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3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정지현 옮김, 천은실 그림 / 인디고(글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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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마법이 있어 . 마법이 나를 튼튼하게 만들고 있어. 느껴져.느낄 수 있어!"

 

오래 전 읽었던  비밀의 화원이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열세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비밀의 화원은 자연의 영롱함과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이 마법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동화이다.이 책은 벌써 여러 번 읽었는데, 다시 읽어도 감동이 여전하다. 게다가 책이 너무 앙증맞아 손안에 쏙 들어오는데다, 책에 실려있는 그림들 또한 너무 이쁘고 귀엽다.  <비밀의 화원>의 저자 프랜시스 버넷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 오랫동안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생계를 위해 여러 잡지에 글을 기고하기 시작하였고 『소공자』,『소공녀』를 통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비밀의 화원』으로 작가로서의 이름을 길이 남기게 되었다. 대부분 버넷의 소설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하여  미성숙에서 성숙하기 위한  통과의례인  성장과정의 아픔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는데다가 어른들에게는  순수한 동심의 세계의 감동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기에 아마도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소설 집필 당시 인도가 영국령에 있을 시대로 영국인이었던 아버지가 인도에서 근무하던 중  콜레라로 인해 모두 죽고 메리 혼자 살아남은 뒤,  친척 고모부의 미셀와이트 저택에 가게 되면서 겪는 내용이다. 인도 방갈로에서 하녀와 하인들의 둘러싸여 왕과 같은 대우를 받았던 메리는 옷도 스스로 입을 줄 모르는 버릇 없고 심술 맞을 뿐만아니라 아주 못생기까지 하고, 삐쩍 마르기까지 하였다. 파티를 좋아하고 아름다웠던 메리의 엄마는 못생긴 메리를 방치하다시피 하였고 병약하였던 아버지 역시 메리를 찾지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였기에  당연히 사랑 할 줄 모르는 아이로 자란 것이다.

 

지은 지 600년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 미셀스와이트에는 수백개의 방과 수많은 뜰이 있었지만, 딱 한 곳 금지된 뜰이 있었는데, 어느 날, 뜰에 나가 놀던 메리의 눈에 붉은 가슴새가 금지된 뜰의 열쇠를 알려주고 ,황폐한 황무지같은 그곳을 메리는 처음으로 자신의 손으로 아름답게 꾸미기로 한다. 엉성퀴를 뽑고 장미를 심고, 아름다운 수선화를 심고, 생전 처음 정원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되는데.. 메리는 자연과 함께 하면서 변화해 가고 있는 자신을 깨닫게 된다. 마치 자연이 부리는  마법에 걸린 것처럼...

 

 

얘야, 네가 장미를 가꾸는 곳에는 

                                                    엉겅퀴가 자랄 수 없단다.

 

그러나, 미셀스와이트의 주인 고모부 크레이븐 경은 곱사등으로 사랑하던 아내가 죽고 나자, 삶의 의욕을 잃은 채 어두운 방에 틀어박혀 밖에 나오지 않은 채 생활하고 있었고, 아버지를 닮아 곱사등이 될까 두려운 아들 콜린은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은 채, 히스테리와 함께 병약해져가만 갔는데, 저택의 모든 사람이 콜린이 걷지 못할 뿐 아니라, 등에 혹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어느 날, 콜린의 히스테리 부리는 모습을 보게 된 메리는 자신이 인도에 있었을 때의 모습을 콜린에게서 보자, 똑같은 심술로 콜린을 일깨운다. 이제까지 자신이 아프다고만 생각했던 콜린은 메리의 질책에 자신이 병이 없음을 깨닫고 메리와 함께 마법을 부리는 일에 동참하기로 한다. 매일 같이 뜰에서 벌어지는 마법같은 일들, 새싹이 올라오고,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고, 새와 노래하는 일로 인해서 아이들의 마음속에 마법과 같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죽어가던 콜린의 회색빛이었던  뺨은 붉게 변하고  삐쩍 마르고 심술궂었던 메리의 얼굴은 생기 가득한 핑크빛으로 물들어가며 순수하고  맑고, 밝고, 아름답게 성장해 가는 모습을 통해 가슴 가득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따뜻해…… 따뜻해! 연둣빛 새싹이 계속 올라오고 구근이랑 뿌리도 흙 속에서 힘차게 움직이고 있을 거야.”

 

아이들에게 자연이 주는 위대함은 어떤 교훈보다도 더 가치가 있다. 인터넷에 무방비로 방치된 현대를 사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은 어쩌면 어른들의 잘못이 더 클수도 있다. 태어나고 자라고 소멸하는 자연의 법칙을 알지 못하기에  감성은  메말라가고 지성만 발달하여 사회가 더 냉정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고 자기밖에 모르는 메리의 모습에서 요즘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설핏 스치기도 하였다. 생기 넘치는 웃음을 아이들이 짓지 않으면, 이 세상에 누가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 간만에 다시 만난 비밀의 화원은 어른이 되어서도 삶의 진정한 가치와 자연을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가 곳곳에 숨어있었다. 자연과 더불어 상처가 치유되고 아름답게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비밀의 화원》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동화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스듬히 스며드는 신비로운 황금빛 고요함이, 아무리 애를 써도 잘 들리지 않는 말을 천천히 쉬지 않고 해주는 바로 그때이다. 수없이 많은 별이 기다리고 지켜보는 검푸른 밤하늘의 한없는 고요함도 그런 믿음을 준다. 때로는 누군가의 눈빛을 보면서도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다.-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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