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필립 코틀러 지음, 박준형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더 나은 자본주의를 위한 현실적인 처방서

 

 

 

자본주의는 공산주의나 파시즘 같은 다른 어떤 시스템보다 더 나은 경제적 성과와 혁신을 만들고, 가치를 창조한다. 그렇다고 자본주의의 단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점을 넘어서서 모든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켜주는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의 14개 단점은 각각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빈곤은 소득 불평등 문제의 일부이고, 이는 다시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높은 실업률 문제가 이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2가지 해결책인 긴축재정과 부양책이 충돌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 정치적 로비가 끼어들면서 정치인들이 금융규제와 환경보호 같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 권력 유지를 위해 표를 행사하게 만드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다른 문제들이 끼어든다. 예를 들어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기업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줄어들어서 실업이 늘고, 기업들은 해외로부터 수입을 늘려서 자국 내의 일자리는 더 줄어든다. - p.335

 

 

현대 경영학이 낳은 최고의 천재이자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 이후, 필립 코틀러 말고 또 경영학에서 ‘아버지’의 타이틀을 획득한 이가 또 있을까. 1931년생으로 올해 85세인 그는 서른여섯에 <마케팅 관리론>을 쓰며 마케팅이라는 개념을 널리 확산시키고, 학문적 기틀을 잡았다(마케팅이라는 자체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발생). <마케팅 관리론>은 올 초 15판이 나왔으며 여전히 직접 쓰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여전히 활발하게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경영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마케터로 일하거나 마케팅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만큼 유명한 구루이다.

 

 

재밌는 것은 그가 경제학 박사이면서 경제서는 거의 쓴 적 없는 경영학자라는 점이다. 그것도 대학교 2학년 때 쓴 논문으로 무시험으로 시카고대학 석사과정으로 바로 들어간 후, 밀턴 프리드먼(시카고대학교), 폴 새뮤얼슨(MIT), 로버트 솔로(MIT) 세 사람 모두의 제자였고, 하버드대학교에서는 수학을 시카고대학교에서는 행동과학으로 박사후과정을 마쳤을 만큼 경제학도로서 가능한 정통엘리트진학코스를 다 밟은 인물이다. 시카고대학교는 신자유주의의 최정점에 있는 새고전학파의 요람이고 신자유주의의 창시자가 밀턴 프리드먼이다. MIT는 케인즈학파의 요람으로 폴 새뮤얼슨과 로버트 솔로는 신고전학파와 케인즈학파를 아우르는 대표적 경제학자이다.

 

 

그런 필립 코틀러가 드디어 경제서를 썼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를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무슨 이야기를 했을지 궁금하면서도 그까지 입을 여는 것을 보니 현재 자본주의가 위기이긴 싶어 마음이 무거웠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감탄하였다.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일목요연한 프레젠테이션을 보는 듯 깔끔하고 정갈하였고 분량은 적당하였다. 모든 내용이 각각 완성도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촘촘히 얽혀 있었다. 처방은 대단히 현실적이다. 필립 코틀러는 말한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너무나 두꺼워 완독한 이가 많지 않다고,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는 설명도 간명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 생각으로 쓴 책이기에 이런 분량과 구성을 갖추고 있다.

 

<자본주의의 14가지 단점> - pp.32~33

1. 지속적인 빈곤에 대해서 해결책을 거의 또는 아예 제공하지 못한다.

2.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진다.

3. 수십억 명의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지 못한다.

4. 자동화 때문에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5. 기업들이 사업을 하면서 사회에 초래한 비용 전체를 부담하지 않는다.

6. 규제가 없을 때, 환경과 천연자원은 남용된다.

7. 경기순환과 경제 불안정을 유발한다.

8. 지역사회와 공익을 희생시키고, 대신 개인주의와 사리사욕을 강조한다.

9. 개인들이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도록 조장하고, 생산 중심의 경제가 아니라 금융 중심의 경제구조를 이끌어낸다.

10. 정치인과 기업의 이익단체가 결탁해 시민 대다수의 경제적 이익을 막는다.

11. 장기적인 투자계획보다 단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계획을 선호한다.

12. 상품의 품질과 안정성 문제, 과대광고, 불공정 경쟁행위가 만연한다.

13, GDP 성장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14. 시장에 적용되는 공식에 사회적 가치와 행복이 빠져 있다.

 

필립 코틀러는 다음과 같이 자본주의의 단점 14가지를 나열한다. 그리고 각각의 단점을 검토하며 실질적인 제안을 하며 마친다. 이 정도도 읽기 피로한 독자를 위해 한 눈에 책을 파악할 수 있게 각 장이 끝날 때마다 그 장을 짧게 요약해두었다. 필립 코틀러 역시 이러한 자본주의의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가 가장 최선의 경제체제이며 '더 나은 자본주의'의 가능성을 굳게 믿는다. 필립 코틀러가 분석한 자본주의의 속성은 이 14가지 단점이 각자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것인데, 전략적으로 서술하여 그 역학관계가 좀 더 잘 보이도록 해놓았다. 특히 필립 코틀러는 이 14가지의 가장 중심에 소득 불평등을 놓으며 강조하고 있다. 소득과 부의 문제만 놓고 보면 피케티의 주장과 비슷하지만, 그게 이 책의 전부가 아니며 이 책의 백미는 신선한 해법에 있다.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에서 필립 코틀러는 경제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짤막하게 말한다. 필립 코틀러는 행동 중심의 시장경제학자이자 시장에서 마케팅의 역할과 힘을 무시하지 않는 경제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경력이 자본주의에 대한 특별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책을 목표로 썼다고 하였다. 그래서인지 경제서지만 수식이나 그래프가 등장하지 않는다. 앞서 해법이 신선하다고 평가한 것은 내용보다 방식을 두고 한 말이다. 보통 ‘더 나은 자본주의’의 해법을 논하는 책들이 현황 분석과 비판에만 몰두하고 해법은 몇 가지만 제시하고 끝난다. 그런데 이 책은 해법이 각 장별로 대단히 다양한데다가 엄청나게 혁신적인 것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철저하게 실천 가능한 현실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 이런 대안을 최대한 많이 말해놓겠으니 이것들만이라도 지켜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자증세의 경우 단순히 소득이 높고 재산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걷으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문에서 세금을 제대로 못 걷고 있는지를 짚고, 수치를 어느 정도까지 올려볼 수 있는지 역사를 검토하는 식으로 굉장히 자세하게 제안한다. 그래서 크게 보면 이미 나온 이야기들이지만 적용 가능성을 훨씬 높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또 직업 만족도와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유급휴가와 휴일을 늘리라거나, 일자리와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 성장 지향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미국식 자본주의와 기업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촉구하는 대목은, 미국 뿐 아니라 미국의 경제경영 이론을 전적으로 따르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이 책의 원제는 ‘Confronting Capitalism’이다. 우리말로 완전히 표현할 수 없는 어감이라(‘자본주의의 당면 과제’ 정도로 의역할 수 있을까) 편집부가 무척 고심했을 것 같다. 부제와 표지까지 고려할 때 나쁘지 않은 제목인 것 같다. 여러모로 ‘더 나은 자본주의’를 논하는 책 중 굉장히 읽기 편한 책에 속한다. 300쪽 조금 넘는 분량, 책 한 권만 읽고 현재 자본주의의 쟁점을 파악하고 ‘더 나은 자본주의’의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주저 않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필립 코틀러의 독서 이력을 엿볼 수도 있는 책이라 이 책을 괜찮은 추천서 리스트로도 활용할 수 있다. 책 편집과 번역이 함께 진행되었는지 원서가 미국 기준 올 4월 15일에 나왔는데 한국어판 저자 서문이 포함된 번역본이 단 며칠 차이로 출간되었다. 그만큼 출판사가 자신 있게 내놓는 책이라는 것인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지 않으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moon_and_james-80일이 도대체 안 끝나!! 오늘 마감 건만 몇개여 흑흑

하며 좀비상태로 귀가한 저는 현관 앞 광경에 잠시 혼미해져 눈을 몇번이고 감았다 떴습니다.

"뭔 풀떼기요?"

- 김치할라꼬, 집에 찬거리가 한나도 없데이.

"설마..."

- 당연히 니가 하재, 화장실 형광등도 나갔구마 내일 싹 깔아주꼬

"..."

- 니 분명 어린이날에 어디 안 나가꼬 집에 있다켔재?

"..."



그래서 3월 갈무리 페이퍼 건너뛰고 4월 BEST 5 페이퍼부터 갑니다. 또르르

일단 마감이 중요하니!!


 

 

안녕하세요. 이섬입니다.

2015년 1월~6월 알라딘 신간평가단 15기로 활동합니다.

담당분야는 인문/사회/과학/예술

알라딘의 비문학 고전, 인문, 역사, 사회과학, 과학, 예술/대중문화, 만화>교양만화 카테고리에 업데이트 되는 신간들을 반년 동안 매의 눈으로 모니터합니다.

 

그래서 제 서재에서는

매월 초(웬만하면 산뜻하게 1일 목표!!) 제가 고른 지난 달 신간 베스트 5를 페이퍼로

그 중에서 그룹원끼리 토의 끝에 고른 궁극의 신간 1권을 리뷰로

만나보실 수 있겠습니다. 반년 동안 잘 부탁드려요!! 북플 친구 대 환영!!

 

그럼 이섬이 고르고 고른

2015년 4월 인문/사회/과학/예술 신간 BEST 5 출발!!

매월 인문,사회,과학,예술에서 각각 한권씩 고르고

다섯번째 책은 비문학 고전, 역사, 만화>교양만화에서 한권을 고릅니다.


 

moon_and_james-34

검토한 4월 신간은

인문 270↑+사회 300↑+과학 160↑+예술 270↑+다섯번째 책 선택을 위한 알파 검색

2015년 4월 인문/사회/예술/과학 출간 경향은

고요

세월호의 달이기도 하고, 잠시 쉬어가는 것인지 어쩐지.

눈길이 가는 책 수도 확 줄어들었는데 최종 취합할 때 고민도 했고 이달도 나쁘지 않게 넘어갔네요.


 

moon_and_james-1자 그럼 이달의 인사과예 이섬 BEST는!! 두구두구두구두구

 

 

 

 

 

 

 

 

 

 

 

 

 

 

 

 

 

 

 

 

[인문] 종교, 설명하기/파스칼 보이어/동녘사이언스/2015.04.10

진화생물학, 발달심리학, 인지인류학 세 가지 학문의 관점으로 쓴 종교학서라는 매우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책입니다.

[사회] 제국/헤어프리트 뮌클러/책세상/2015.04.10

‘제국’이란 무엇이며 제국은 어떻게 세계를‘지배’했는가. 고대 로마부터 현대 미국까지 제국의 역사와 논리를 밝히는 책입니다.

 

 

 

 

 

 

 

 

 

 

 

 

 

 

 

 

 

 

[과학] 우리는 우리 뇌다/디크 스왑/열린책들/2015.04.30

뇌가 곧 우리 자체이다! 뇌가 우리의 성격적 특성과 능력과 한계를 어떻게 결정짓는지를 탐구하는 뇌 과학책입니다.

[예술] 미술품 컬렉터들/김상엽/돌베개/2015.04.20

1864년에서 1950년까지의 우리나라 미술품 수집의 문화사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 미술 시장 풍토의 기원을 알아보는 책입니다.  

 

[역사]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김시덕/메디치미디어/2015.04.05

임진왜란부터 20세기 중반까지 500여 년에 이르는 동아시아 역사를,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충돌이라는 관점으로 쓴 책입니다.

책 표지를 클릭하시면 해당 책 알라딘 상품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brown_and_cony-35자, 저의 추천은 끝났습니다. 어떤 책이 최종 선정 책이 될까요? 두구두구두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맥베스 시공 RSC 셰익스피어 선집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원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맥베스] 천국에서 겪는 지옥

 

<맥베스>는 꿈이 어떻게 악몽이 될 수 있는지, 낮이면 둥지를 트는 새들의 유쾌한 자리가 밤이면 음산한 기지가 넘치는 문지기가 문 앞을 지키는 지옥 그 자체로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한 극이다. 그리고 세상이 얼마나 뒤죽박죽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한 극이다. 던컨 왕이 살해된 다음 날 아침에 태양은 떠오르기를 거부하고, 다른 이상한 현상들은 자연 질서의 혼란으로 해석된다. - p.24

 

운명인가 의지인가. 능력 있는 영주였고 왕의 총예를 받는 충신이었다. 부도 충분하였다. 그러나 맥베스는 자신의 집을 방문한 던컨 왕을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된다. 자신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고, 야심 가득한 부인의 부추김도 있었다. 원하던 천국을 스스로의 힘으로 얻은 밤, 하늘에서 곡소리가 들리는 등 온 세상이 이상해진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마지막 작품이자 가장 짧고 빠른 비극 <맥베스>, 천국에서 지옥을 겪는 사내의 이야기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을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6세이기도 했던 잉글랜드의 제임스 1세에게 바쳤다. 그는 잉글랜드 왕으로 즉위한 지 몇 주 만에 셰익스피어의 극단을 국왕 극단으로 격상시킨 이였다. <맥베스>에서 잉글랜드 궁정이 피난처이자 축복의 장소로 제시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스코틀랜드의 실존 인물이었던 던컨과 맥베스의 이야기를 자신의 상상력을 보태 재해석하였고, 1906년 초연하였다. 각색의 아이디어 전부 셰익스피어의 것은 아니고 라파엘 홀린셰드의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및 아일랜드의 연대기(1587)>에서 상당 부분 차용하였다.

 

- 맥베스에게 -  

마녀1: 맥베스, 만세! 글램즈의 영주, 만세!

마녀2: 맥베스, 만세! 코도의 영주, 만세! 

마녀3: 맥베스, 만세! 장차 왕이 되실 분이여, 만세! 

- 뱅쿠오에게 -

마녀1: 맥베스보다 못하지만, 더 위대하리라.

마녀2: 그만큼 운은 없지만, 훨씬 더 큰 행운을 누리리라. 

마녀3: 스스로 왕이 되지는 못해도 왕을 낳으리라. - pp.61~62/12

 

그래서 <맥베스>는 결말을 아는 상태에서 보는 희곡(연극)이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인데다가, 마녀의 예언과 엮여 극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맥베스>에는 '변덕스러운 자매들'로 언급되는 세 명의 마녀들이 등장한다. 그녀들을 심술궂은 숙녀들이라고 한 라파엘 홀린셰드와 달리 셰익스피어는 무척 수다스럽고 턱수염 난 노파로 설정하고 있다. 마녀들의 예언을 정리해보면 크게 네 가지다. 맥베스는 코도의 영주가 된다(12), 맥베스는 왕이 되지만 왕을 낳지는 못한다(31), 뱅쿠오는 왕이 되지는 못해도 왕을 낳는다(12), 여자에게서 태어난 어떤 자도 맥베스를 해치지 못한다.(41) 

 

맥베스 부인: 얻은 것도 없이, 힘을 모두 써버렸군. 욕망은 달성했지만 만족은 없는 셈이지. 없애버리고도 이렇게 불안한 기쁨 속에 사느니 우리가 없애버리는 그것이 되는 게 차라리 낫겠다. - p.115/32

맥베스: 괴상한 망상에 휩싸이는 것은 단련하지 않은 풋내기의 두려움이오. 우린 그 일을 하는 데에 아직 미숙한가 보오. - p.130/34

맥베스: 그걸 치료해 주시오. 상처 입은 마음을 치료할 수 없다면 뿌리박힌 슬픔을 기억에서 뽑아버리시오. 머릿속에 기록된 괴로움을 잘라내고 감미로운 망각의 해독제를 써서 마음을 무겁게 하는 저 해로운 물질을 답답한 가슴에서 씻어내시오. - p.174(53)

 

맥베스가 왕이 된 이후 맥베스 부부는 행복도 금슬도 모두 잃어버린다.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있을 뿐이다. 특히 전령과 환영을 계속 겪는 맥베스는 미칠 지경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라를 잘 다스리는 듯 했으나 곧 폭군이 되어버린다. 당연히 뱅쿠오도 제거한다. 슬슬 맥베스를 경계하기 시작한 다른 영주들, 그 중 맥더프는 던컨 왕이 죽은 후 잉글랜드로 도피한 던컨왕의 아들 맬컴과 연합해 맥베스를 처단하기로 결심한다. 스코틀랜드의 수많은 이들이 살인귀로 변한 맥베스에게 크게 실망해 맥더프-맬컴 연합과 함께 한다. 맥베스는 여자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자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의 파멸을 부정하지만, 맥더프는 어미의 배를 가르고 태어난 인물이었고 맥베스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맥베스>에서 맥베스 못지않게 주목 받는 인물은 맥베스 부인이다. 작품이 발표되고 나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극악무도한 악녀로 그려진다. 맥베스보다 연상이자 스스로 남편을 바꾼 아내고, 아이를 잃고도 슬퍼하지 않은 어머니이다. 맥베스의 악행을 부축이고 그가 약해지는 것을 막는 인물이다. 어떤 남자보다도 독한 야심가이다. 맥베스 부인 뿐 아니라 마녀들의 여왕 헤카네와 마녀 세 자매, 맥더프 부인 등 시대를 앞선 매력적인 여성 인물이 많이 등장하고 비중이 상당하다.

보통 연극 분량이다. 330여 쪽인 이 책에서 <맥베스> 대본 자체는 140쪽이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작품 해설이 풍부하다. 시공사의 RSC(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셰익스피어 선집은 2012 런던올림픽 특수를 염두하며 나왔으나, 그 전후로 출간된 다른 출판사의 완역본도 수없이 많아 크게 주목 받지 못하였다. 20154월 말 현재도 1쇄 분을 팔지 못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일반 대중들에게 셰익스피어 완역본이나 연극이 크게 소비되지 않다는 점도 판매 부진의 한 이유이다. 일찌감치 마니아들 사이에선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선집, 지금이라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과 <로미오와 줄리엣>을 제대로 읽고 싶다면 꼭 고려했으면 좋겠다. 강력 추천하는 완역본이다.

 

셰익스피어는 극작가이면서 직접 무대에 올라 가 연기한 적이 많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텍스트로 읽기보다 연극을 보거나 직접 연기하는 것이 이상적인 감상법이라고들 한다. RSC 셰익스피어 선집은 극으로서의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즐기는 데 어떤 판본보다 가장 최적화되어 있다. RSC는 주디 덴치, 제러미 아이언스 등 수많은 명배우를 배출한 전통 있는 극단이자 셰익스피어 연구와 교육으로 유명하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주기적으로 공연하는 것은 물론 시대별로 새롭게 재해석한 극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RSC<맥베스> 대본은 처음 출간된 셰익스피어 전집 제1이절판(1623)을 기초로 최대한 원전에 가깝게 복원하였으며, RSC판본 번역본은 시공사본이 유일하다.

  

셰익스피어를 읽을 때 까다롭게 판본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셰익스피어의 전작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은 물론, 남아 있는 작품 역시 완전한 원본이 아니라 셰익스피어 사후 수세기 동안 서지학자들과 편집자들이 정리해 출간해온 텍스트란 점이다. <맥베스>의 경우 토머스 미들턴이 개작한 부분이 있다. RSC판본 95% 운문, 5% 산문으로 이루어진 <맥베스>의 음률을 그대로 살리고 풍부한 주석과 꼼꼼한 지문 처리로 독자들이 셰익스피어의 진가를 알도록 돕는 최상의 판본이다. 심지어 배역별 비중 분석에, 장면별 요약까지 담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영어극시의 이상적 형식인 약강오보격(열 개의 음절, 다섯 개의 강세, 그리고 두 번째 음절마다 강세)를 기반으로 후기로 갈수록 운문 형식이 느슨해지고 운문과 산문 사이의 변화가 빈번해진다. 그런 셰익스피어의 섬세한 언어를 가장 섬세하게 편집한 판본이 RSC본인데, 번역 과정에서 언어적 차이로 그걸 다 살릴 수는 없지만 최대한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 시공사본이다. 번역진 역시 쟁쟁한데 <맥베스>의 경우 한국셰익스피어학회와 현대영미드라마학회 이사를 역임했던 한국방손통신대 영문과 교수 이원주가 번역을 맡았다.

 

<맥베스> 연극 연출과 연기에 대해 풍부한 인터뷰와 사진을 곁들이며 서술하고 있는 대목도 있어 여러모로 셰익스피어를 공부하며 읽기에 굉장히 좋은 선집이었다. 5대희극과 <템페스트> 정도만 해서 2차 선집도 꼭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읽는 데 무척 고통스러운 작품이었다. 어려워서 그렇다기보다 작품 속에 빨려 들어가 읽고 또 읽으며 헤어 나오질 못해서였다. 어둠과 피의 희곡이라는 둥 셰익스피어 작품 중 가장 외롭다는 둥 하는 이유를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맥베스 부부는 분명 악인이었다. 하지만 그 인간적 감정과 악을 저지른 후 시달리는 고통들이 충분히 공감되었다. 너무도 인간적이기에 천국에서 지옥을 겪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파멸에 자신 있게 통쾌하며 손가락질할 수가 없었다. 산 자의 해피엔딩을 죽은 자의 비극이 완전히 덮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지만 강한 나노 브랜드 - 니즈와 원츠를 쪼개고 또 쪼개라
김준모 지음 / 넥서스BIZ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지만 강한 나노 브랜드] 브랜드 책 No 브랜딩 책 Yes, 쪼개고 또 쪼개라

 


 

ND=(P+S+V+T)/C

ND: Nano Brand, P: Philosophy, S: Story, V: Value, T: Touch, C: Customer

'고객 1명에게 꼭 맞는 철학+고객 1명에게 감동을 주는 스토리+고객 1명이 꼭 필요한 가치+고객 1명이 꼭 필요한 감동'을 브랜드에 담아라. - p.232


커다란 브랜드와 작은 나노 브랜드는 대상 고객과 마케팅 방법 등 모든 것의 성격이 다르다. 그러므로 전혀 다르게 일해야 한다. 고객의 원츠를 쪼개고, 시장을 쪼개고 마케팅 방법을 쪼개라. 그러면 나노 브랜드가 보일 것이다. - p. 62


나노 브랜드를 제대로 마케팅하기 위해서는 4T를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4T란 제품(Thing), 고객(Target), 시간(Time), 방법(Tool)을 의미한다. 한정된 고객의 원츠에 꼭 맞는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방법을 가지고 마케팅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만든 나노 브랜드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 p.159

 

 

이 책 엄청 탐나는데, 지금 제게 딱 필요한 책이 나왔는데 읽을 시간이 없어 속상해요.” 한달 전, 넥서스의 신간 홍보 자료를 보다가 아무리 용을 써도 지금 읽을 시간을 낼 수 없다는 원통함에 애먼 출판사 직원에게 읍소했었다. 그저 큭큭거리며 관심 고맙네 하며 웃는 그분을 뒤로 하며 기필코 빠른 시일 내에 결제하리라 뚫어지게 다이어리만 쳐다보며 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주에 구매해 단숨에 읽었다. 기대감에 생난리를 쳤던 게 약간 멋쩍은 감이 없지 않았다. 뒤표지에 나열된 브랜드 명들을 보며 나노 브랜드케이스 스터디 책일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브랜드책이 아닌 브랜딩책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교과서적 구성을 하고 있는.

 

 

원했던 책은 아니었지만 다른 차원에서 만족감이 상당한 책이었다. 일단 아직까지 브랜딩 교과서 영역에서 홍성태 교수 정도를 제외하고 꾸준히 책을 내고 괜찮은 국내 저자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저자를 발견한 것 같아 반가웠다. 나노 브랜드란 개념이 학계에 통용 중인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책의 질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는데, 학위과정을 밟고 있지 않아 지금 당장 논문으로 발전시킬 수 없다는 사실에 펄쩍펄쩍 뛰고 싶을 만큼 이 책 한 권으로 끝내기 너무 아까운 개념이었다. 혹시 저자가 학위가 있거나 과정 중이라면 국내외 할 것 없이 꼭 좀 써주셨으면 좋겠다.

 

너무 큰 규모의 아이디어는 실행을 지연시킨다. 큰 변화보다는 꾸준하고도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커다란 브랜드의 덩치는 상대에게 과시를 할 때만 필요가 있는 수사슴의 큰 뿔과 같다. 사냥꾼에게 쫓길 때와 상황이 같은 오늘날에는 걸리적거리는 걸림돌일 뿐이다. 위대한 생물학자인 찰스 다윈은 최후까지 살아남는 종은 '크고 강한 종'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종'임을 강조했다. 끊임없이 변할 수 있는 브랜드, 이런 브랜드가 강한 브랜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아야 한다. 이렇게 작은 브랜드가 바로 나노 브랜드이다. - p.49


노하우 시대(Know-How)’에서 노웨어 시대(Know-Where)’를 거쳐 이제는 노와이 시대(Know-Why’로 진입했다. 블랙컨슈머들이 왜 비판을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개선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고, 그 문제에 꼭 맞는 열쇠를 손에 거머쥘 수 있다. 고객이 왜 우리의 제품과 브랜드를 외면하는지, 왜 경쟁사의 제품을 구매하는지, 우리 브랜드에 무엇을 요청하는지 등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라. - p.107 


시장 점유율보다 고객 시간 점유율이 더욱 중요하다. 고객을 온전히 나의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고객이 원하지만 채워지지 못한 원츠와 고객의 비어 있는 시간을 나의 제품과 브랜드로 채우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고객에게 꾸준하고 끈질기게 접근해간다면 고객들의 마음에 비로소 내 브랜드로 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 고객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콘텐츠가 담보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 p.141



니즈와 원츠를 쪼개고 또 쪼갠 초미세 브랜딩 전략, 나노 브랜드(). 브랜딩이나 마케팅 이론에서 흔히 사용하는 세부화 전략개념과 겹친다고 생각해서인지 저자처럼 말하는 이가 없다. 해외 웹을 뒤져보면 비슷한 이름의 브랜드 컨설팅 회사가 한 곳 검색되는 정도이다(나노브랜딩http://www.nanobranding.com/). 우리나라에선 2006년 김인순 기자가 <나노 브랜딩 시대>라는 책을 쓴 적이 있는데 이 책은 나노만 있고 브랜딩은 없는, 나노 산업 현황 분석서이다. 출판사가 저자를 대한민국 최초의 나노 브랜드 마스터”’라고까지 표현한 것이 과언이 아니었다. <작지만 강한 나노 브랜드>의 저자 김준모는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특히 디지털 브랜딩 및 마케팅을 중점적으로 파고 있다.

 

 

우리가 하루 동안 접하는 브랜드 수는 6000여개, 그 중 의식적으로 인지하는 브랜드는 거의 없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인지되기 위해선 피나는 노력으로 수도 없이 소비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해야 한다. “보이지 않으면 알고 싶지도 않고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p.139)”이 오늘날 브랜딩의 현주소이다. 최면 등 브랜딩에 있어 뇌과학이나 심리학의 이용이 늘어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경영 생태계의 대부분은 ()소기업 혹은 일개 점포이다. 물론 자본력이 월등한 대기업이 브랜딩, 마케팅 모든 측면에서 유리하긴 하지만 골리앗과 싸워지지 않음은 물론 이길 수까지 있는 다윗의 전략은 존재한다. 그것이 김준모가 말하는 나노 브랜드()이다. 소비자와 니즈와 원츠를 또 쪼개고 또 쪼개라. 틈새 전략이 가능할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니즈와 원츠)을 직접 만들 수 있다.

 

 

4P 제품(Product), 가격(Place), 유통(Place), 프로모션(Promotion)

4C 고객 가치(Customer Value), 고객 비용(Cost to the customer), 편의성(Convenience),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4T 제품(Thing), 고객(Target), 시간(Time), 방법(Tool)

 

 

손톱깎이 판매 세계 1위 기업 쓰리 세븐은 손톱 깎을 때 튀지 않도록 옆 부분 막아둔 손톱깎이로 대박을 터뜨려 시장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였고, 밴드에이드에 밀려 반창고 부문 만년 세계 2위 기업이었던 큐래드는 캐릭터 반창고로 밴드에이드를 따라잡았다. 10대 타깃 국내 인터넷 쇼핑몰 소녀나라의 경우 티머니 결제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지갑을 쉽게 열게 할 수 있었다. 전통적인 브랜딩(마케팅)4P4C, 그 믹스 전략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4T를 추가하여야 한다. 완벽한 타이밍으로 더욱 노골적으로 소비 심리를 공략하는 시대가 왔다. 과잉 소비 시대, 소비자가 구매 계획이 있는 제품을 얼마나 경쟁사보다 많이 선택받느냐보다 구매 계획이 없는 제품을 얼마나 충동구매하게 만드는 게 중요해졌다.

한 국내 패션 브랜드는 상표권을 준비하지 않았다. 다른 업무들에 바빴던 사업 초기에 미처 상표권 등록까지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 조금씩 매출이 오르고 사람들에게 알려질 때쯤 어려운 일이 생겼다. 상표 사냥꾼의 표적이 된 것이다. 상표 사냥꾼들은 성장하고 있는 회사들을 유심히 보고 있다가 상표권이 등록되지 않은 회사의 상표를 의도적으로 등록한다. 그 후에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상표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한다.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십억 원 이상 손해를 볼 수 있기에 브랜드 개발 초기에 상표권의 등록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p.177

기존에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형성된 인지적 지도는 후발 주자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알 리스가 강조한 것은 한 번 소비자의 머릿속에 형성된 인지적 지도를 후발 주자가 바꿔 놓기란 쉽지 않음을 인정하고 기존에 형성된 판 위에서 1위 자리를 두고 다투지 말고 차라리 새로운 별개의 판을 개척해서 그 축에서 1위를 하는 것이 오히려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는 것이다. - p.198

린스타트 방식, 조금 부족한 계획이라도 빠르게 실천하는 편이 우유부단하거나 미적거리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일단 실행을 하면 잘못된 점을 고쳐 나갈 수 있지만 아예 시작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결과나 교훈을 얻을 수 없다. 완벽한 계획이나 시간을 기다리지 말고 실천하라. 깨져도 지금 깨져야 한다. - p.243 

<작지만 강한 나노 브랜드>에 가장 관심을 가질 독자층은 2030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대학을 다녔고 디지털 마케팅(브랜딩)에 익숙한 그들보다 전통적 마케팅에 익숙한 4050 이상 층에게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들의 시장 감각 DNA를 바꿀 수 있는 유용한 참고서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을 언급했다고 <작지만 강한 나노 브랜드> 디지털 브랜딩(마케팅)에 집중한 책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물론 SNS 등 직접적으로 디지털 브랜딩(마케팅)에 대해 다루는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디지털은 달라진 시대, 달라져야 하는 접근을 말하는 키워드로 기능한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 자체도 중요하지만 탁월한 별명의 작명을 강조하는 대목이라든가, 브랜드 매니저-외부 네트워크-조력자 삼각 연대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대목, 치밀하고 꼼꼼한 마케터보다 허술하더라도 속도로 승부하는 마케터가 훨씬 회사에 보배일 수 있다는 대목 등 기존 패러다임의 허를 찌르거나 아예 뒤집어 버리는 부분들이 이 책의 백미이다. 샤를 보들레르는 공포의 매력에 취할 수 있는 사람은 강자뿐이라고 하였다. 20세기의 강자들은 소수의 거대 공룡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공룡들도 분신술 하듯 브랜드 세부화하고 있고, 경쟁력 있는 작은 강자들이 매서운 시대이다. 블루오션, 레드오션의 구분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로 어느 곳이든 무한 경쟁인 상황(나노오션)에서 조금 튀는 아이디어 하나로 분기별 판세가 뒤집히고 또 뒤집히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쪼개고 또 쪼개 살아남을 것인가, 여전히 덩어리째 끌어안고 있다가 장렬히 전사할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누구를 베꼈을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누가 누구를 베꼈을까? - 명작을 모방한 명작들의 이야기
카롤린 라로슈 지음, 김성희 옮김, 김진희 감수 / 윌컴퍼니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 원제: Qui Copie Qui?(누가 누구를 베꼈을까;2012;프랑스)

 

모방의 미술사, 그림의 계보

 

 

일단 책의 주제부터 분명히 밝히고 시작하자. 이 책은 제목만 언뜻 보고 짐작할 수 있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미술을 배우는 학생이나 초보 화가들이 예부터 해왔던 수련, 즉 과거 거장의 작품을 베껴 그리는 연습을 통해 색채와 형태의 언어를 눈과 손으로 익히는 행위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책의 주제는 작품들의 계보를 확인하는 것, 다시 말해 수십 년 혹은 수 세기의 간격을 두고 세상에 나온 작품들 간의 혈연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 카롤린 라로슈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읽은 책이었다. 한 가지 이유는 너무 미술 전시회에 가고 싶은데 통 갈 여유가 없어 오랫동안 욕구불만이 쌓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직업상, 취향상 큐레이션이나 인포그래픽에 늘 관심이 많아 구성과 기획이 좋은 책을 꾸준히 찾아 읽기 때문이다. 두 이유 모두에서 기대한 것 이상의 만족감을 준 책이었다. 매월 쏟아지는 미술 신간과 이미 어느 정도 인정받은 미술 구간이 상당한 상태에서 이 책을 고른 것엔 분량이 많지 않다는 점이 한 몫하였다. 300쪽도 안 되니까, 나오는 그림 수가 200여점 정도니까 하고 만만히 덤볐다가 제대로 한 방 먹은 책이다.

 

다 읽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45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읽는 내내 저자의 지식 내공에 감탄하였다. 이 책이 다루는 시대는 르네상스부터 현재까지이다. 전공자든 아니든 미술서적을 읽거나 전시회를 갔다가 어디선가 본 그림인 것 같은데 긴가민가한 경험이 한번쯤 있었을 것이다. 심증은 있었으나 물증은 없어 답답한 이들에게는 속 시원한 정답지가 되는 책이다. 보통 미술의 계보를 따질 땐 동시대 사제지간을 주로 말하는데 이 책은 세기를 넘나드는 화가들의 모방(참조)을 보여 주는 책이라 무척 인상 깊었다. 모방이라는 개념으로 미술사를 다시 읽는 경험을 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