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역사
조성권 지음 / 인간사랑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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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휴트니 휴스턴의 자택 사진이 공개된 적이 있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대중스타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은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면 할수록 인기의 척도가 가늠되곤 한다. 그 사진에 경악하였던 것은 마약중독의 심각성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약중독을 다룬 영화에 익숙해서인지 몰라도 한국은 그래도 청정지역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도 마약중독으로 인한 연예인들의 구속을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하지만 반면에 모르핀은 환자들에게 진통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도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는 마약의 선악은 복용비율에 따라 선약도 될 수 있고 독약도 될 수 있다고 경고한 히포크라테스의 격언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마약의 역사의 서문에 저자는 마약에 대한 역사가 심도 있게 다루야 하는 이유는 인류역사의 객체로서 엄연히 상호관계가 적용되며 인류의 역사와 함께 걸어왔기 때문인데 안타깝게도 마약학을 사회과학 혹은 자연과학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인문학 분야에서도 관심을 두지 않고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마약의 역사를 취급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마약의 역사는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런 연유로 기존에 다루지 않은 마약도 역사의 한 객체로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임을 밝힌다.

 

서론에서 마약이 인류 진화를 이끌었다는 주장을 소개하는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 환각제 연구로 유명한 미국 철학자 테렌스 매케나는 식물 속 환각성분의 효능을 발견한 마약 원숭이들이 이를 섭취해 뇌를 자극함으로써 인류로 진화를 이뤘다는 놀라운 가설을 말한다.

 더 흥미 있는 사실은 신과 인간의 중재자로서 원시 시대 샤만은 마약식물을 신과 인간을 중개하는 초월적 혹은 초자연적인 존재로 부상하게 만든 중요한 도구로 사용하였다. 신과 인간의 가교 역할을 유도하는 정신적 도구인 셈이다. ( 흔히 인디언들이 주술에 사용하였던 아편을 떠올리면 이해가 된다.) 고대 시대 - 그리스에선 마약이 생필품이나 다름없었으며 로마에서는 마약이 오락용으로 상용되었다. 풍요의 여신 데메테르는 곡식과 양귀비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히포크라테스는 아편을 고통의 구원자로 표현했다. 고대시대까지 마약은 신의 선물이었다. 그러나 중세시대부터 마약의 의미는 변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종교적 신념이 뒷받침 될 때만큼 신이 나서 철저하게 악을 행했다.”

파스칼 팡세의 이 말을 곰곰이 떠올려보면 종교적 신념이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악한 행위를 한 경우를  역사에서 종종 보게 되기 때문이다 .

현재에도 심심치 않게 인터넷상에서 집단 공격을 하는 경우를 마녀 사냥이라 지칭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 마녀사냥이 내포하는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 마녀사냥이라는 단어속에 인류의 집단적 광기의 역사임을 강조한다. 이것은 현재 우리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이든 특정행위자에 대한 무차별한 박해 혹은 탄압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녀 사냥의 원조는 중세 말 가톨릭교회라는 지배 세력이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낮은 여성과 같은 피지배세력에 대한 탄압에서 유래한다(p80).

 

결국 마녀 사냥의 원인은 종교·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인 다양한 측면이 존재함을 거시적으로 다룬다. 이 책에는 그 원인으로 근세로 넘어가는 역사적 변화과정에서 종교개혁 및 종교전쟁과 같은 종교적 요인을 특히 강조했다. 지배 엘리트들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약 200년 동안 지속된 정치경제적 혼란에 따른 사회적 불안감의 탈출구로서 하층 계급에 대한 사회통제의 필요성을 나타냈다. 특히 그들은 대다수 피해자인 하층 여성에 대한 사회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그러한 사회통제의 필요성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사회적인 해악과 악마적인 요인을 강조하는 마약사용과 섹스를 연계시키면서 강제적으로 악마숭배와 마녀혐의를 뒤집어씌운 것이다.

 

마약 하면 우리같은 일반인도 바로 중독이란 단어를 연상시킨다. 이 중독이라는 개념 또한 17세기에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마약이 인간의 정신세계에 변화를 주어 궁극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바꾸고 파괴할 수 있는 물질이라고 인식하게 되자 환각제, 진정제, 흥분제, 알코올과 같은 약물에 인간의 점진적 의존과 영향력은 인간의 자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중독의 의미는 처음에는 중립적인 용어에서 개인의 불건전한 습관에서 개인이 스스로 창조한 죄악으로 , 이어 자기 통제를 할 수 없는 개인의 범죄처럼 부정적인 용어로 변화해 간 것이다.

 

한편 중독의 원인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로 영국 의사인 앤스티는 논문에서 마약사용자를 두 부류로 구별했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아편을 사용하는 조심성이 없는 부류와 다른 하나는 감각적 즐거움이라는 환상을 추구하여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어하는 부류이다.

 

마역사에서 신종마약의 등장과 국제마약밀매의 확산 시기는 바로 1990년대(20세기 후반)이다. 그 이유는

첫째 세계화,

둘째 인터넷 사용의 확산

 

셋째 테러와 마약의 연계

넷째 마리화나 합법 논쟁( 19세기말 아스피린이 발명될 때까지 서구에서 보편적으로 사용)

다섯째 ,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의 마약정책. ( 미국의 집중단속으로 콜롬비아 양대 코메인 카르텔이 거의 붕괴되고 이것은 멕시코 3때 카르텔의 급부상을 초래함, 현재 멕시코 카르텔은 미국 내 코케인은 물론 헤로인, 마리화나, 메스아페타민 등 다양한 마약의 분배망을 완전히 장악하는 계기가 됨)

 

 

결론적으로 20세기 후반기 마약의 역사는 20세기보다 더 강화된 마약사용자에 대한 처벌의 강화이다. 저자는 이 처벌의 강화가 마약의 중독성과 오남용의 문제로 강화가 아닌 정치적 이유이며 마약사용자에 대한 강화는 정치적 희생물의 결과라고 한다. 결국 이런 마약정책의 강화는 글로벌 차원의 조직범죄의 급성장과 마약 관련 부패 및 폭력적 투쟁은 너무도 값비싼 댓가 라고 한다. 이렇게 급성장한 마약밀매의 심각한 문제는 거치는 단계들이 모두 고정적이 아니라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역동성을 지녔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각 단계의 지속적인 변화로 어려움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마약 단속이 강화되면 될수록 부작용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단속을 중단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저자는 마약의 완전박멸이 불가한 상황에서 적어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반마약정책을 제안한다. 문득 과거 한때 논란이 되었던 사창가를 모두 없애면 성범죄가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 떠올랐다. 미국 심리학자인 로널드 시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가 마약은 기아· 갈증· 섹스 다음으로 인간의 네 번째 본능적 욕구라고 했듯이 금지된 것에 더 강한 욕구가 생기듯 마약을 하나의 인간의 욕구로 인정하고 저자는 마약 완전 박멸은 유토피아에 불가하다고 한다. 마약뿐만 아니라 역사는 유기적이다. 마약의 역사를 읽으면서 놀라운 점은 결코 역사는 분리될 수 없으며 고정적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마녀 사냥을 종교라는 고정적 관념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모든 역사는 종교·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인 다양한 측면이 존재한다는 거시적이고도 역동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볼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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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러리엄
로렌 올리버 지음, 조우형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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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위대함은 생명 生命 의 소중함인지도 모른다. 제한 된 죽음한정된 생이기 때문에  현재를 더욱 가치있게 살려는 노력이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은 더욱 강렬하기에 우리에게 제한되거나 금지된 이유로 더욱 강하게 욕망하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또한 우리가 삶에서 후회하고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의 모든 것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자유가 억압되면 우린 자유를 얻기 위해 투쟁할 것이고, 우리에게 평화가 없다면 평화를 위해 싸워야 하는 이유는 모든 금지된 것에는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좌우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먼 미래에 자유도 평화도 아닌 사랑이 금지되었다.

 

"모두들 말했다. 우리 엄마가 병 때문에 미쳤고, 그래서 죽어버렸다고.
같은 병균이 내 혈관 속에서도 몸부림치고 있다고.
병명은 '아모르 델리아 너보사'. 극심한 혼돈과 식욕부진,
불면증을 동반하며 사람을 멍청하고 충동적으로 만드는 그 병을
옛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불렀다."


 

전쟁과 폭격으로 페허가 된 도시, 새 정부는 사랑을 질병으로 규정하여 18세가 되면 치료라는 명목으로 감정을 제거한다. 감정을 제거한 후에 국가가 정해주는 배우자와 결혼하고 철저히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후 , 정해진 직업에 종사해야 한다. 한마디로 철저한 통제국가이다. 그럼 왜 많은 문학작가들이 먼 미래를 디스토피아이며, 강력한 통제국가를 그리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그린 소설은 영화화 한 소설도 많지만 가장 최근의 작품 중 <헝거게임><퓨어>를 꼽고 싶다. 바로 이러한 소설들은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갖고 싶은가? 를 묻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아직도 평등사회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 한번쯤은 우리 사회에 강한 의문을 던져보라. 자본주의는 철저하게 권력의 힘을 바탕으로 하는 불평등사회다.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극단적인 미래를 그린 '헝거 게임'에서의 미래는 우리의 현실사회가 모티브다. 조금 더 한층 업그레이드 된 미래 '퓨어'의 미래는 가진 자들의 아방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딜러리엄>에서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 이 책에서 보여주는 미래 또한 우리의 현실이 모티브다.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 누군가 물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사랑은 존재한다고 ...그러나 우리 사회는 사랑이 사라져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극한의 상상으로 금지된 것을 소망할 때 우리는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주인공 레나의 어머니는 사랑이라는 질병에 의해 감염된 병자로 자살로 죽었다. 어머니의 트라우마는 레나가 18세가 되면서 더욱 강렬해진다. 그것은 자신의 몸속에 흐르는 피속에 어머니의 질병이 감염 되어있을 것이라는 불안한 상상과 더불어 치료의 날이 다가올수록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이 진짜 같았기 때문이다.

 

    사진, 아니 영화같은 장면들이 이어졌다. 이건 영화일 수밖에 없다. 현실에선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들 같았다. (237)

 

 

그렇다. 레나는 국가에서 금지된 감정을 갖고 있다. 달리기 하면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우연히 만난 한 남자 알렉스를 보면 가슴이 콩닥콩닥 거린다. 엄마를 떠올리면 비록 국가에서 금지된 행위이지만 노래를 불러주며 안아주는, 신체접촉으로 인해 느껴지던 따스함이 떠오르는 레나는, 그래서 괴롭다. 왜 사랑하면 안 될까?

 

그래도 사랑이 존재하는 곳이 있다. 국경선을 지나 평지라 하는 곳에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곳의 한 청년 알렉스를 만난 순간 레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가 송두리째 흔들린다. 이전까지 평지에는 병자들만 사는 곳인 줄 알고 있었기에 레나는 알렉스를 멀리하지만,

 

작가는 주인공 레나를 통해 사회에 대한 혼란을 그대로 느끼고 보여준다. 자신이 보았던 세계가 알렉스를 본 순간 레나 안에서 사랑이란 단어가 태풍처럼 , 허리케인처럼 소용돌이치고 그 단어가 마침내 내 안에 가득 차올라 혀를 차고 입 밖으로 탈출하려 하는 순간 그것이 단 한번 도 누구에게도 말해보지 않은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이라는 단어라는 것을......그리고 그 사랑은 질병이란 두려움에서 그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레나의 갈등을 통해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만약에 사랑이 없다면 ? 솔직히 나는 이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러나 사랑이 없는 세상이 어떤 세상이 될 것인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왜 위대한지를 깨닫게 해주며 우리에게 사랑이 필요한 이유를 다시끔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었다. 로렌 올리버의 작가의 전작 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었다면 딜러리엄은 사랑의 진정한 가치를 깨우치게 해준다. 우리의 삶에 잔잔한 파문을 던져주는 매력의 작가이다.

   

 

    사랑, 치명적인 것들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것. 사랑은 당신이 사랑을 소유할 때도, 그렇지 못할 때도 당신을 죽게 한다    하지만 엄밀히 그건 맞는 말이 아니었다.

    사랑은 형을 선고하는 자인 동시에 형을 선고 받는 자였다. 사형집행인. 칼날. 마지막 순간의 구원. 헐떡이는 호흡과 머리 위를 빙빙 돌아가는 하늘. 그리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여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게 하는 기도.

    사랑, 그것은 당신을 죽게 하고 또 동시에 살게 한다.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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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을 즐겨라
최준영 지음, 림효 그림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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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르는 물이란 구덩이를 채우지 않으면 가지 않는다." -맹자

 

지금 생각해보면 언제나  결핍에 허덕였던 것 같다. 어렸을 때에는 모든 면에서 뛰어난 언니와 비교당하며 나의 부족함을 느껴야 했고, 커서는 지나치게 똑똑한 동료에 비해 부족한 사회적응을 탓하며, 스스로를 생각하기를 결핍된 사회인으로 인지하며 괴로웠던 기억이 있다. 지나치게 낯섬으로 사회를 대하다가 결국에는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 찍혔던 젊은 날의 방황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결핍' 과 정면대결하는 길 뿐이었다는 것을 수많은 만남속에서의 굴곡을 겪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지금도 물론 결핍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 결핍을 안고 사는 것이 사람의 삶이라고 거리의 인문학자이며 이 책의 저자인 최준영은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노숙인, 여성 가장, 수형인 등 이 땅의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큰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문학을 전파하며 깨달은 삶의 통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 " 신영복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낙상매’에 대해 ' 어미 새는 새끼 매에게 먹이를 줄 때 일부러 높은 하늘에서 떨어뜨린다고 한다. 새끼들은 그 먹이를 차지하려고 위험을 무릅쓰게 되고, 개중에는 둥지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녀석도 생긴다. 어미 매가 노리는 것은 바로 이 먹이를 얻으려다가 실패하여 다리를 다친 ‘낙상매’이다. 왜냐하면, 새끼 때에 낙상한 매는 그 결함이나 열등 보상으로 인해 별나게 사납고 억샌 매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낙상매는 임금님의 진상품으로 바쳐지는 귀한 매가 된다. 결함이나 열등감에 대한 보상심리로 도리어 월등한 능력을 가지게 된 낙상매처럼 우리 인류의 역사 속에도 이러한 존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랬고 스티브 잡스도 그랬고  엘리자베스 여왕 또한 그러했다.
이 책에는 그런 결핍속에서 태어나 극복함으로서 새로운 삶을 산 사람들의 이야기와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강의들을 모은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하는 이유가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자신의 결핍을 바로보지 못한채 아파한다고 한다. 저자는 진정한 사랑은 결핍된 존재들이 만나 서로의 결핍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기 때문에 자신의 결핍을 인정하고 그 결핍과 동행할 수 있을때 진정한 '삶'이 시작된다고 한다.

 

 

의미 있는 삶을 중심에 놓고 살다가도 문득 잡아채는 감정의 돌기들을 만나게 되면 당혹감이 인다. 비가 온다고 해서 누군가 그리워지는 것도  마흔이 되면 안 그럴줄 알았는데도 여전하고 첫사랑이 떠올려지는 영화를 보며 울컥해져버리는 것도 나이가 들면 안그럴줄 알았는데 여전하다. 저자는 감정을 이성으로 다스리고 이성을 감정으로 다독이려는 노력마다 실패할 수 없는 이유가 인생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 한다.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며 살아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고 ...

 

오랫동안 책을 읽어왔지만, 가끔은 내게도 책 읽는 것에 회의가 찾아온다. 벨른하르트 슐링크의 <<귀향>>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저자는 앎에 대한 강박을 털어버리면 무한한 상상의 세계와 조우하게 된다고 한다.  

 가짜 이름 대신 진짜 이름을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중요한 것은 밤하늘의 초롱초롱한 별들에 한층 더 친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활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간의 마음과 세상의 풍경을 경험하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무엇보다 책 읽기는 겸손한 마음으로 출발해야 합니다.

 

 

더벅머리 소년 황상이 다산에게 글을 배우려 청하러 갔을 때 자신을 

"첫째는 너무 둔하고, 둘때는 앞뒤가 꼭 막혔으며, 셋째는 답답합니다. 저같은 아이도 정말 공부할 수 있나요?" 물었을 때  다산이 " 공부는 너 같은 사람이 하는 것" 이다. 하는 말씀은 다산 선생님께서 내게 해주시는 말씀 같아 늘 곁에 두고두고 곱씹는 말씀이다.


지금도 이 말씀은 나를 향해 있는 듯하다. 때론 둔하고 때론 앞뒤가 꽉 막혀 깨달음이 늦되고 융통성이 없어서 답답한 사람이 세상을 향해 서 있다. 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빗방울 속에서 고독을 즐길 수 있고, 자연이 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을 배웠다면 책은 읽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책은 도끼다』에서 책을 읽는 것은 삶의 풍요를 위한 훈련이라고 했듯이 일상이 주는 소소함에서 아름다움을 스캔할 수 있고 ,  인간의 본성 깊숙한 곳에 자리한 지혜의 알곡을 골라내는 방법을 배우고  세상 만물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따라서 이 책은 살아가는 지혜의 자양분으로 넘친다. 읽을 때마다 새롭게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며 자신의 주어진 결핍과 마주보게 하여 그 결핍과 동행하는 방법을 일깨워준다. 누구에게나 결핍은 있지만, 대개는 그 결핍을 방치하거나, 이겨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 결핍을 이겨내는 순간 우리의 '진짜' 삶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비워야 비로서 채워지듯이, 우리의 결핍과 마주하는 시간을 주는 『결핍을 즐겨라』는 진정한 인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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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김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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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심리학자들과 경제학자들은 강화 계획에 관한 연구와 경제학 사이의 유사점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실험 경제학(experimental economics) 혹은 행동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태동시켰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대부분이 심리와 경제를 먼 학문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나, 경제 이론이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되기에 심리학에 접근하여 경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세계적인 화두이기도 하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행동 경제학적 방법들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책을 읽으려고 펼친 순간 대니얼 커너먼의 이력이 펼쳐진다. 사상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천재 심리학자. 이 수식어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생각이 이미 긍정적인 사고로 변환된다 저자 대니얼 카너먼은  시스템1의 ‘빠르게 생각하기(fast thinking)’와 시스템2의 ‘느리게 생각하기(slow thinking)’ 로 비유하여 생각, 즉 사고하는 두 자아를 등장시킨다. 직관적인 시스템 1은 경험이 제공하는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우리가 내리는 수많은 선택과 판단을 은밀하게 조종한다. 이 책은 대부분 작동 방식과 그것과 시스템 2 사이의 상호 영향을 다루고 있다.  

 

 

옆의 사진의 여인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은 바로 저자가 말하는 빠르게 생각하기(fast thinking)의 사례이다. 여인을 보자마자 여자가 무언가에 화가 나 있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그저 직관으로 인한 자연적인 사고이다.  저자는 빠르게 떠올리는 생각을 '빠른 생각'으로 달려드는 자동차를 피하는 동물적 감각의 순발력과 같은 직관이며, 이것과 비슷한 사례는  2+2의 정답, 프랑스의 수도를 떠올리는 것처럼 완전히 자동적인 개념과 기억의 정신활동을 말한다. 반면 전문가의 해결책이나 354 x 687의 정답처럼 머릿속에 즉시 떠오르지 않는 문제의 답을 심사숙고하여 노력하는 사고방식이 ‘느리게 생각하기’이다.   

 

 

위에 말한 두가지 생각을 바탕으로  이 책을 읽으려면 두가지에 익숙해져야 한다. 우선 자신을 두 자아로 분열하여 우리가 살면서 계속 선택하고, 할 소재를 결정하는 활동, 주체, 선택, 집중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가진 자아, 즉 의식적이고 추론하는 자아( 기억 자아) 는 시스템 2 (slow thinking)와 같다. 반면에 감각없이 자동적으로 빠르게 작동하는 생각을 하는 자아(경험 자아) 를 시스템 1(fast thinking)이라 한다. 이 두 자아를 비교하며 우리의 우리의 행동을 결정짓는 것으로 시스템 1은 경험자아로 시스템 2는 기억자아이다.  이것을 토대로 다양한 실험과 은유로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우리의 모든 행동이 생각의 지배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커너먼은 이 두 자아의 차이점은 우리의 '행복'을 측정하는 데 유용함을 말한다. 또한 한  몸에 있는 서로 다른 두 자아가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은 개인뿐 아니라 대중의 행복을 정책 목표로 삼는 사회에게 심오한 질문을 제기하며, 인간의 소망을 무시하는 행복 이론은 지속될 수 없기에, 개인은 기억자아와 동질감을 가지고 경험자아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며,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 행동 경제학을 토대로 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의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내 안의 두 자아 , 경험자아든 기억자아든, 우리의 생각은 두 자아를 축으로 생각한다.  커너먼은 우리의 생각이 합리적인지 비합리적인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행동의 이면에 존재하는 타당한 이유, 그럴만한 이유가 존재하는 가능성을 떠올리면 많은 문제점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비이성적인,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분명히 그 사람들에게는 타당한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삶의 질적인 개선에 다가가는 것이 행동 경제학이다.  행동경제학의 대부라 불리우는  커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마이클 샌델 『정의의 한계』에서 주장하는 공화주의와 일맥상통하는데  행동경제학이나 공공철학이나 공통적으로 ' 자기를 이해하고, 타자를 이해하고, 인간을 둘러싼 공공 세계를 이해하는'것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본 심리를 이해하는 것은 결국은 나쁜 선택속에서 좌절하는 개인을 도와주어야 하는 것 또한  우리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몫임을 ,  자아에서 타자로 타자에서 공동사회임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인간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더불어 사는 사회가 목표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깨우쳐주는 책이다. 그 이유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생각'에 대한 심리에 접근하여 결국은 행동경제학으로 귀결되는 천재 심리학자의 행복한 경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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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농담 - 기형과 괴물의 역사적 고찰
마크 S. 브룸버그 지음, 김아림 옮김 / 알마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텔레비젼을 통해 '앨리슨 래퍼'의 다큐를 본 적이 있다. 구족화가로 유명한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듣던 '불구'를 이겨낸 의지의 표상이다. 나면서부터 중증 장애인으로 판정됐고, 모든 사람에게 ‘괴물’로 인식된 그녀는 취재중에 장애의 그늘은 커녕 잘 웃고 낙천적인 모습을 보이며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 뿐이 아니라 없는 다리로 운전하는 모습을 자못 경이롭게 보았던 기억이다.그러나 그녀의 고백을 통해 가장 큰  고통은 신체적인 불편함과 시설의 폭력이 아닌 바로 스스로의 ‘차이’의 인식이었다는 것이다. 자라면서 또래들과 다르다는 차이를 알게 되었을 때 ,아무리 노력하고 똑같이 옷을 입어도 장애가 없는 또래 아이들처럼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도 잠시 그녀는 그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고 나서야 자신을 인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태어나면서 장애와 싸워야 했던 그녀는 어머니와 남편에게 버림받고 임신을 하지만, 의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만류에도 아이를 낳았다. 스펀지를 단 막대를 입에 물고 아이를 씻기고, 어깨로 유모차를 밀고, 발로 기저귀를 갈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하는 똑같은 엄마이다. 오래 전 이 다큐를 보면서 장애는 그저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 같다.  “자기 몸을 사랑하지 않고는 진정한 예술을 할 수 없다” 며 자신의 팔 다리 없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냐며 카메라를 통해 밝게 웃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 비장애인의 몸과 마찬가지로 장애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출처: 장애인 신문에서 발췌>

 

 

전형과 기형 그리고 이형 사이에서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우리가 '전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예측 불가능하고 흠없이 완벽하다고 하는 전형을 통해 진정으로 포착할 수 있는 세계보다 더 무궁무진한 자연의 세계가 있다고 한다. 훨씬 더 무궁무진한 자연을 통해 언제나 예외가 있으며 전형적인 것을 위태롭게 하며 자연의 불완전한 것을 통해 완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바로 비정상적이거나 기형인 생명체들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가 '전형'으로 알고 있는 생물체가 아닌 '이형'과 '기형'이라는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어 탐구하는데 목적이 있다. 책에서 '이형’은 발생과 진화의 비밀을 풀어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로 보았는데 그 이유는 이형들은 개체와 집단 그리고 신체와 행동 속에 감춰진 발생의 가능성과 그 과정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형은 라틴어로 ‘자연의 농담Iusus natura’이라 불렸는데, 이 말은 이형을 괴물로 인식하는 현대의 관점과는 다른 느낌이다. 그 말은 전형과 마찬가지로 '이형'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뜻을 담지하고 있다. 이형은 그 생김새가 복잡하고 놀라워서 색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과학적 영감과 진보를 가로막는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바로잡는 존재들이다. 어쩌다 보니 더 두드러지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특별한 존재로 자리매김했을 뿐이다.(P11)



우리가 알고 있는 샴 쌍둥이나, 다리가 하나 더 달린 ‘기형’들은 몸만이 아니라 행동에서도 자연에서 작동하는 근원적인 과정을 드러낸다. 언뜻 보기에는 복잡하고 놀라워서 색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이들은 사실 완벽하게 자연적인 존재다. 기형들은 우리 자신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더 넓은 관점에서 사물의 얼개를 풀어가다 보면 우리 모두는 유별나며 기묘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형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일부이며 어쩌다 보니 더 두드러지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뭇 특별한 존재일 뿐이다.

 


 

괴물들은 자연의 농담이 아니다. 그들의 조직에는 엄격하게 결정된 법칙과 규칙이 적용된다. 그리고 이는 동물계를 규정짓는 규칙, 법칙과 동일하다. 한마디로 괴물 역시 정상적인 존재다. 오히려 세상에 괴물이란 없다. 자연은 하나의 큰 전체를 이룬다. -p34    

 

 

 

사지가 달린 파충류로부터 수백만 년에 걸쳐 등뼈의 통상적인 구성이 변형되면서 몸이 늘어나고 목뼈가 갈비뼈와 연계된 다수의 흉추로 변형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앞다리가 사라지고 이어 뒷다리가 사라져 오늘날의 뱀이 되었다. 저자는 비단뱀의 몸을 자세히 보면 뒷다리의 흔적이 있으며, 비단뱀보다 더 진화한 코브라나 북살모사 같은 종에서는 이런 뒷다리의 흔적이 전혀 없다고 한다. 그 진화의 차이를 밝히기 위해 저자는 발생 자체에 놓인 핵심 원리들을 몸의 형태와 기능의 용어를 통해서, 또 그것들을 만든 발생적 메커니즘의 용어를 통해서 밝혀낸다. 이어서 ‘기형’과 ‘괴물’들의 역사적 중요성과 발생적, 진화적 관점 사이에서 이들이 갖는 역사적으로 견고한 관계를 이야기한다. 마지막장 <성에는 언제나 모호함이 존재한다>에서는 성적 기이함을 진화적인 우아함으로 끌어올린 자연의 사례( 은연어, 아마존몰리, 점박이하이에나 등등)을 통해 우리가 '이형'이라 생각했던 것들과 '기형'적인 모든 종들을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끌어안아야 하는 이유를 명징하게 깨우쳐 준다.

 

 

 

이렇게 이 책은 진화와 발생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종류의 이형을 통해 다윈의 진화론과는 차별되는 접근을 하였다. 기존에 환경이든 유전적인 이유이든 '이형'과 '기형'을 차별된 시각으로 보았다면, 아마도 이 책은 그런 차별을 '차이'로 바꾸어 놓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자는 과거 자연의 실수로 인식하거나 정상적인 것과는 다르게 보는 시선을 거두고 자연의 일부로서 공존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해주며 결국 '이형'과 '기형'은 우리가 끌어안고 가야할 자연의 위대한 산물임을 이 책을 통해 증명해준다. 구족 화가 '앨리슨 래퍼' 를 통해 삶의 위대함을 깨닫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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