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 - 세상의 모든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힘
임춘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안도현 시인의 '간격'이란 시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불이 타버린 숲에 서 보니 나무와 나무 사이의 울창함이 적당한 간격때문이라는. 그렇다 우리의 삶에 간격이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사랑하여 서로를 안으면 피를 흘리게 되는 고슴도치의 숙명정도는 아니더라도 김수영의 팽이처럼 서로의 간격을 지켜주는 '거리 두기'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오랜만에 [쌤앤파커스]에 서평 신청을 했다. [거리두기]라는 제목도 마음에 들지만, 이 삶이라는 팽이를 돌리려니 홀로 도는 것이 너무 고루하고 지루할 때가 있다. 내가 홀로 도는 것보다는 누군가가 같이 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그 삶의 팽이를 잘 돌리게 해줄 채찍은 타인에게서 나온다. 그런데 이 타인이라는 존재가 참 묘하다. 사랑하는 사이처럼 좋아지내다가도 어느 한 순간에 실망을 하게 되면 모르던 사이보다 못한 관계가 되어버려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느라 바쁘다. 그 생채기에 쓸리고 할퀴어 가슴 달래다가 다시 혼자만의 세계에 침잠하게 되기도 한다.  그 점에서 '휘둘리지 않고, 헤매지 않고, 혼자 속 끓이지 않고 스스로 중심 잡고 우아하게 살아가는 법'의 소제목은 어쩌면 인간관계에서 우리가 잡고 싶은 동앗줄이 아닐까.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속 모를 사람들이 모인 거대한 의문부호'로 만들어진 세상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마디로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세상을 아는 것이 나를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 그 가운데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 이것이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세팅이라 한다면, 이 관계에는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사이존재'라는 것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에서부터 이 책은 출발한다.

 

나와 민낯의 세상을 보고 있지 않습니다. 세상은 또한 알몸의 나를 보고 있지 않습니다. 나와 세상 그 사이에는 분명히 무엇이 있습니다. 아니, 그 사이에는 무엇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나와 세상이 어울려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야 내가 세상에서 폼 나게 살 수 있고, 세상이 나를 품 안에 보듬어줄 수 있습니다. 민낯과 알몸의 나와 세상은 서로 이기적인 존재이며, 서로의 주장으로 상대를 생채기 내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세상 그 사이, 나와 세상의 관계 그 사이 공간에는 무언가가 있습니다.(중략)

그 사이, 사이의 존재를 선명하게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 그것은 사이존재입니다.-p27

 

이 사이존재에 대한 이야기의 모험이 책을 펼쳐지며 시작된다 . 저자는 중간중간 질문을 던지며 '나'에 대한 생각의 페이지를 약간의 지면으로 할애하고 있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을 절로 하게 된다. 살면서 나에 대한 응시를 이제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자각이 들자 조금은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그래서 책과 함께 오랜만에 독서삼매경이라는 것에 빠져보기도 하였다. 옛사람들은  '나'를 알기 위해서 평생공부로 수신하였다. 사색이 부족한 현대의 시간들에서 나를 들여다보며 생각을 정립하고 삶을 고민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책을 만나보고 싶다면 최고의 책이 아닐까한다.

 

 

 

 

 

 

휘둘리지 않으려면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당신과 당신에게 소중한 상대 또는 가치 사이에는 분명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 매개자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당신은 합리적인가요? 나와 당신은 괜찮은 사람인가요? 나이와 경험, 그리고 학력과 학습, 이것만으로 나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또한 외모, 성격검사, 호불호로 당신을 규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나는 나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이 특별한 내가, 각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에 대해서 지금보다는 더 잘, 더욱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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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16 2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만 드림모노로그 님을 그동안 못뵌건가요?
아님 스파이처럼 활동을 하셨던 건가요? 뜬금없는 반가움을 밑도 끝도 없이 놓고 가면서.. ^^

드림모노로그 2017-02-17 08:30   좋아요 2 | URL
ㅎㅎ 그동안 너무 바빴어요 ^^ 책은 그래도 꾸준히 읽었는데 쓰는 일이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 블로그에 다시 돌아오는 게 녹녹치가 않았네요^^
오랜만에 들려도 반가이 맞아주시니 고맙습니다.^^
늦었지만 정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장소] 2017-02-17 12:08   좋아요 0 | URL
ㅎㅎ네에~ 네에 안보이신게 사실였네요 . 저만 못보는 곳에서 살고 계셨동계 아니라니 ㅡ 퍽 이상한 안도 ...ㅎㅎㅎ 반가워요! 반갑고말고요!^^ 자주 뵈어요!^^
아, 새해 복많이 북많이~^^!!!

서니데이 2017-02-17 0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뵙네요.
잘 지내셨지요??^^

드림모노로그 2017-02-17 08:31   좋아요 2 | URL
네 덕분에 건강히 잘 지냈습니다. 댓글에 감동이.....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일 많이많이 생기는 해 되세요~^^

AgalmA 2017-02-26 1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궁금했는데 좋은 글로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새해에는 더 여유로운 시간 많아지시길 기원드립니다. 좋은 글 쓰시는 분이 시간에 쫓겨 글을 제대로 못 쓰신다는 건 늘 마음 아픈 일입니다.

드림모노로그 2017-02-27 15:00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 자주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