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부식 열도 1 금융 부식 열도 시리즈 1
다카스기 료 지음, 이윤정 옮김 / 펄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조그마한 사이즈의 <금융부식열도> 는 거품경제가 꺼진 일본 금융의 부패와 그 안에서 회생을 꿈꾸는 은행간부의 투쟁이 주요 내용으로 경제소설 전문가인 다카스기 료의 일본 금융소설 대표작이다. 최근 제 2금융권의 연쇄적인 부도와 파산으로 인해 금융권에 대한 인식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읽게 된 금융부식열도는 아마도 은행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속화시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금융인들의 부정과 부패에 대하여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도라노몬 지점에서 성실하고 평탄한 직장생활을 해오던 주인공 다케나케에게 어느 날 , 교리쓰 은행으로의 발령은 이해할 수 없는 발령이었다. 그것도 담당하던 업무였던 대출이나 융자담당도 아닌 대외적인 근무명은 은행주주총회에서 여론을 장악하는 총회꾼들을 전담하는 섭외반근무이지만, 그에게 떨어진 실질적 근무명령은 교리쓰 은행 스즈키 회장의 딸 마사오와의 내연관계에 있는 가와구치의 불륜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끔 처리하는 것이 주요임무이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야쿠자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확실한 가와구치가 회장 딸을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자신이 운영하는 마사오회관(웨딩샾)15억엔이라는 융자를 해달라며 조르고 있는 상황이다. 다케나케는 가와구치를 만난 후, 사랑에 눈먼 부잣집 딸이 산전수전 다 겪은 가와구치의 덫에 빠져 정신 못 차리는 모습을 보며, 조직폭력배와 연관성을 떠올리며 어쩔 수 없이 담보 없는 부정대출을 해주기로 한다.

 

스즈키회장의 오른 팔 격으로 사내에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며 명실상부 회장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리고 있는 비서역의 가토와 다카나케와 입행동기로 엘리트 코스로 승승장구하며 회사에서 차차차기 회장으로 자신감 넘치며 패기만만한 스기모토와 함께 스즈키회장의 스캔들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회사의 비리와 연계되어 있는 중견간부들과는 달리 은행원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가며 청렴결백한 모습을 다케나케를 통해 볼 수 있는데 다케나케와 스기모토의 대화를 통해 일본의 금융에 대한 부패상을 날카롭게 고발하는 내용과 더불어 은행 상층부의 은밀한 움직임이라든지. 거품 경제가 꺼지자마자 불어 닥친 일본 금융계의 어두운 음영과 거품 회생을 위한 부정 융자, 부분별한 경영에 따른 주택 전문 금융의 몰락, 은행 총회의 지저분한 실상, 정부 고관들에 대한 부당 접대 등, 은행의 여러 이면들을 이 소설로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민음사가 새로 펴낸 문고본 브랜드의 이름이 '펄프'. 조선일보에서는 이 펄프의 출간에 대해서 ‘ B급 소설의 귀환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무척 탁월한 설명이다. 20세기 초반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미국의 싸구려 장르소설을 B급이라고 칭하는데 저렴한 갱지에 인쇄되어 대중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판타지나 갱, 미스터리, 추리물, 어드벤터, 서부물, 스포츠 소설들이 주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굉장히 흥미진진하기에 여름에 읽기에는 그만인 소설들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인지 <금융부식열도> 는 첫 시작부터 몰입도가 상당하다. 겨냥 타겟이 30,40대 남성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책을 보면 이해가 저절로 ^^;; 적당히 야하고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들이 적절히 잘 배합되어 있어 아마도 아저씨들이 이 책 첫 장을 펼치면 밤잠을 설쳐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 ^^ 마치 흥미진진한 블럭버스터급의 영화를 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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