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리엄
로렌 올리버 지음, 조우형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위대함은 생명 生命 의 소중함인지도 모른다. 제한 된 죽음한정된 생이기 때문에  현재를 더욱 가치있게 살려는 노력이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은 더욱 강렬하기에 우리에게 제한되거나 금지된 이유로 더욱 강하게 욕망하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또한 우리가 삶에서 후회하고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의 모든 것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자유가 억압되면 우린 자유를 얻기 위해 투쟁할 것이고, 우리에게 평화가 없다면 평화를 위해 싸워야 하는 이유는 모든 금지된 것에는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좌우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먼 미래에 자유도 평화도 아닌 사랑이 금지되었다.

 

"모두들 말했다. 우리 엄마가 병 때문에 미쳤고, 그래서 죽어버렸다고.
같은 병균이 내 혈관 속에서도 몸부림치고 있다고.
병명은 '아모르 델리아 너보사'. 극심한 혼돈과 식욕부진,
불면증을 동반하며 사람을 멍청하고 충동적으로 만드는 그 병을
옛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불렀다."


 

전쟁과 폭격으로 페허가 된 도시, 새 정부는 사랑을 질병으로 규정하여 18세가 되면 치료라는 명목으로 감정을 제거한다. 감정을 제거한 후에 국가가 정해주는 배우자와 결혼하고 철저히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후 , 정해진 직업에 종사해야 한다. 한마디로 철저한 통제국가이다. 그럼 왜 많은 문학작가들이 먼 미래를 디스토피아이며, 강력한 통제국가를 그리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그린 소설은 영화화 한 소설도 많지만 가장 최근의 작품 중 <헝거게임><퓨어>를 꼽고 싶다. 바로 이러한 소설들은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갖고 싶은가? 를 묻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아직도 평등사회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 한번쯤은 우리 사회에 강한 의문을 던져보라. 자본주의는 철저하게 권력의 힘을 바탕으로 하는 불평등사회다.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극단적인 미래를 그린 '헝거 게임'에서의 미래는 우리의 현실사회가 모티브다. 조금 더 한층 업그레이드 된 미래 '퓨어'의 미래는 가진 자들의 아방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딜러리엄>에서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 이 책에서 보여주는 미래 또한 우리의 현실이 모티브다.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 누군가 물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사랑은 존재한다고 ...그러나 우리 사회는 사랑이 사라져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극한의 상상으로 금지된 것을 소망할 때 우리는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주인공 레나의 어머니는 사랑이라는 질병에 의해 감염된 병자로 자살로 죽었다. 어머니의 트라우마는 레나가 18세가 되면서 더욱 강렬해진다. 그것은 자신의 몸속에 흐르는 피속에 어머니의 질병이 감염 되어있을 것이라는 불안한 상상과 더불어 치료의 날이 다가올수록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이 진짜 같았기 때문이다.

 

    사진, 아니 영화같은 장면들이 이어졌다. 이건 영화일 수밖에 없다. 현실에선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들 같았다. (237)

 

 

그렇다. 레나는 국가에서 금지된 감정을 갖고 있다. 달리기 하면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우연히 만난 한 남자 알렉스를 보면 가슴이 콩닥콩닥 거린다. 엄마를 떠올리면 비록 국가에서 금지된 행위이지만 노래를 불러주며 안아주는, 신체접촉으로 인해 느껴지던 따스함이 떠오르는 레나는, 그래서 괴롭다. 왜 사랑하면 안 될까?

 

그래도 사랑이 존재하는 곳이 있다. 국경선을 지나 평지라 하는 곳에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곳의 한 청년 알렉스를 만난 순간 레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가 송두리째 흔들린다. 이전까지 평지에는 병자들만 사는 곳인 줄 알고 있었기에 레나는 알렉스를 멀리하지만,

 

작가는 주인공 레나를 통해 사회에 대한 혼란을 그대로 느끼고 보여준다. 자신이 보았던 세계가 알렉스를 본 순간 레나 안에서 사랑이란 단어가 태풍처럼 , 허리케인처럼 소용돌이치고 그 단어가 마침내 내 안에 가득 차올라 혀를 차고 입 밖으로 탈출하려 하는 순간 그것이 단 한번 도 누구에게도 말해보지 않은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이라는 단어라는 것을......그리고 그 사랑은 질병이란 두려움에서 그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레나의 갈등을 통해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만약에 사랑이 없다면 ? 솔직히 나는 이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러나 사랑이 없는 세상이 어떤 세상이 될 것인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왜 위대한지를 깨닫게 해주며 우리에게 사랑이 필요한 이유를 다시끔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었다. 로렌 올리버의 작가의 전작 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었다면 딜러리엄은 사랑의 진정한 가치를 깨우치게 해준다. 우리의 삶에 잔잔한 파문을 던져주는 매력의 작가이다.

   

 

    사랑, 치명적인 것들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것. 사랑은 당신이 사랑을 소유할 때도, 그렇지 못할 때도 당신을 죽게 한다    하지만 엄밀히 그건 맞는 말이 아니었다.

    사랑은 형을 선고하는 자인 동시에 형을 선고 받는 자였다. 사형집행인. 칼날. 마지막 순간의 구원. 헐떡이는 호흡과 머리 위를 빙빙 돌아가는 하늘. 그리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여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게 하는 기도.

    사랑, 그것은 당신을 죽게 하고 또 동시에 살게 한다. (4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