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난 시체의 밤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박재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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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Money.............

언젠가 놈의 발아래에 BIG MONEY 를 내던져주마

Money .............

공포영화나 추리소설, 둘 다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여름에는 꼭 보아주어야 하는 장르라는 인식이 언제부터 든 걸까. 실제로 공포가 체감온도를 내려주는가에 대한 이색적인 실험을 하였는데 공포와 체감온도는 아무 연관성이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 밤의 공포는 그냥 꼭 체험해야하는 의례가 되어가는 듯 하다. 요즘 들어 공포문학이 땡기는 거 보니 ^^;; <토막난 시체의 밤>은 소개글을 보고 <화차>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였는데, 전개나 구성은 전혀 다르다. 네명의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이런 구성의 장점은 감정이입이 쉽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그리고 여류작가라 그런지 무척 감각적인 글이라 몰입도도 높지만 심리묘사가 무척 뛰어나다. 화차의 주인공은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채 사채빚을 지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타인의 삶을 흉내내는 삶의 모습이지만 <토막난 시체의 밤>의 주인공은 자본주의 사회에 자신도 모르는 욕망에 충실하게 되면서 나락에 빠진 케이스이다. 한마디로 이 책의 주인공 사바쿠는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욕망의 결집채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를 보편적 매춘의 시대라고 지적하였는데 이것은 성적으로 몸을 팔지 않았을 뿐 , 결국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는 자본주의의 현실을 말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자본주의사회의 자화상을 예리하게 반추한다.

 

고독.

이것은 솔로인가.론리인가.

알게 뭐람.

 

<사바쿠>

평범한 한 소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였던 소녀는 부모가 죽고  성장하여 조그마한 회사에 출근하게 된다. 아름다운 여인이 광고에 나와 이뻐질 수 있다는 광고는 아이를 유혹하고 아이는 소비자금융대출을 받을 때마다 이뻐진다. 그러나, 대출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회사도 그만두게 되고 순식간에 세상의 밑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

 

<사토루>

사랑받지 못한 한 소년, 문학을 사랑하고 영특하였지만,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고 더러운 오두막에서 벗어나  탈출하고 싶다. 소년은 오두막을 떠나던 날 자신을 죽이려 했던 엄마에게 받은 충격이 깊은 트라우마로 자리잡게 되고,  오두막을  벗어나 도망친 곳은 더럽고 좁디 좁은 공간인 오래된 고서점 이층 나미다테이 하숙집이었다. 도망가든 안가든 외롭고 고독한 것은 똑같은 처지였던 소년은 돈많은 아내와 결혼하면서 하얗고 투명한 요새같은 집을 얻게 된다. 그러나, 소년을 짓누르던 우울함은 여전히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주름이 얼굴의 반을 덮어도 남아있다는 걸... 자신만 모른다.

 

<사바쿠vs사토루 만남>

여전히 우울하고 고독한 그림자를 끼고 다니는 사토루는 고급외투를 입고 명품으로 치장하여 오래 전 기억을 되살려 전문서적을 구하기 위해 고서점 나미다테이에 우연히 발걸음을 하고, 그곳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여자 사바쿠를 보고 알수 없는 감정에 빠져든다. 완벽한 바디라인을 가지고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상하리만치 젊음이 없는 ,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늙은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야하나.

 

"사랑할 수 없어."

 

사바쿠와 사토루는 기이한 사랑을 한다.아니 그냥 만난다. 사바쿠는 더이상 떨어질 수 없는 세상의 밑바닥에서 희망없이 하루하루를 그냥 연명하고 있을 뿐이고, 고급으로 치장하였지만, 빚에 쪼들리고 있을 뿐인 허울좋은 대학교수일 뿐이었다. 사바쿠는 자신을 더러운 곳에서 빼내줄 구원자로 사토루를 받아들였지만, 사토루는 사바쿠에게서 그저 오랜 트라우마의 존재 엄마의 냄새를 맡았을 뿐이다. 그저 둘은 서로  고독과 외로움만을 공유하는 사이. (그럼 사랑하는 사이 아닌가?)

 

 인터넷 신문 메인에 누군가가 사체를 유기했다는 글이 올라와있다. 과거 '토막난 시체'라는 말은 가끔 이런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특수한 단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뉴스나 대중매체를 통해 간간히  접하는  단어가 되었고  원인은  바로 '돈'에 의한 것이다. 토막난 시체 어쩌면  우리 사회의 서글픈 단면을 말해주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에서 자본, '즉' 돈이 인간의 뿌리깊은 본성까지 파고들어 인성을 파괴하는 과정을 그려주고 있어,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물질만능주의가 준 폐해까지 자연스레 떠올려보게 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저자 마이클 샌델이 말하자고 했던 것도 이제는 사람들이  사고 팔 수 없는 것까지 사고 파려는 사고(시장사회)가 강하게 인식되고 있다고 했듯이 도덕적인 가치는 희미해지고 있는 사회에서 돈이 최고인 사회의 모습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는 소설이다. 사쿠라바 가즈키의 소설은 처음 읽었는데 사회를 꿰뚫는 예리한 시선과 감각적인 심리묘사가 무척 인상적으로 남는 작가이다. 무료하고 지루할 때 읽기엔 그만인 소설일 듯 하다.

 

"돈이라는 것에는 폭력성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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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3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정지현 옮김, 천은실 그림 / 인디고(글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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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마법이 있어 . 마법이 나를 튼튼하게 만들고 있어. 느껴져.느낄 수 있어!"

 

오래 전 읽었던  비밀의 화원이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열세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비밀의 화원은 자연의 영롱함과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이 마법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동화이다.이 책은 벌써 여러 번 읽었는데, 다시 읽어도 감동이 여전하다. 게다가 책이 너무 앙증맞아 손안에 쏙 들어오는데다, 책에 실려있는 그림들 또한 너무 이쁘고 귀엽다.  <비밀의 화원>의 저자 프랜시스 버넷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 오랫동안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생계를 위해 여러 잡지에 글을 기고하기 시작하였고 『소공자』,『소공녀』를 통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비밀의 화원』으로 작가로서의 이름을 길이 남기게 되었다. 대부분 버넷의 소설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하여  미성숙에서 성숙하기 위한  통과의례인  성장과정의 아픔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는데다가 어른들에게는  순수한 동심의 세계의 감동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기에 아마도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소설 집필 당시 인도가 영국령에 있을 시대로 영국인이었던 아버지가 인도에서 근무하던 중  콜레라로 인해 모두 죽고 메리 혼자 살아남은 뒤,  친척 고모부의 미셀와이트 저택에 가게 되면서 겪는 내용이다. 인도 방갈로에서 하녀와 하인들의 둘러싸여 왕과 같은 대우를 받았던 메리는 옷도 스스로 입을 줄 모르는 버릇 없고 심술 맞을 뿐만아니라 아주 못생기까지 하고, 삐쩍 마르기까지 하였다. 파티를 좋아하고 아름다웠던 메리의 엄마는 못생긴 메리를 방치하다시피 하였고 병약하였던 아버지 역시 메리를 찾지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였기에  당연히 사랑 할 줄 모르는 아이로 자란 것이다.

 

지은 지 600년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 미셀스와이트에는 수백개의 방과 수많은 뜰이 있었지만, 딱 한 곳 금지된 뜰이 있었는데, 어느 날, 뜰에 나가 놀던 메리의 눈에 붉은 가슴새가 금지된 뜰의 열쇠를 알려주고 ,황폐한 황무지같은 그곳을 메리는 처음으로 자신의 손으로 아름답게 꾸미기로 한다. 엉성퀴를 뽑고 장미를 심고, 아름다운 수선화를 심고, 생전 처음 정원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되는데.. 메리는 자연과 함께 하면서 변화해 가고 있는 자신을 깨닫게 된다. 마치 자연이 부리는  마법에 걸린 것처럼...

 

 

얘야, 네가 장미를 가꾸는 곳에는 

                                                    엉겅퀴가 자랄 수 없단다.

 

그러나, 미셀스와이트의 주인 고모부 크레이븐 경은 곱사등으로 사랑하던 아내가 죽고 나자, 삶의 의욕을 잃은 채 어두운 방에 틀어박혀 밖에 나오지 않은 채 생활하고 있었고, 아버지를 닮아 곱사등이 될까 두려운 아들 콜린은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은 채, 히스테리와 함께 병약해져가만 갔는데, 저택의 모든 사람이 콜린이 걷지 못할 뿐 아니라, 등에 혹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어느 날, 콜린의 히스테리 부리는 모습을 보게 된 메리는 자신이 인도에 있었을 때의 모습을 콜린에게서 보자, 똑같은 심술로 콜린을 일깨운다. 이제까지 자신이 아프다고만 생각했던 콜린은 메리의 질책에 자신이 병이 없음을 깨닫고 메리와 함께 마법을 부리는 일에 동참하기로 한다. 매일 같이 뜰에서 벌어지는 마법같은 일들, 새싹이 올라오고,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고, 새와 노래하는 일로 인해서 아이들의 마음속에 마법과 같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죽어가던 콜린의 회색빛이었던  뺨은 붉게 변하고  삐쩍 마르고 심술궂었던 메리의 얼굴은 생기 가득한 핑크빛으로 물들어가며 순수하고  맑고, 밝고, 아름답게 성장해 가는 모습을 통해 가슴 가득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따뜻해…… 따뜻해! 연둣빛 새싹이 계속 올라오고 구근이랑 뿌리도 흙 속에서 힘차게 움직이고 있을 거야.”

 

아이들에게 자연이 주는 위대함은 어떤 교훈보다도 더 가치가 있다. 인터넷에 무방비로 방치된 현대를 사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은 어쩌면 어른들의 잘못이 더 클수도 있다. 태어나고 자라고 소멸하는 자연의 법칙을 알지 못하기에  감성은  메말라가고 지성만 발달하여 사회가 더 냉정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고 자기밖에 모르는 메리의 모습에서 요즘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설핏 스치기도 하였다. 생기 넘치는 웃음을 아이들이 짓지 않으면, 이 세상에 누가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 간만에 다시 만난 비밀의 화원은 어른이 되어서도 삶의 진정한 가치와 자연을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가 곳곳에 숨어있었다. 자연과 더불어 상처가 치유되고 아름답게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비밀의 화원》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동화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스듬히 스며드는 신비로운 황금빛 고요함이, 아무리 애를 써도 잘 들리지 않는 말을 천천히 쉬지 않고 해주는 바로 그때이다. 수없이 많은 별이 기다리고 지켜보는 검푸른 밤하늘의 한없는 고요함도 그런 믿음을 준다. 때로는 누군가의 눈빛을 보면서도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다.-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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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과 비판
최고원 지음 / 인간사랑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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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의 유명한 철학자들의 학문적 논쟁과 더불어 철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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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과 비판
최고원 지음 / 인간사랑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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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과 비판> 이 책은 ‘세기의 논쟁’ 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논쟁’으로 꼽힌 가다머와 하버마스의 학문적 말싸움을 토대로 철학적 해석학을 창시한 가다머의 해석에 대한 논리와 ‘비판으로서의 철학’으로 모든 철학을 비판한 하버마스를 통해 '학문의 진리'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집필한 책이다. 

 

먼저 학문적인 가장 기본적인 특성은 그것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문적인 것은 객관성을 가장 기본적인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학문의 일반적인 성격을 객관성으로 규정하고 정신과학과 자연과학 모두에게 그것을 요구하여 보면, 정신과학에서는 객관적 인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학문의 기본적인 특성으로서 ‘객관성’은 학문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는 기준으로서 그다지 완벽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여기서 저자는  학문의 이해란 우리가 역사성 속에서, 혹은 역사성을 가지고 존재를 경험하는 것으로 정리하였는데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역사성의 이해는 자연스럽게 우리 삶의 역사의 한 부분이 되었으며, 그런 역사를 바탕으로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이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해는 ‘역사성을 본질로 하는 나’ 그리고 그런 ‘나에게 드러나는 존재’ 이 둘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사건이다. 이런 역사성은 내가 나 자신의 삶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이해는 언제나 그런 삶의 역사 위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보았다. 이것을 가다머는  우리의 모든 생각은 선입견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의 본질인 이상 우리에게 선입견을 극복할 방법이란 없다. 따라서 가다머의 말을 학문적 기준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역사성이 선입견으로 작용하고 있는 한, 우리의 학문적 숙고는 이미 모두 선입견의 때가 묻은 결과물로 볼 수 있으며, 그 때를 벗기려는 노력 역시 결국 학문적 활동이라고 볼 때, 학문적으로 숙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존재의 드러남을 통해서 진리를 경험할 수 있다는 우리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가다머는 우리를 ‘이해하는 존재’로 규정하였는데 결국 우리는 평생 동안 이해를 경험하면서 살아가는 그런 존재라는 의미이다. 이런 이해의 발생과정을 가다머는 지평융합이라는 상당히 독특한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지평융합'이란 텍스트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해를 그것들이 우리의 현대 상황에 대해 갖는 의의와 통합하는 것이다. 텍스트란 늘 역사적인 것이고, 주어진 시간의 특수한 언어로 쓰여진 것이다.

 

이해가 발생했다는 것은 한편으로 ‘지평융합’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이해란, 이해가 이해가는 것이다.

 

가다머는 이해가 언제나 특정한 지평위에서 발생한다는 것, 그리고 그 지평이 이해의 발생과정에서 선입견으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그의 주장이 옳다면 이해의 기반이 선입견인 한, 이해는 자연스럽게 역사성을 갖게 될 것이다. ‘이해의 역사성’은 이해의 과정이 전통을 경험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가다머는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하고 있는 존재로 파악했으며, 바로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바로 이해하는 존재, 즉 ‘이해함’인 것이다.

 

 

철학은 비판으로서의 철학이 될 때, 휠씬 큰 역할과 할 일이 주어진다.

 

 

사회과학에서 비판이란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의 표면 뒤에 숨어 있는 ‘이면’ 또는 정상적으로 보이도록 꾸며진 어떤 것의 ‘배후’를 찾아내는 것이다. 비판으로서의 철학이라는 화두로 현재까지도 하버마스는 지치지 않고 모든 철학적 전통을 비판해 왔다. 하버마스는 선입견이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이해의 과정을 관찰하고 반성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했다. 그러러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연히 ‘이해로부터 빠져나와 그것과 거리를 두고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를 유의미한 존재로서 규정하고, 거기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라는 가다머의 주장에 대해서 하버마스는 비판으로서 철학이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어떻게든 새로운 길을 찾아보는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결국 하버머스도 가다머의 주장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가 마지막 글에 하버마스의 ‘역사적 의식’은 영향사적 의식인 우리가 우리의 수동적이거나 무기력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하나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고 하였듯이 학문이란 서로 비판과 견제 혹은 논쟁을 통해 더 나은 것을 향해 발달해가는 과정을 통하여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학문의 진리가 아닐까한다. <해석과 비판>을 통해 세기의 논쟁이라 불리우는 가다머와 하버마스의 철학은 무척 흥미로왔다. ( 사족으로 가다머는 2002년 사망하였고, 하버마스는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이라는 사실. 그러므로 하버마스 비판 철학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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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부식 열도 1 금융 부식 열도 시리즈 1
다카스기 료 지음, 이윤정 옮김 / 펄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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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사이즈의 <금융부식열도> 는 거품경제가 꺼진 일본 금융의 부패와 그 안에서 회생을 꿈꾸는 은행간부의 투쟁이 주요 내용으로 경제소설 전문가인 다카스기 료의 일본 금융소설 대표작이다. 최근 제 2금융권의 연쇄적인 부도와 파산으로 인해 금융권에 대한 인식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읽게 된 금융부식열도는 아마도 은행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속화시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금융인들의 부정과 부패에 대하여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도라노몬 지점에서 성실하고 평탄한 직장생활을 해오던 주인공 다케나케에게 어느 날 , 교리쓰 은행으로의 발령은 이해할 수 없는 발령이었다. 그것도 담당하던 업무였던 대출이나 융자담당도 아닌 대외적인 근무명은 은행주주총회에서 여론을 장악하는 총회꾼들을 전담하는 섭외반근무이지만, 그에게 떨어진 실질적 근무명령은 교리쓰 은행 스즈키 회장의 딸 마사오와의 내연관계에 있는 가와구치의 불륜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끔 처리하는 것이 주요임무이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야쿠자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확실한 가와구치가 회장 딸을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자신이 운영하는 마사오회관(웨딩샾)15억엔이라는 융자를 해달라며 조르고 있는 상황이다. 다케나케는 가와구치를 만난 후, 사랑에 눈먼 부잣집 딸이 산전수전 다 겪은 가와구치의 덫에 빠져 정신 못 차리는 모습을 보며, 조직폭력배와 연관성을 떠올리며 어쩔 수 없이 담보 없는 부정대출을 해주기로 한다.

 

스즈키회장의 오른 팔 격으로 사내에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며 명실상부 회장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리고 있는 비서역의 가토와 다카나케와 입행동기로 엘리트 코스로 승승장구하며 회사에서 차차차기 회장으로 자신감 넘치며 패기만만한 스기모토와 함께 스즈키회장의 스캔들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회사의 비리와 연계되어 있는 중견간부들과는 달리 은행원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가며 청렴결백한 모습을 다케나케를 통해 볼 수 있는데 다케나케와 스기모토의 대화를 통해 일본의 금융에 대한 부패상을 날카롭게 고발하는 내용과 더불어 은행 상층부의 은밀한 움직임이라든지. 거품 경제가 꺼지자마자 불어 닥친 일본 금융계의 어두운 음영과 거품 회생을 위한 부정 융자, 부분별한 경영에 따른 주택 전문 금융의 몰락, 은행 총회의 지저분한 실상, 정부 고관들에 대한 부당 접대 등, 은행의 여러 이면들을 이 소설로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민음사가 새로 펴낸 문고본 브랜드의 이름이 '펄프'. 조선일보에서는 이 펄프의 출간에 대해서 ‘ B급 소설의 귀환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무척 탁월한 설명이다. 20세기 초반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미국의 싸구려 장르소설을 B급이라고 칭하는데 저렴한 갱지에 인쇄되어 대중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판타지나 갱, 미스터리, 추리물, 어드벤터, 서부물, 스포츠 소설들이 주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굉장히 흥미진진하기에 여름에 읽기에는 그만인 소설들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인지 <금융부식열도> 는 첫 시작부터 몰입도가 상당하다. 겨냥 타겟이 30,40대 남성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책을 보면 이해가 저절로 ^^;; 적당히 야하고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들이 적절히 잘 배합되어 있어 아마도 아저씨들이 이 책 첫 장을 펼치면 밤잠을 설쳐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 ^^ 마치 흥미진진한 블럭버스터급의 영화를 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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