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거짓말
이유리.임승수 지음 / 레드박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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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이 말은 괴벨스가 나치의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선전했던 말이다. <국가의 거짓말>을 읽으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란 어떤 의미일까? 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에 수록되어 있는 사실 fact가 상당히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박노자 교수가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에서 국가가 우리를 지켜주는 울타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들을 위한 국가는 없다고 단언했듯이 국가의 숨겨진 폭력성은 이 책에서도 증명된다. 영화 <실미도>에서는 국가에 버림받은 북파공작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는 사형수 출신들을 북파공작원으로 만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실 부대원 대부분이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 여기서 국가는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에 간첩을 보낸 적이 결단코 없다고 단언하지만, 진실은 남한은 북한보다 두 배 이상 간첩을 많이 보냈다는 것이다. 영화 <아저씨>에서 보면 이름도 없이 칩거하고 있는 한 남자가 주인공이다. 과거 북파공작원으로 ‘특수임무수행자’ 였지만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남자이다. 국가가 북파공작원을 거부함으로서 조국을 위해서 일했던 사람들은 정작 갈 곳이 없는 셈이 되었다.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이자 분단이 낳은 생채기의 증거인 북파공작원은 시대가 낳은 비극이다.

 

한동안 간첩사건으로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수지김의 사건에 대해서 국가가 한 거짓말은 ‘ 북한의 여간첩 수지김은 남편을 납북하려 했다’ 진실은 ‘ 여간첩의 누명을 쓴 살인 사건 피해자이다.’ 1987년 홍콩에서 사망한 수지김은 국가가 ‘국면전환용 간첩 사건’으로 조작하였다. 당시 전두환 정권하의 안기부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민주적이라는 김대중 정권하의 국정원도 재수사를 방해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수지김 일족에게 잔인했다. 온 가족이 비극으로 죽고 나서야 14년 만에 수지김의 진실은 밝혀지지만, 아마도 죽어서도 국가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학살은 전쟁이나 갈등을 겪으면서 피하기 힘든 고난이다. 인류사에 알려진 학살은 보스턴학살, 르완다의 킬링필드학살, 나치의 유대인 학살 등등 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잔인한 학살이 있다. 국가의 거짓말 ‘좌익 참여한 분들, 보도연맹에 가입하시면 다 용서해드립니다.’ 그러나 진실은 이승만 정권이 한국전쟁 발발 직후 보도연맹원 20만명을 학살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보도연맹에 가입한 사람은 좌익 전향자들이 아니라 문맹인이었던 촌민들이 상당수였다.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국민들에게 저항하지 못하게 본보기로 보여준 국가의 폭력성이란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대학생들이 등록금 마련을 위해 대부분이 서너개의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다. 고액의 대학 등록금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국가에서는 왜 반값등록금을 밀고 나가지 못할까? 4대강 사업을 하면 홍수 걱정 없다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국민들이 그토록 반대해도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걸까? 세금 깍아준다고 거짓말을 한 이유는? 부자들 감세해 주기 위해서란 것이란 진실을 알게 된다면 , 국가가 존재하는 것은 극소수의 행복만을 위해 존재하며 대다수는 불행해도 상관없다는 것이 자본주의 국가의 한계가 아닐까 한다.

 

 

2부에서는 국가가 일으키는 전쟁이 누구를 위한 전쟁을 하는 것이지를 극명하게 밝히고 있다. 호주에서 백인들이 미개한 원주민 아이들을 문명화시켜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거짓말로 원주민 아이들을 유린하였다. 원주민의 목숨을 파리 취급하여 인간 사냥을 했던 과거에 대해 2008년 미국 정부는 호주인들에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였다. 그와 비슷한 경험을 겪은 일제 강점기, 일본의 만행에 대한 사과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는 언제쯤 공식 사과를 받을까?

 

일본하면 죽음을 숭배하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그 이유중 하나가 가미카제 특공대 때문이다, 국가를 위해서, 천황폐하를 위해서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가미카제 특공대는 스스로 자원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국가의 거짓말 ‘ 천황 폐하를 위해서 기쁜 마음으로 죽었다’ 와는 달리 죽음을 강요당한 자살특공대였다. 모두 소년들로 구성되어진 자살특공대원들은 작전 초기에 반짝 효과를 보는 듯했으나 조종사의 기량이나 병기의 성능이 현저히 떨어져 오히려 적의 방어 기술의 향상을 가져왔다. 결국 자살특공대도 국가의 이익을 위해 미화하고 왜곡되었던 것이다. 국가가 일반인을 상대로 한 거짓말은 수도 없이 많다. 흑인 대상으로 매독 생체 실험을 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매독치료라고 거짓말을 했고 오키나와의 군량 확보를 위해 집단 자살을 명한 일본 정부도 있다. 게다가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이라크와 전쟁을 불사했던 미국정부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이라크에는 애초에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불사한 것은 이라크의 석유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전쟁을 먹고 자란다. 그리고 전쟁은 자본주의를 먹고 자란다. 사회가 이윤을 따라 움직이게 되면, 국가는 국민의 자원을 착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이윤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국가들은 전쟁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 p180

 

3부는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참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공기업민영화에 대한 국가의 거짓말을, 원자력 사고의 무시무시한 사고를 보면서도 국가가 원자력 안전을 홍보하는 거짓말의 속셈을, 미국이 헤셀론을 통하여 세계를 도청하고 있는 사실을 폭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국가에 대해 우매함을 가지고 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현재 자본주의 국가는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자초한 책임은 다름 아닌 국가이다. 국민들을 방패삼아 극소수의 행복을 위해 다수를 희생하고 있는 국가정책으로 자본주의는 심각한 경제위기에 봉착해 있다. <국가의 거짓말>을 읽으면서 소름끼치는 진실 fact에 온몸이 전율하는 기분에 떨어야 했다. 이 시대에 깨어있는 국민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 읽고 나면 당신 또한 속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나처럼 분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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