝은 미래에 어둠을 드리울지도 모른다는 공포..... 이런 것들은 사랑의 아브젝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브젝트를 끌어안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고수들이 지향하는 커플의 유토피아가 아닐까. 서로의 결핍을 통해, 타자의 고통을 내 것처럼 앓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동키처럼,슈렉처럼, 피오나처럼, 그 어떤 결핍이나 단점도 끝내 사랑의 구실로 변신시키는 연애의 기술을 배운다. 사랑이 원초적으로 품은 불안과 우울, 그 자체가 삶을 아름답게 요리하는 상상력의 에너지원이 되는 순간, 우리의 사랑은 나의 결핍이 도드라질수록, 너의 결점이 유난히 눈에 띌수록, 이상하게도 더욱 완전해지는 즐거운 신비다.

우리는 스스로의 시야에 갇힌 타인을 바라보며 그것이 그의 전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고, 나 자신이 타인에게 비치는 인상에 자주 불만을 가지며 난 네가 생가하는 그런 인간이 아니야라고 변명하며 하루를 보내곤 한다. 우리는 정말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그 노력을 포기해야 할까. 우리가 타인을 평가하는 기준은 우리가 그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또는 우리가 그의 행동을 어떻게 조심해야 할 것인가같은 철저히 이기적이고 경험적이며 편파적인 기준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정말 개개인의 이해타산을 넘어 한 인간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오직 지구에 거주하지만 여전히 지구의 이방인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지구를 죽이지 않고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을 , 아니 지구를 비롯한 이 세계 전체의 거대한 시스템을 파괴하지 않고 그것과 교신하는 방식을 찾지 못한 것 같기 때문이다,

 

 

미하엘 바흐친과 의형제

 

우리는 스스로의 시야에 갇힌 타인을 바라보며 그것이 그의 전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고, 나 자신이 타인에게 비치는 인상에 자주 불만을 가지며 난 네가 생가하는 그런 인간이 아니야라고 변명하며 하루를 보내곤 한다. 우리는 정말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할 수 벗다고 해서 그 노력을 포기해야 할까. 우리가 타인을 평가하는 기준은 우리가 그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또는 우리가 그의 행동을 어떻게 조심해야 할 것인가같은 철저히 이기적이고 경험적이며 편파적인 기준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정말 개개인의 이해타산을 넘어 한 인간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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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거나 긴 그의 메모가 적힌 갱지 조각들, 그 나이에만 가질 수 있었을 경외와 열정으로 몰래 숨겨갔던 그의 머리카락 한 올, 스카치테이프로 수첩 안쪽에 붙여두었던 속눈썹 한 터럭까지. 누군가의 죽음이 한번 뚫고 나간 삶의 구멍들은 어떤 노력으로도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차라리 그 사라진 부분을 오래동안 들여다보아 익숙해지는 것을 그때 나는 몰랐다.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그것으로부터 떨어져나오기 위해 달아나고, 실제로 까마득히 떨어져서 평생을 살아간다 해도, 뚫고 나간 자리는 여전히 뚫려 있으리란 것을, 다시는 감쪽같이 오므라들 수 없으리란 것을 몰랐다.-p6

 

세상은 환이고, 산다는 것은 꿈꾸는 것입니다. 그 꿈이 이렇게 이토록 생생한가. 피가 흐르고 뜨거운 눈물이 솟는가.

                                                                                                       -<희랍어시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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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가라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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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기보다 자꾸 신경쓰이는 작가가 있다면 바로 한강이다. 장르는 추리소설인데 내용은 심원한 고통의 현현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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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 도정일 산문집 도정일 문학선 1
도정일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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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런 류의 책은 안사려고 했는데.... 다시 손이 갔다. 고귀한데 쓰잘데없다는 것인지 쓰잘데없는데 고귀하다는 것인지 그 의미가 궁금하군... 이렇든 저렇든 쓰잘데없는 건 매한가지.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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