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거짓말
이유리.임승수 지음 / 레드박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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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이 말은 괴벨스가 나치의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선전했던 말이다. <국가의 거짓말>을 읽으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란 어떤 의미일까? 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에 수록되어 있는 사실 fact가 상당히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박노자 교수가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에서 국가가 우리를 지켜주는 울타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들을 위한 국가는 없다고 단언했듯이 국가의 숨겨진 폭력성은 이 책에서도 증명된다. 영화 <실미도>에서는 국가에 버림받은 북파공작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는 사형수 출신들을 북파공작원으로 만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실 부대원 대부분이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 여기서 국가는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에 간첩을 보낸 적이 결단코 없다고 단언하지만, 진실은 남한은 북한보다 두 배 이상 간첩을 많이 보냈다는 것이다. 영화 <아저씨>에서 보면 이름도 없이 칩거하고 있는 한 남자가 주인공이다. 과거 북파공작원으로 ‘특수임무수행자’ 였지만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남자이다. 국가가 북파공작원을 거부함으로서 조국을 위해서 일했던 사람들은 정작 갈 곳이 없는 셈이 되었다.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이자 분단이 낳은 생채기의 증거인 북파공작원은 시대가 낳은 비극이다.

 

한동안 간첩사건으로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수지김의 사건에 대해서 국가가 한 거짓말은 ‘ 북한의 여간첩 수지김은 남편을 납북하려 했다’ 진실은 ‘ 여간첩의 누명을 쓴 살인 사건 피해자이다.’ 1987년 홍콩에서 사망한 수지김은 국가가 ‘국면전환용 간첩 사건’으로 조작하였다. 당시 전두환 정권하의 안기부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민주적이라는 김대중 정권하의 국정원도 재수사를 방해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수지김 일족에게 잔인했다. 온 가족이 비극으로 죽고 나서야 14년 만에 수지김의 진실은 밝혀지지만, 아마도 죽어서도 국가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학살은 전쟁이나 갈등을 겪으면서 피하기 힘든 고난이다. 인류사에 알려진 학살은 보스턴학살, 르완다의 킬링필드학살, 나치의 유대인 학살 등등 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잔인한 학살이 있다. 국가의 거짓말 ‘좌익 참여한 분들, 보도연맹에 가입하시면 다 용서해드립니다.’ 그러나 진실은 이승만 정권이 한국전쟁 발발 직후 보도연맹원 20만명을 학살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보도연맹에 가입한 사람은 좌익 전향자들이 아니라 문맹인이었던 촌민들이 상당수였다.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국민들에게 저항하지 못하게 본보기로 보여준 국가의 폭력성이란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대학생들이 등록금 마련을 위해 대부분이 서너개의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다. 고액의 대학 등록금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국가에서는 왜 반값등록금을 밀고 나가지 못할까? 4대강 사업을 하면 홍수 걱정 없다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국민들이 그토록 반대해도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걸까? 세금 깍아준다고 거짓말을 한 이유는? 부자들 감세해 주기 위해서란 것이란 진실을 알게 된다면 , 국가가 존재하는 것은 극소수의 행복만을 위해 존재하며 대다수는 불행해도 상관없다는 것이 자본주의 국가의 한계가 아닐까 한다.

 

 

2부에서는 국가가 일으키는 전쟁이 누구를 위한 전쟁을 하는 것이지를 극명하게 밝히고 있다. 호주에서 백인들이 미개한 원주민 아이들을 문명화시켜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거짓말로 원주민 아이들을 유린하였다. 원주민의 목숨을 파리 취급하여 인간 사냥을 했던 과거에 대해 2008년 미국 정부는 호주인들에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였다. 그와 비슷한 경험을 겪은 일제 강점기, 일본의 만행에 대한 사과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는 언제쯤 공식 사과를 받을까?

 

일본하면 죽음을 숭배하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그 이유중 하나가 가미카제 특공대 때문이다, 국가를 위해서, 천황폐하를 위해서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가미카제 특공대는 스스로 자원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국가의 거짓말 ‘ 천황 폐하를 위해서 기쁜 마음으로 죽었다’ 와는 달리 죽음을 강요당한 자살특공대였다. 모두 소년들로 구성되어진 자살특공대원들은 작전 초기에 반짝 효과를 보는 듯했으나 조종사의 기량이나 병기의 성능이 현저히 떨어져 오히려 적의 방어 기술의 향상을 가져왔다. 결국 자살특공대도 국가의 이익을 위해 미화하고 왜곡되었던 것이다. 국가가 일반인을 상대로 한 거짓말은 수도 없이 많다. 흑인 대상으로 매독 생체 실험을 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매독치료라고 거짓말을 했고 오키나와의 군량 확보를 위해 집단 자살을 명한 일본 정부도 있다. 게다가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이라크와 전쟁을 불사했던 미국정부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이라크에는 애초에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불사한 것은 이라크의 석유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전쟁을 먹고 자란다. 그리고 전쟁은 자본주의를 먹고 자란다. 사회가 이윤을 따라 움직이게 되면, 국가는 국민의 자원을 착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이윤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국가들은 전쟁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 p180

 

3부는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참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공기업민영화에 대한 국가의 거짓말을, 원자력 사고의 무시무시한 사고를 보면서도 국가가 원자력 안전을 홍보하는 거짓말의 속셈을, 미국이 헤셀론을 통하여 세계를 도청하고 있는 사실을 폭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국가에 대해 우매함을 가지고 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현재 자본주의 국가는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자초한 책임은 다름 아닌 국가이다. 국민들을 방패삼아 극소수의 행복을 위해 다수를 희생하고 있는 국가정책으로 자본주의는 심각한 경제위기에 봉착해 있다. <국가의 거짓말>을 읽으면서 소름끼치는 진실 fact에 온몸이 전율하는 기분에 떨어야 했다. 이 시대에 깨어있는 국민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 읽고 나면 당신 또한 속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나처럼 분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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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훈련소 - 간단하고 쉽게 글 잘 쓰는 전략
임정섭 지음 / 경향미디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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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글쓰기가 괴로운 적이 없다. 7년 전, 운전하고 가는 데 티코가 난데없이 옆구리를 박은 적이 있다. 내차는 중형차였기에 박은 차보다 많이 망가지진 않았다. 하지만 한동안 운전하면서 어디선가 갑자기 차가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운전할 때마다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지금 기분이 딱 그때와 같다. 하루 24시간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모르게 사는 사람이지만, 그 바쁜 틈을 타 글을 올리는 일이 꽤 즐거웠고 보람되었기에 부족한 줄 알면서도 열심이었다. 그리고 한 번도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오타와 비문의 지적은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오타가 나도 고치지 않은 글이 수두룩하기에 많이 찔린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은 것은 한번 멈추게 되면 두 번 다시 글을 못 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한 문장을 쓰면 이상해 보이고 같은 말을 해도 어색하기 이루 말 할 수 없어 요즘 나는 바보가 된 기분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글쓰기 책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한 인터넷서점에서 할인을 많이 해 주 길래 샀는데 이렇게 많은 도움이 될지 몰랐다. 그래서 사람은 배워야 하는 구나.

 

저자는 기자출신으로 ‘포인트 라이팅’이란 글쓰기 법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현재 서평쓰기 교육프로그램인 ‘서평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서평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서평에 대한 글쓰기의 정확한 핵심을 잘 잡아준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노트를 들고 메모를 하며 읽어야 했을 정도로 아주 유익한 책이다.

“ 첫째, 글쓰기를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일단 글을 그냥 시작해라. 되도록 분량이 많은 글을 써봐라.

글에서 전하려는 내용을 완벽하게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버려라.

일단 불완전하게라도 초벌쓰기를 하면서 좋은 생각을 얻을 수 있다.“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중에서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어렵고 교묘한 말로 글을 꾸미는 건 문장의 재앙’이라고 단언했다. 따라서 저자는 글이란 자신의 마음과 뜻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전할 수 있도록 쉽고 간략하게 짓는 것‘이라고 한다. 서평을 쓸때 가장 아쉬운 점이 점점 장문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그 점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고 있었는데 그 고민 또한 저자는 속시원하게 해결해 준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면 단문 쓰는 습관을 들이라고 한다. 이런 단문쓰기를 연습할 때도 규칙이 있다.

 

첫째, 한 문장이 가능한 두 줄을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둘째, 한 문장에는 하나의 이야기만 넣는다.

셋째, 문장이 길면 허리를 끊어 단문으로 만든다.

 

그리고 독특한 것은 마구쓰기를 해보라고 조언하는 부분이었다. 글문이 터지지 않을 때 ‘마구쓰기’를 해보면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마구쓰기는 작가가 되기 위한 글쓰기 연습과정 중 하나다. 마구쓰기는 글문을 튀우는 일이며, 내 안에 잠재된 글쓰기 능력을 계발하는 과정이다. 이것도 원칙이 있다.

 

단문으로 쓸 것, 한번 시작하면 일정 시간 멈추지 말고 쓸 것,

맞춤법을 의식하지 말 것이다.

이 과정은 일종의 ‘나 홀로 브레인스토밍’이며 주제를 정하고 쓰면 더 좋다고 한다.

 

 

윤대녕 작가가 <오직 글 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다>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서서히 내 삶에 스며들어 읽고 쓰는 행위로 인해 위로와 행복을 얻는다. 조금 부족하지만 , 다행이도 나의 글쓰기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대책 없었던 글쓰기에 반성도 되지만 아주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서평쓰기에 조금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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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2 - 가난한 성자들 조드 2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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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은 영웅이란 일상생활의 인식범위를 넘어서지 못하는 보통사람이나 전체 대중까지도 유린할 수 있는 역사적이고 성스러운 명분을 가진 인물을 영웅이라고 하고 각 시대는 그 조건에 적합한 영웅을 갖는다고 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했듯이 12세기와 13세기의 몽골에는 영웅이 필요한 시대였다. 주기적으로 불어 닥치는 조드에 의해 수많은 생명은 초원위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고 유목민들의 삶은 초토화되었다. 그럼에도 형형히 빛나는 푸른하늘의 영원함은 상대적으로 인간의 탄생, 소멸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푸른 하늘과 인간, 그 간극에 영웅 테무진이 시대를 바꾸려 서 있었다. 수많은 생명이 탄생하고 푸른 하늘 아래 머물다가 떠나가는 것처럼, 그렇게 그의 삶은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그 위로 나그네가 지나가듯이 죽음과 소멸이 스쳐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테무진은 신격화된 푸른 하늘에 의한 탄생과 소멸의 과정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은 겸손한 생명은 살릴 것이며 건방진 것들은 거둬갈 것이기에 , 조드로 더 이상 죽음에 무방비하게 있던 유목민들에게 조드를 대비하여 행동지침을 만드는 것이 테무진이 칸이 되어서 처음 한 일이다.

 

테무진이 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겨우 일곱 명의 사내로 사만 명의 군대를 만들고, 빼앗긴 아내를 찾았으며, 끝까지 전리품을 갖지 않은 이유 때문이었다. 부르 초원의 전투에서 전리품을 가지지 않았던 이유는 아내를 되찾아오기 위한 전투의 신성한 뜻이 훼손 될까 그런 것이었는데 당시 유목민들이 전투에서 전리품을 취하는 행위는 당연한 행위였기에 테무진이 값비싼 전리품들을 모두 자무카에게 양보하는 행위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회자되어 승리의 중심에 있던 자무카보다 테무진에게서 사람들은 보석같이 빛나는 인간성과 같은 신선한 감동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런 인간적인 면모를 바탕으로 하여 테무진을 따르는 유목민들이 많아지자, 그들을 통솔하기 위한 방침이 내려지게 되는데, 아마도 국가가 성립이 되면 법령이 선포가 되듯이 테무진의 행동방침은 무척이나 엄하고 무서운 권력의 모습을 보인다. 유목민의 삶에서 복수란 당연한 것으로 세대에 세습되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복수하는 것을 명예로 느꼈었던 그들의 법에 처음으로 느끼는 공권력이란 것은 사람과 사람에게 복수하는 원한관계가 아니라 복수할 대상조차 없는 무조건 복종하게 하는 권력의 힘이다.

 

 

평민과 종의 자식에게 군대를 맡기고 혈연 위주의 통치구조에서 씨족을 해체하여 능력있는 사람을 등용한다는 것은 당시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정치와 엄격한 행동방침은 유목민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함께 무조건적인 신의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짐승과 더불어 살았던 유목민의 삶이었지만, 인간답게 사는 법이 무엇인지 손수 행동으로 보여주며 억압보다는 자유와 유목민들과의 대화를 즐겨했던 칭기스칸의 능력은 어찌보면 혼혈이자 인간의 군집에 불과했던 집단을 하나의 군사공동체로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밑거름이 되어준다. 이것이 바로 칭기스칸의 이름을 영웅의 대열에 오르게 한 것이다.

 

“우리는 똑같이 희생하고 똑같이 부를 나누어 갖소. 나는 사치를 싫어하고 절제를 존중하오. 나의 소명이 중요했기에 나에게 주어진 의무도 무거웠소. 나와 나의 부하들은 늘 원칙에서 일치를 보며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굳게 결합되어 있소. 내가 사라진 뒤에도 세상에는 위대한 이름이 남게 될 것이오. 세상에는 왕들이 많이 있소. 그들은 내 이야기를 할 거요."

 

 

칭기스칸의 삶은 이 시대에게 지도자로서의 표상을 제시해준다. 역사의 흐름이 바뀌고 사회구조의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민중은 영웅을 기다린다. 과거 영웅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았을 때 많은 지식의 결과물에 의해서 영웅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인정되면서도 상당히 역설적인 사실이다. 칭기스칸의 삶 역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영웅의 삶이 아니라 숱한 생사의 고비와 혈족들의 수많은 배신이라는 과정이 결국 지도자(또는 영웅)의 큰 잣대의 완성을 해 낸 것이리라. 그의 영웅으로서의 면모는 역행이 아닌 순응의 과정, 즉 처단과 반목이 아니라 격려와 아우름으로 민중을 이끈 모습으로 보여진다.

 

물질 만능의 시대-실로 따뜻한 마음의 영웅 탄생을 기대하게끔 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시기에 칭기스칸의 모습은 진정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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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1 - 가난한 성자들 조드 1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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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의 푸른 늑대족이 사는 나라 !

거룩한 황금 뼈대가 탄생한 이야기는 알랑고아를 사랑한 달빛 사람이 시조가 된다.

 

어느 나라에나 시조가 있듯이 우리나라의 시조가 곰과 호랑이라는 토템을 바탕으로 하는 것처럼 몽골의 시조는 알랑고아라는 여인이 씨를 알 수 없는 잿빛 아이 셋을 낳으면서 시작된다. 알랑고아에게 밤마다 찾아 온 것은 다름 아닌 달빛의 사람이었으니, 몽골의 사람들은 자신의 조상이 알랑고아를 사랑한 달빛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예수게이 족장이 죽자 부족은 뿔뿔히 흩어지고 부족의 제 2인자였던 키릴툭에게 내쫓긴 테무진의 가족들은 광야에 내동댕이치게 된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자연과 싸우는 것도 힘든데 테무진을 더욱 괴롭힌 것은 배다른 형제 벡테르를 화살로 쏘아 죽인 일이다. 벡테르를 죽인 이후 생모에게 죄책감의 나날을 보내야 했으며 ,키릴툭의 집요한 추격으로 숲에서 아흐레를 숨어있어야 했으며, 결국엔 잡혀서 목에 나무칼이 채워진 채 부족민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하는 일까지 겪으면서도 테무진을 버티게 하는 것은 아버지가 꿈꾸던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갈망때문이다. 매해 불어닥치는 "조드"로 인해 광야의 생활은 척박하기만 한데....

 

고난과 역경의 세월 속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보오르추는 테무진의 세상을 이루어 줄 동반자가 되어주는데 , 보오르추는 말을 잘 다루는 , 메넨 초원에서 유명한 나코 어른의 아들이다. 나코 어른은 민심의 꼭지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말타기, 씨름, 노래 , 의술 , 못하는 게 없지만 그 중에서도 말 다루는 일에 대해서는 따를 자가 없었다. 유목민에게 말은 가축이란 존재보다 더 한 가족의 개념이다. 한 사람의 생애가 말에 오르면서 시작되고 말에서 내릴 수 없을 때 끝이 난다. 그리고 말에게 지혜를 얻는다. 그런 나코 어른의 기질을 그대로 빼다 박은 아들이 바로 보오루츠이다. 보오르추의 말을 다루는 재주는 천명의 사람을 얻은 것보다 더 값진 것이었으니, 테무진과 보오르추는 첫 만남에서 자신의 핏줄인 흰 뼈들이 오히려 가혹하게 자신을 버렸건만 처음 만난 보오르추에게 피보다 더 진한 형제애를 느낀다. 게다가 보오르추는 광야에서 테무진이 잊고 있던 아버지의 뜻을 상기시켜주고 , 둘의 만남은 우정에서 시작되어 큰 뜻을 이루는 남자들의 의기투합으로 뜻을 펼치게 된다. 보오르추에 의해 잊었던 아버지의 길을 떠올리게 되고 아주 오래 전 부족과의 약혼을 기억해 낸 테무진은 칠년 만에 약혼녀 보르테를 찾아가는데, 다행이도 보르테는 결혼하지 않은 채 아직도 테무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보르테를 데리고 오지만, 아주 오래 전 어머니 후엘른을 과거 아버지 예수게이가 납치하여 간 것에 복수를 하기 위해 칠게르가 쳐들어온다. 테무진과 다른 가족들은 모두 도망가지만, 그만 보르테는 남겨지는데 , 칠게르가 보르테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만 아내로 취해버린다. 보르테를 다시 되찾기 위해 테무진은 자무카에게 동맹을 신청하고 테무진과 자무카, 토오릴칸은 메르키드를 치기 위한 전투를 시작한다.

 

조드는 유라시아 대륙과 같은 건조지대에서 일어나는 재앙이다. 피해의 양상은 네 가지로 드러나는 데 하나는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가축이 초지를 찾을 수 없게 되는 것, 이것이 하얀 조드이다. 둘, 여름이나 가을부터 초지가 말라서 겨울 뿌리까지 고갈되는 재난, 이것을 검은 조드라 한다. 셋, 극심한 눈보라가 몇날 며칠이고 계속되거나 콧구명을 막는 흙바람 때문에 가축이 한 발작도 나다닐 수 없게 되는 재앙이 눈보라 조드이다. 넷, 일찍 내린 눈이 따뜻해지는 바람에 철철 녹아서 흐르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강추위에 아주 두꺼운 얼음이 되는 것, 그래서 눈에 번히 보이는 풀뿌리에 입도 대지 못한 채 굶어 죽는 것이 거울 조드이다.-p116

 

이 책을 읽고 꿈을 꾸었다. 거친 광야를 말을 타고 달리는 꿈이었던 것 같은데, 홀연히 세상과 마주하고 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대자연과 비교하여 한 낱 작은 존재에 불과한 인간이 현대에와서는 자연을 지배하는 모습으로 보여지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함을, 오히려 반대로 거대한 자연이 인간을 품어주고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소설이다. 소설에 비춰진 유목민의 삶은 자연의 순리 그 자체이다. 누구든 자연을 거스리는 자는 살아갈 수 없으며 자연을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은 "조드"라는 재앙을 통해 증명된다. 불의 머리를 자르지 않으며 말에게 지혜를 배우지 않는다면 거친 광야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인간이 되고, 사람과 말이 만나면 유목민이 된다.' 에서 볼 수 있듯이 유목민이란 자연과 동화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초원의 법도는 그래서 신성하다. 유목민들은 몸에 지닐 수 없는 것은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땅이나 하늘, 바람을 소유하려는 자는 세상을 훔치는 자이니, 마땅히 벌을 받는다는 초원의 법도를 통해 유목민의 세계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본다. 한 생명이 끝나면 다른 생명이 시작되고, 한 이야기가 끝나면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듯이 생명이 끝나버린 잿더미에서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것처럼 ,인간은 너무 작고 자연은 유구하다. 1권에서는 피상적으로 몽골 탄생의 신화로 시작하여 유년의 칭기스칸을 그려 놓은 것이지만 , 작가의 본심은 아마도 척박한 유목민의 삶이 단순히 힘들고 괴로운 생명의 지탱으로서가 아니라 자연의 순수와 아름다움을 알고 더불어 자연의 강력함에 무기력해지는 것 자체에도 묵묵히 순응한다는 것을 피력하려 한 듯 하다.

1권의 끝은 첫 전투에서 승리를 한 테무진이 "싸움이란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하는 것 !" 이라는 정복자로서의 자신만의 기준을 갖추게 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치밀한 구성, 짜임새 있는 줄거리, 저마다의 개성을 갖춘 매력적인 등장인물, 마치 한편의 영화가 머리 속에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특히 늑대와의 전투 장면은 늑대들의 울부짖음이 바로 귓가에서 울리는 느낌을 받을만큼 강렬했고 1권에서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2권에서의 테무진은 어떠한 모습으로 비춰질 것인가? 어설픈 예측으로 아마도 칸으로서의 초기 과정이 스펙터클하게 그려지지 않을까 싶어 내심 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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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마음 - 오래된 미술에서 찾는 우리의 심리적 기질
지상현 지음 / 사회평론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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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책을 만났다. <<한국인의 마음>>은 심리학에 기초한 미술품의 분석이다. 저자가 일본에서 야나기 무네요시가 세운 민예관에서 우리나라의 미술품을 통해서 "현대성"을 발견한 뒤로 심리적 기질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미술의 양식적 특징을 설명하는 책이다. 우선 야나기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익숙히 들어왔던 이름인데 , 한국 민예품의 아름다움과 한국의 미를 예찬한 일본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저자는 우리 미술 특히 민예품에서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는 현대성에서 수많은 미학적 변화와 실험을 거쳐 도달한 현대미술 양식과 유사한 것들이 어떻게 수백 년전 우리 장인들의 손에서 창조되었으며 서구 이성주의 미학을 모르는 선조들이 어떻게 그것을 즐길수 있는 지 궁금하였다며 민예품의 현대성이란 무엇인가로 첫 발을 뗀다.

 

 

우리 옛 미술품이 현대적이며 우리 마음속에는 옛 미술품을 현대적으로 만들고 즐길 수 있었던 어떤 감성이 오래전부터 자리잡았다고 보면 현대성이란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야한다. 우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라는 그림에서는 극적인 요소로서 삼각형 구도로 그려져 있다. 정점에서 여신의 치켜든 손과 깃발, 전면의 4명을 제외한 다른 군중들과는 크기와 선명도가 대비를 이룬다. 가장 핵심적인 대비는 밝은 포연과 이것을 배경으로 서 있는 인물간의 밝기대비이다. 현대에 오면서 매우 다양한 감각적 성질들의 대비가 미술양식의 핵심을 이루게 된다. 대비말고도 미술품의 현대성과 관련된 양식적 특징들은 비작위적 우연, 기하학적 단순성과 기증주의, 표현주의는 현대미술이 가진 주요한 양식적 특징가운데 우리 미술과 관련이 깊다고 여겨지는 것들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한국인의 기질은 매닉친화형이라고 하는데 매닉친화형은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인의 기질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한국인의 빠르고 급한 성격의 '빨리빨리'와 음주가무를 즐겨했지만 그 반면 한국의 민요는 유달리 구슬프고 '아리랑'을 부를 때 '한'이나 '서러움'을 느끼는 한국인의 기질은 열정과 흥만이 아닌 , 쌍극성이라고 해서 열정적 상태의 반대인 울의 상태, 다시 말해 기분이 가라앉고 지쳐 있는 상태가 서로 교차한다. 그래서 한국인의 기질은 변덕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사진에 보이는 미술품들을 통해 매닉친화형이라는 틀로 우리 미술을 분석하는데 이 미술품에서 보여지는 첫 단계가 바로 현대성이다. 이 현대성은 매닉친화형의 쌍극인 내향성과 외향성의 틀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 예를 들어 <백자병>이 내향성, 여성성의 갈래는 대개 순응, 천연주의적인 양식이라 부르는 것이고 사진에서 보여지는 <윤두서의 자화상>은 내향성과 남성성이 작용하여 논리적이며 질서를 중시하고 내적 통일감을 얻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진다. 이렇게 매닉친화형의 틀로서 우리의 고유 감성을 설명하게 되는데 저자는 인간이 감성적 존재이며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 그래서 선천적 감성 혹은 기질이라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미술, 더 나아가 문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기질 하면 떠오르던 성격이 급하고 불같이 화를 잘내지만 정에 약한 기질을 한 마디로 "매닉친화형"이라고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고 과거 오래된 미술품에서 느껴지는 한국인의 기질은 실로 정겹기까지 하다. 김홍도의 해학적인 그림에서부터 <달항아리>에서 품어져 나오는 은은함의 멋은 모두 한국인의 기질을 담은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우리의 미술품이다. 현대는 감성이 메마른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감성에 목말라 한다. 냉장고, 세탁기 , 가전제품들 또한 화려한 감성의 옷을 입히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TV광고 CF에서 감성멘트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문화를 이해하려는 모든 시도는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감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한국인의 심리를 아는 것 또한 감성에 대한 이해의 접근이다. 과거 우리 민족의 소박한 민예품에서 서양의 200년 뒤에 보여지는 현대성을 발견한 순간 선인들의 지혜에 감탄하며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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