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젼을 통해 '앨리슨 래퍼'의 다큐를 본 적이 있다. 구족화가로 유명한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듣던 '불구'를 이겨낸 의지의 표상이다. 나면서부터 중증 장애인으로 판정됐고, 모든 사람에게 ‘괴물’로 인식된 그녀는 취재중에 장애의 그늘은 커녕 잘 웃고 낙천적인 모습을 보이며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 뿐이 아니라 없는 다리로 운전하는 모습을 자못 경이롭게 보았던 기억이다.그러나 그녀의 고백을 통해 가장 큰 고통은 신체적인 불편함과 시설의 폭력이 아닌 바로 스스로의 ‘차이’의 인식이었다는 것이다. 자라면서 또래들과 다르다는 차이를 알게 되었을 때 ,아무리 노력하고 똑같이 옷을 입어도 장애가 없는 또래 아이들처럼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도 잠시 그녀는 그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고 나서야 자신을 인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태어나면서 장애와 싸워야 했던 그녀는 어머니와 남편에게 버림받고 임신을 하지만, 의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만류에도 아이를 낳았다. 스펀지를 단 막대를 입에 물고 아이를 씻기고, 어깨로 유모차를 밀고, 발로 기저귀를 갈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하는 똑같은 엄마이다. 오래 전 이 다큐를 보면서 장애는 그저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 같다. “자기 몸을 사랑하지 않고는 진정한 예술을 할 수 없다” 며 자신의 팔 다리 없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냐며 카메라를 통해 밝게 웃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 비장애인의 몸과 마찬가지로 장애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출처: 장애인 신문에서 발췌>
전형과 기형 그리고 이형 사이에서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우리가 '전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예측 불가능하고 흠없이 완벽하다고 하는 전형을 통해 진정으로 포착할 수 있는 세계보다 더 무궁무진한 자연의 세계가 있다고 한다. 훨씬 더 무궁무진한 자연을 통해 언제나 예외가 있으며 전형적인 것을 위태롭게 하며 자연의 불완전한 것을 통해 완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바로 비정상적이거나 기형인 생명체들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가 '전형'으로 알고 있는 생물체가 아닌 '이형'과 '기형'이라는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어 탐구하는데 목적이 있다. 책에서 '이형’은 발생과 진화의 비밀을 풀어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로 보았는데 그 이유는 이형들은 개체와 집단 그리고 신체와 행동 속에 감춰진 발생의 가능성과 그 과정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형은 라틴어로 ‘자연의 농담Iusus natura’이라 불렸는데, 이 말은 이형을 괴물로 인식하는 현대의 관점과는 다른 느낌이다. 그 말은 전형과 마찬가지로 '이형'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뜻을 담지하고 있다. 이형은 그 생김새가 복잡하고 놀라워서 색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과학적 영감과 진보를 가로막는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바로잡는 존재들이다. 어쩌다 보니 더 두드러지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특별한 존재로 자리매김했을 뿐이다.(P11)
우리가 알고 있는 샴 쌍둥이나, 다리가 하나 더 달린 ‘기형’들은 몸만이 아니라 행동에서도 자연에서 작동하는 근원적인 과정을 드러낸다. 언뜻 보기에는 복잡하고 놀라워서 색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이들은 사실 완벽하게 자연적인 존재다. 기형들은 우리 자신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더 넓은 관점에서 사물의 얼개를 풀어가다 보면 우리 모두는 유별나며 기묘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형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일부이며 어쩌다 보니 더 두드러지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뭇 특별한 존재일 뿐이다.
괴물들은 자연의 농담이 아니다. 그들의 조직에는 엄격하게 결정된 법칙과 규칙이 적용된다. 그리고 이는 동물계를 규정짓는 규칙, 법칙과 동일하다. 한마디로 괴물 역시 정상적인 존재다. 오히려 세상에 괴물이란 없다. 자연은 하나의 큰 전체를 이룬다. -p34
사지가 달린 파충류로부터 수백만 년에 걸쳐 등뼈의 통상적인 구성이 변형되면서 몸이 늘어나고 목뼈가 갈비뼈와 연계된 다수의 흉추로 변형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앞다리가 사라지고 이어 뒷다리가 사라져 오늘날의 뱀이 되었다. 저자는 비단뱀의 몸을 자세히 보면 뒷다리의 흔적이 있으며, 비단뱀보다 더 진화한 코브라나 북살모사 같은 종에서는 이런 뒷다리의 흔적이 전혀 없다고 한다. 그 진화의 차이를 밝히기 위해 저자는 발생 자체에 놓인 핵심 원리들을 몸의 형태와 기능의 용어를 통해서, 또 그것들을 만든 발생적 메커니즘의 용어를 통해서 밝혀낸다. 이어서 ‘기형’과 ‘괴물’들의 역사적 중요성과 발생적, 진화적 관점 사이에서 이들이 갖는 역사적으로 견고한 관계를 이야기한다. 마지막장 <성에는 언제나 모호함이 존재한다>에서는 성적 기이함을 진화적인 우아함으로 끌어올린 자연의 사례( 은연어, 아마존몰리, 점박이하이에나 등등)을 통해 우리가 '이형'이라 생각했던 것들과 '기형'적인 모든 종들을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끌어안아야 하는 이유를 명징하게 깨우쳐 준다.
이렇게 이 책은 진화와 발생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종류의 이형을 통해 다윈의 진화론과는 차별되는 접근을 하였다. 기존에 환경이든 유전적인 이유이든 '이형'과 '기형'을 차별된 시각으로 보았다면, 아마도 이 책은 그런 차별을 '차이'로 바꾸어 놓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자는 과거 자연의 실수로 인식하거나 정상적인 것과는 다르게 보는 시선을 거두고 자연의 일부로서 공존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해주며 결국 '이형'과 '기형'은 우리가 끌어안고 가야할 자연의 위대한 산물임을 이 책을 통해 증명해준다. 구족 화가 '앨리슨 래퍼' 를 통해 삶의 위대함을 깨닫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