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거나 긴 그의 메모가 적힌 갱지 조각들, 그 나이에만 가질 수 있었을 경외와 열정으로 몰래 숨겨갔던 그의 머리카락 한 올, 스카치테이프로 수첩 안쪽에 붙여두었던 속눈썹 한 터럭까지.
누군가의 죽음이 한번 뚫고 나간 삶의 구멍들은 어떤 노력으로도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차라리 그 사라진 부분을 오래동안 들여다보아 익숙해지는 것을 그때 나는 몰랐다.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그것으로부터 떨어져나오기 위해 달아나고, 실제로 까마득히 떨어져서 평생을 살아간다 해도, 뚫고 나간 자리는 여전히 뚫려 있으리란 것을, 다시는 감쪽같이 오므라들 수 없으리란 것을 몰랐다.-p6
세상은 환이고, 산다는 것은 꿈꾸는 것입니다.
그 꿈이 이렇게 이토록 생생한가.
피가 흐르고 뜨거운 눈물이 솟는가.
-<희랍어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