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과 비판
최고원 지음 / 인간사랑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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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과 비판> 이 책은 ‘세기의 논쟁’ 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논쟁’으로 꼽힌 가다머와 하버마스의 학문적 말싸움을 토대로 철학적 해석학을 창시한 가다머의 해석에 대한 논리와 ‘비판으로서의 철학’으로 모든 철학을 비판한 하버마스를 통해 '학문의 진리'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집필한 책이다. 

 

먼저 학문적인 가장 기본적인 특성은 그것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문적인 것은 객관성을 가장 기본적인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학문의 일반적인 성격을 객관성으로 규정하고 정신과학과 자연과학 모두에게 그것을 요구하여 보면, 정신과학에서는 객관적 인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학문의 기본적인 특성으로서 ‘객관성’은 학문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는 기준으로서 그다지 완벽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여기서 저자는  학문의 이해란 우리가 역사성 속에서, 혹은 역사성을 가지고 존재를 경험하는 것으로 정리하였는데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역사성의 이해는 자연스럽게 우리 삶의 역사의 한 부분이 되었으며, 그런 역사를 바탕으로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이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해는 ‘역사성을 본질로 하는 나’ 그리고 그런 ‘나에게 드러나는 존재’ 이 둘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사건이다. 이런 역사성은 내가 나 자신의 삶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이해는 언제나 그런 삶의 역사 위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보았다. 이것을 가다머는  우리의 모든 생각은 선입견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의 본질인 이상 우리에게 선입견을 극복할 방법이란 없다. 따라서 가다머의 말을 학문적 기준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역사성이 선입견으로 작용하고 있는 한, 우리의 학문적 숙고는 이미 모두 선입견의 때가 묻은 결과물로 볼 수 있으며, 그 때를 벗기려는 노력 역시 결국 학문적 활동이라고 볼 때, 학문적으로 숙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존재의 드러남을 통해서 진리를 경험할 수 있다는 우리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가다머는 우리를 ‘이해하는 존재’로 규정하였는데 결국 우리는 평생 동안 이해를 경험하면서 살아가는 그런 존재라는 의미이다. 이런 이해의 발생과정을 가다머는 지평융합이라는 상당히 독특한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지평융합'이란 텍스트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해를 그것들이 우리의 현대 상황에 대해 갖는 의의와 통합하는 것이다. 텍스트란 늘 역사적인 것이고, 주어진 시간의 특수한 언어로 쓰여진 것이다.

 

이해가 발생했다는 것은 한편으로 ‘지평융합’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이해란, 이해가 이해가는 것이다.

 

가다머는 이해가 언제나 특정한 지평위에서 발생한다는 것, 그리고 그 지평이 이해의 발생과정에서 선입견으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그의 주장이 옳다면 이해의 기반이 선입견인 한, 이해는 자연스럽게 역사성을 갖게 될 것이다. ‘이해의 역사성’은 이해의 과정이 전통을 경험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가다머는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하고 있는 존재로 파악했으며, 바로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바로 이해하는 존재, 즉 ‘이해함’인 것이다.

 

 

철학은 비판으로서의 철학이 될 때, 휠씬 큰 역할과 할 일이 주어진다.

 

 

사회과학에서 비판이란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의 표면 뒤에 숨어 있는 ‘이면’ 또는 정상적으로 보이도록 꾸며진 어떤 것의 ‘배후’를 찾아내는 것이다. 비판으로서의 철학이라는 화두로 현재까지도 하버마스는 지치지 않고 모든 철학적 전통을 비판해 왔다. 하버마스는 선입견이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이해의 과정을 관찰하고 반성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했다. 그러러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연히 ‘이해로부터 빠져나와 그것과 거리를 두고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를 유의미한 존재로서 규정하고, 거기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라는 가다머의 주장에 대해서 하버마스는 비판으로서 철학이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어떻게든 새로운 길을 찾아보는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결국 하버머스도 가다머의 주장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가 마지막 글에 하버마스의 ‘역사적 의식’은 영향사적 의식인 우리가 우리의 수동적이거나 무기력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하나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고 하였듯이 학문이란 서로 비판과 견제 혹은 논쟁을 통해 더 나은 것을 향해 발달해가는 과정을 통하여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학문의 진리가 아닐까한다. <해석과 비판>을 통해 세기의 논쟁이라 불리우는 가다머와 하버마스의 철학은 무척 흥미로왔다. ( 사족으로 가다머는 2002년 사망하였고, 하버마스는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이라는 사실. 그러므로 하버마스 비판 철학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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