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禁書(금서)’ 금지된 것들은 아름답다. 그래서 금단의 열매는 어떤 열매보다도 더 달콤하고 유혹적이다. 금지된 것이 매혹적인 것은 그 이면에 꿈틀거리는 욕망이 우리를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 밀고 당기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욕망과 금지는 서로 상충하며 작용한다. 금지된 것의 욕망은 거대한 인류문명사의 흐름의 축을 이루고 있는 책의 역사 가운데 각 시대마다 ‘금지’되었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인류 사상사의 흐름을 읽는 것과 같다. 시대를 밝게 비추는 혁명의 불꽃은 '책'으로 시작되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루터의 종교개혁이 무함마드의 코란 혁명이 프랑스민중들의 자유주의 혁명의 태동은 책에서 시작되었다. 책 안에 시대의 정신과 사상을 담게 되면 금서禁書가 되었다. 나심 탈레브는 [안티프래질]에서 세상의 안티프래질한 속성-무질서와 불확실성,가변성-을 말하며 '앎'은 알리려고 할 때보다 덮으려 할수록 널리 전파되기 때문에 책은 금서로 지정될수록 더욱 많이 읽히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책과 사상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오히려 자양분을 얻는 안티프래질적인 특성이 가장 많다.
이 책 《금서의 역사》는 책의 그러한 안티프래질적인 특성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역사 속에서 금지당한 책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금서로 지정당한 책들은 아주 복합적이고도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작가 자신의 엄격한 ‘자기검열’의 이유로 작가 스스로가 검열자가 되어 스스로 자신의 책을 세상과 단절시킨 경우도 있다. 프란츠 카프카와 마거릿 미첼, 니보코프, 찰스 디킨스. 괴테등은 서로 다른 이유로 자기 자신의 작품을 불사르거나, 없애거나, 지우거나 하며 한 가지의 작품을 남기곤 하였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역사에 자신의 상像을 만들어놓길 원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글은 곧 자기자신이었다. 이와 반해 개인의 믿음과 생각의 자유가 목적이 아니라, 미래를 독점하는 것이 목적인 경우도 있었다. 독재와 전체주의 국가(아우구스투스 황제, 스탈린, 앙리 3세)가 지배하던 시대에는 미래를 결정하는 일조차도 독점을 요구하였으며 이들은 백성(시민,국민)들이 단테나 조지오웰이 전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두려워했다. 독재자들은 자기들만의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덕 공포정치와 끊임없는 감시와 검열로 도서관을 파괴하는 것으로 국민들의 ‘앎’을 차단하였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과거를 조종하는 사람은 미래를 조종한다.” 라는 말처럼 미래를 조종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과거와 현재의 점유에 있다.
종교개혁 당시에는 책 처형焚書이라는 전통을 세워 영혼의 구제와 권력유지를 위해 금서하였고,
절대왕정 시대에는 민중들이 평등의 깃발아래 분서를 하였다. 이와 반대로 책을 사랑한 한 사서에 의해 도서관양 정도의 도서가 보존되기도 하였다. 그는 세상에 가치 없는 문헌은 존재하지 않으며 출판물은 어떠한 형태든지 가치가 있는 시대정신의 증인이라는 말을 남겼다. 가톨릭 교회는 수백 년 동안 비판적인 서적을 모두 금지하고 분서함으로써 자신들만의 성스러움을 주장하려 하였고,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나 헝가리, 네덜란드와 같은 가틀릭계 군주 왕조들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며 권력유지를 위해 분서를 하였다. 진시황의 분서갱유 역시도 권력과 왕권강화가 목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지배계층의 독점수단으로서의 분서는 21세기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이슬람정권유지를 위해 고전주의 작가 아부 누외스의 시전집을 모두 분서하였고, 2005년 터키의 한 지방정치가가 노벨상 수상작가인 오르한 파묵의 책을 모두 분서하였다. 권력자들에게는 책은 존재 그자체로 위험천만한 것이었고 책은 역사속에서 존재 그 자체로 혁명이었다.
며칠 전 뉴스에 한국 성인 월평균 독서량 0.8권으로 OECD 국가중 '꼴찌'라는 발표가 나왔다. 역사속에서 책이 어떻게 사용되어졌고 어떠한 역할을 해 왔는지를 알게 된다면 모름지기 책을 멀리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책은 읽지 않아도 삶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에서 자유는 영원히 박탈당한채 권력자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의 역사에서 권력자들이 지배를 위해서 가장 먼저 탄압한 것이 책이었다는 사실이 책이 미치는 영향을 확인 시켜주고 있다. 또한 과거 수많은 권력자들의 전유물로 일반인과 여성들에게 금기시 되었던 책이 이제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제는 누구도 책을 읽지 않으려 한다는 현실은 우리의 미래를 염려하게 한다. 《금서의 역사》는 인류문명사에 책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조감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