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남자들의 이야기 댄디즘 - 최초의 멋쟁이 조지 브러멀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
쥘 바르베 도르비이 지음, 고봉만 옮김, 이주은 그림 해설 / 이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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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남자들의 이야기 댄디즘] 댄디의 기원에 대한 색다른 원전읽기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에서 출발하는 댄디의 본질 탐구

‘댄디’가 뭔지 모르면서 남발하는 우리 사회에 바치는 삼색 강의

‘권태로운 지성, 무례함과 냉담함, 시대에 대한 무관심’, 진짜 ‘댄디’를 말한다

 

 

 

이 책은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이라는 원전을 읽기에 앞서 불문학자와 미술학자가 글과 그림으로 댄디에 대한 해설을 더하여 새로운 원전읽기의 방식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프랑스 댄디를 연구한 불문학자 고봉만이 원전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와 틀을 마련해주고, 19세기 벨 에포크 전문가인 미술사학자 이주은이 당대의 그림들을 통해 댄디를 우리 눈앞에 데려온다. 이들의 명쾌하고 아름다운 해설이 붙은 이 원전 텍스트는, 당대의 댄디 뿐 아니라 지금의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댄디들, 바로 당신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 서문 中

 

패션디자이너 최범석이 이런 말을 했었다. "트렌디한 패션에 민감하고 충동구매가 가능하며 스타일리시한 남성소비자는 전체 10-20%에 불과하다". 실제로 남성패션소비에서 헤게모니는 여성소비자다. 화장하는 남자, 스키니진 아이돌 등 이슈는 계속 만들어지지만 이런 현상이 쉽게 남성문화 내의 메인스트림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보수적 성향이 강하고 변화의 정도가 더디다. 복식사를 공부하다보면 남성의 패션이 여성보다 훨씬 과장되고 화려했던 적도 있고, 댄디즘 대두 이전 이후에 남성 패션트렌드가 부각되는 시대들이 계속 등장하는데 말이다. 아무튼 트렌디하고 잘 꾸미는 남성들에게 우리는 흔히 ‘댄디하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정확히 ‘댄디’와 ‘댄디즘’이 무엇인지 알고 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워낙 ‘댄디’란 단어를 패션지에서 즐겨 쓰기 때문에 ‘댄디’하면 패션에 국한해 생각하기 쉬운데 <멋쟁이 남자들의 이야기 댄디즘>의 문제의식은 좀 더 광범위하다. ‘댄디즘’이 1990년대 이후 우리 문학과 사회 전반을 설명하는 개념 중 하나인데 이는 ‘댄디즘’ 개념에 대한 몰이해의 소산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지금에라도 ‘댄디’의 기원을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댄디의 원조인 조지 브러멀을 주인공으로 댄디즘과 당시 사회를 분석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개념을 세운다. 그런데 책 구성의 모양새가 독특하다. 1차적인 이 책의 정체성은 쥘 바르베 도르비이의 연구서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의 번역서라는 것이다. 그런데 책 제목이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이 아닌 것은 책의 내용이 그게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1:1:2.5 정도의 비중으로 미술사학자 이주은의 당대의 미술작품을 통해 본 댄디즘 분석(제1부. 10가지 키워드로 보는 댄디의 초상),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의 역자이자 국내 최초 프랑스 댄디 연구자 고봉만의 댄디즘 분석(제2부. 무례한 댄디의 내면에 대하여)이 <(제3부.)댄디즘과 조지 브러멀> 앞에 실려 있다. 출판사의 표현처럼 새로운 방식의 원전 읽기라고 볼 수도 있고, 댄디즘을 주제로 한 세 저자(김주은, 고봉만, 쥘 바르베 도르비이)의 삼색강의라고도 볼 수 있다. 댄디즘은 조지 브러멀을 필두로 19세기 영국 상류 귀족계급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타인과 구별되는 독특하면서도 사치스러운 복식과 생활방식이 시초고 프랑스로 넘어가 사상화된다.

 

미술사학자 이주은은 댄디의 특징으로 엄격함(순백색 셔츠와 한정된 장식품), 관능(몸에 딱 붙는 옷), 자연스러움(연출하지 않는 연출), 경계인(귀족과 부르주아 사이의 반항아), 신비주의(베일에 싸인 인물), 무관심(교양 없는 세상 견디기), 고립(의식 있는 인간의 선택), 자유(낭만주의적인 영혼), 인공미(실재보다 허구), 옴 파탈(양성성과 악취미) 10가지를 든다. 리스트, 몽테스키우, 보들레르, 바이런, 모네, 오스카와일드 등이 대표적인 댄디이다. 당대의 댄디들의 패션과 행태, 시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명화들이 이주은의 깔끔하고 명쾌한 설명과 함께 실려 있다. 고봉만은 댄디의 세 가지 추구점으로 예측불가능, 아름다움, 독립성을 들며 핵심적 특성은 냉정함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바르베를 댄디즘 이론의 구축자로 들면서 바르베의 댄디즘이 브러멀을 신화화, 추상화하였다고 분석한다. 댄디즘에 대한 해설을 한 거의 모든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바르베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래서 댄디즘의 원조인 브러멀만큼 바르베가 중요하다는 게 고봉만의 생각이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가장 뒤에 실린, 이 책의 출발인 원전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이다. 바르베 자신도 댄디였으며 브러멜 워너비였다. 작가이자 평론가였던 그는 브러멀 사후 5년에 발표한 이 글을 통해 브러멀을 댄디의 화신으로 만들었다. 그가 드는 댄디의 핵심적 특성은 허영심이다. 그리고 영국에서만 진정으로 가능한 문화적 코드로 규정한다. 바르베의 이 같은 분석이 없었으면 브러멀은 단순히 나비넥타이를 창조한 당대 멋쟁이에 불과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출신성분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사교성과 매력으로 왕의 친구이자 왕보다 더 유명한 인사까지 올랐던 걸 보면 난 인물임엔 틀림없지만, 바르베가 없었다면 프랑스에 댄디즘이 뿌리내리지도, 댄디즘이 유행 그 이상이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길지 않은 분량에도 주석이 상당한 것이 인상 깊고, 그에 덧붙인 역자의 주석 내용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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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질문 - What is Your Wish?
오나리 유코 글.그림, 김미대 옮김 / 북극곰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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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질문] 사랑을 믿는 이를 위한 솜사탕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때로는 얼굴이 빨개지도록 쑥스러운 한마디를

때로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한마디를

건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연한 만남에 감사하며

- 작가의 말 中

 

아내: 내가 커다란 나무로 변한 거야.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할 거야?

남편: 음...그렇다면 이 집을 팔고 그 나무 옆에 텐트를 치고 살 거야.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옷을 가지마다 걸어줄게. 내가 나무는 좀 타는 편이잖아.

 

남편: 당신은 내가 갑자기 아기로 변하면 어떻게 할 건데?

아내: 그럼 아기를 위해 새 아빠가 필요하지 않을까?

남편: 뭐? 나는 엄마만 있어도 훌륭하게 자라나는 아기거든!

 

 

엄밀히 말하면 신간이 아니다. 발표된 지 15년이 지난 동화이고, 국내 번역도 이번이 세 번째이다(단, 앞선 두 출간은 같은 출판사이다. 99개의풍선=프로메테우스). 페이지 수도 거의 없고, 삽화도 글도 단순하다. 그럼에도 꾸준히 작가와 작품의 팬이 있고, 그래서 절판되어도 금세 다른 출판사에서 재출간하는 데엔 분명 이유가 있다.

 

흔히 남자의 대답은 논리와 해결이고 여자의 대답은 공감과 위로라 말한다. 쓰는 언어가 달라 듣고픈 말도 다르고, 그래서 극복할 수 없는 소통불능이 있고 대개 헤어짐으로 사랑이 종말한단다. 그런 관점에서 오나리 유코의 <행복한 질문>은 전적으로 여성향의 동화이다. 아내가 곰, 벌레, 고양이가 되어도 아무렇지 않게 대하겠다는 남편은 쓰잘머리 없는 시시콜콜하고 엉뚱한 질문에 성실하게 꼬박꼬박 답한다. 삽화 속 아내의 얼굴조차 볼이 발그레해질만한 겸연쩍은 멘트로, 연인도 아니고 부부 사이에 말이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여자만 누릴 수 있는 상황이고 여자의 판타지만을 충족시키는 동화일까.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네가 될 수 없기에. 그러나 그와 동시에 우리가 사랑하며 깨닫는 것은 같은 인간이라는 인류애적 감정이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마음 뒤로 측은함과 애틋함이 싹튼다. 해결도 위로도 모두에게 필요하다. 그래서 만나고, 사랑하고, 살고, 이성애와 동성애의 모양새(본질)가 같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고, 같이 먹고 놀고 싶고, 만지고 싶고, 상대의 감정을 확인하고 싶다. 함께 있어서 충만하고 행복할 때도 있지만, 함께 있어도 외롭고 불안할 때도 있다. 오나리 유코의 <행복한 질문>을 읽으며 확신이 선 생각은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랑해서 표현하는 것이지만 표현할수록 마법처럼 마음이 커진다. 짝에게 더 다가가고 짝을 더 알려면, 나를 드러내고 많이 대화해야 한다.

 

 

오나리 유코는 <행복한 질문>에는 ‘당신의 소망은 무엇인가요?’와 ‘소소한 물음에 대답하기’라는 부제가 붙였다. 주인공은 유쾌하고 귀여운 개 부부이다. 눈 마주치기를 멈추지 않고, 음식을 나눠 먹고, 똑같이 행동하고, 한 침대를 쓰며 시간과 꿈을 공유한다. 헤어진 연인이라도, 권태에 빠진 부부라도 사랑했다면 겪었던 순간들, 예외는 없다. 사랑의 결실을 맺은 부부, 한창 열애 중인 연인, 사랑을 기다리는 싱글-사랑을 믿는 모든 이를 위한 솜사탕 동화, 포근하고 달콤하다. 모든 사랑의 인연은 우연이고 기적이다. 서로 사랑하면서 함께 성장한다. 그래서 결말이 어떻든 고맙지 않은 사랑은 없다. <행복한 질문>은 사랑의 이 소소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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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니체 - 고병권과 함께 니체의 <서광>을 읽다
고병권 지음, 노순택 사진 / 천년의상상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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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니체] 심연에서 만나는 빛

니체 철학의 핵심어는 서광이다?

고병권의 <서광(아침놀)> 읽기, 언더그라운더 니체를 만나다

 

 

 

언더그라운드, 모든 근거가 몰락하는 곳, 근거들의 근거 없음이 드러나는 곳, 그러나 어떤 근거도 그 위에서 세워질 수 없는 곳

- 작가 서문

 

아직 빛을 바라지 않은 수많은 서광이 있다.

- <리그베다> (<서광(아침놀)>의 제사)

 

나는 아무도 할 수 없고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했다. 나는 깊은 곳으로 내려갔고, 바닥에 구멍을 뚫었으며, 우리 철학자들이 수천 년 동안 신봉해온 낡은 신념을 조사하고 파고들기 시작했다. 철학자들은 이 신념이 가장 확실한 지반인 것처럼 그 위에 철학을 세우곤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위에 세워진 모든 건축물은 거듭 붕괴되었다. 나는 도덕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 니체 <서광(아침놀)> 서문

 

 

 <서광(아침놀)>은 니체 철학의 전환기의 저작이자 고통으로 배태된 아이다. 교수직을 그만 두고 파괴와 결별의 사유에 몰두하는 시기, 후에 죽을 뻔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발작과 구토, 편두통이 반복하는 최악의 건강 상태에서 썼다. 5년이 지나서야 서문을 붙였다. 그러나 니체는 “무서운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은 자신의 상태에서 섬뜩할 정도로 냉정하게 세계를 볼 수 있다.”고 고통을 긍정했으며 이 시기의 끔찍하고 치열한 고뇌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역작을 낳는 토대가 된다. 심연으로 치닫는 니체의 지하 탐사, 지금 우리에게도 의미가 될까.

 <서광(아침놀)>은 니체 철학의 전환기의 저작이자 고통으로 배태된 아이다. 교수직을 그만 두고 파괴와 결별의 사유에 몰두하는 시기, 후에 죽을 뻔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발작과 구토, 편두통이 반복하는 최악의 건강 상태에서 썼다. 5년이 지나서야 서문을 붙였다. 그러나 니체는 “무서운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은 자신의 상태에서 섬뜩할 정도로 냉정하게 세계를 볼 수 있다.”고 고통을 긍정했으며 이 시기의 끔찍하고 치열한 고뇌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역작을 낳는 토대가 된다. 심연으로 치닫는 니체의 지하 탐사, 지금 우리에게도 의미가 될까.

<서광(아침놀)>은 니체 철학의 전환기의 저작이자 고통으로 배태된 아이다. 교수직을 그만 두고 파괴와 결별의 사유에 몰두하는 시기, 후에 죽을 뻔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발작과 구토, 편두통이 반복하는 최악의 건강 상태에서 썼다. 5년이 지나서야 서문을 붙였다. 그러나 니체는 “무서운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은 자신의 상태에서 섬뜩할 정도로 냉정하게 세계를 볼 수 있다.”고 고통을 긍정했으며 이 시기의 끔찍하고 치열한 고뇌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역작을 낳는 토대가 된다. 심연으로 치닫는 니체의 지하 탐사, 지금 우리에게도 의미가 될까.

 <서광(아침놀)>은 니체 철학의 전환기의 저작이자 고통으로 배태된 아이다. 교수직을 그만 두고 파괴와 결별의 사유에 몰두하는 시기, 후에 죽을 뻔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발작과 구토, 편두통이 반복하는 최악의 건강 상태에서 썼다. 5년이 지나서야 서문을 붙였다. 그러나 니체는 “무서운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은 자신의 상태에서 섬뜩할 정도로 냉정하게 세계를 볼 수 있다.”고 고통을 긍정했으며 이 시기의 끔찍하고 치열한 고뇌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역작을 낳는 토대가 된다. 심연으로 치닫는 니체의 지하 탐사, 지금 우리에게도 의미가 될까.

 

 <서광(아침놀)>은 니체 철학의 전환기의 저작이자 고통으로 배태된 아이다. 교수직을 그만 두고 파괴와 결별의 사유에 몰두하는 시기, 후에 죽을 뻔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발작과 구토, 편두통이 반복하는 최악의 건강 상태에서 썼다. 5년이 지나서야 서문을 붙였다. 그러나 니체는 “무서운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은 자신의 상태에서 섬뜩할 정도로 냉정하게 세계를 볼 수 있다.”고 고통을 긍정했으며 이 시기의 끔찍하고 치열한 고뇌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역작을 낳는 토대가 된다. 심연으로 치닫는 니체의 지하 탐사, 지금 우리에게도 의미가 될까.

 

철학은 멀리 있는 학문이 아니다. 무엇을 배우고 생각하든, 철학이 엉켜 있다. 니체는 적어도 인문사회전공자는 피할 수 없는 기본 철학자이다. 수많은 학자()들과 비평가들이 니체에 매료되고 그를 인용하고 그의 관점에서 글을 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니체의 철학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너무 어렵다. 심지어 그런 이들을 대상으로 쉽게 쓴 니체 관련 서적조차 오독으로 점철된 경우가 허다하다. 니체가 내게 너무 멀지만 꼭 알고픈 당신인 독자에게 그의 저작들을 바르게읽을 힘을 기르게 해줄 니체 내비게이터는 긴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수유너머R의 고병권(필명:고추장)은 주목할 만한 저자이다. 사회학자지만 석사논문을 니체를 주제로 썼던 그는 두 권의 책 <니체 천개의 눈 천개의 길(2001/소명출판)><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03/그린비)> 각종 강의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니체 전도사로 활동해왔다. 무려 11년 만에 선보이는 그의 세 번째 니체 책, 이번 주제는 <서광(아침놀)>이다. 수유너머R에서 진행한 <서광(아침놀)> 강독 원고를 정리해 출간하였다.

 

 

<서광(1983/청하)><아침놀(2009/책세상>이란 제목으로 번역된 <Morgenröthe모르겐로떼(1881)>는 니체 저서 중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덜 알려진 책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이 니체 철학의 핵심과 정체성을 대표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도덕의 계보><선악의 저편> 등과 같은 대표작을 젖혀두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다음으로 <서광(아침놀)>을 해설하였다. <Morgenröthe>의 해석을 <서광(曙光)>으로 고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서광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에야 날개를 편다(헤겔 <법철학> 서문 )”로 대표되는 헤겔의 철학하는 시간과 정반대인 니체의 철학하는 시간이다. 헤겔과 달리 니체가 생각한 철학은 일을 시작하는 새벽의 사유이며 저녁은 피로가 몰려오는 마무리 시간에 불과하다. 밤을 지나 새벽으로, 어둠을 몰아내는 찬란한 아침을 여는 빛, ‘아침놀이나 여명보다는 서광이다.

 

 

니체의 <서광(아침놀)>은 다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권당 백여 개의 아포리즘이 있는데 묶인 기준을 알 수 없다. 니체의 철학은 가치 일반에 대한 비판적 활동(p.17)이다. 우리가 보는 기호와 현상은 이미 해석된 것이다. 저자는 이런 니체의 관점에서 <서광(아침놀)>의 전 아포리즘을 해체하고 재구성하고 해석한다. 그리하여 니체의 방법론, 심리학, 사회학과 정치학 , 예술론, 철학 다섯 주제로 <서광(아침놀)>을 해설하였다. 그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는 언더그라운드이다. <서광(아침놀)>의 서문에서 니체는 뚫고 들어가고 밑을 파고들며 뒤집어엎는, 지하에서 작업하고 있는, 지하의 인간(unterirdischen)’ 개념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이 할 도덕에 대한 투쟁법임을 밝힌다. 심연을 파고들어야 만나는 빛, 모든 편견이 사라질 때 보이는 진리, <언더그라운드 니체>는 니체의 언더그라운더식 사유로 <서광(아침놀)>과 니체를 읽고자 한다.

 

 

니체의 철학은 철학의 외부를 통해 철학을 이해하는 우회의 철학이다. 니체의 문장은 문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고, 그의 사유는 심리학자, 자연학자, 생리학자(의사), 계보학자의 외양을 지나 문헌학자의 면모로 귀결된다. 그래서 <서광(아침놀)> 500여개의 아포리즘을 살피는 것은 즐겁다. 그 황홀한 시간에 빠져드는 데, 고병권은 풍부한 인용과 주석으로 가득한 해설을 통해 친절한 도우미 역할을 한다. 니체의 방법론을 다룬 2장 수치스러운 기원은 니체의 도덕에 대한 계보학적 접근과 기독교 비판을 소개하며 그의 해설의 기술을 보여준다. 심리학을 다룬 3장 우리 자신에 대한 오독은 인간의 도덕적 행위에 대한 니체의 심리적 가설을 담았다. 근대 정치와 사회, 문화에 대한 니체의 비판을 담은 4장 탈주함으로써 도래하는 것에선 그리스인과 비교하며 근대와 독일에 대한 니체의 신랄한 비판을 엿볼 수 있다.

 

 

 

 

5장 배우의 철학은 저자가 편의상 예술론이란 주제로 명명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특정 주제로 묶기 힘든 <서광(아침놀)>의 나머지 아포리즘들을 다루는 장에 가까운데 저자는 니체가 쓴 배우’, ‘연극과 같은 단어에서 실마리를 얻어 니체가 기술했던 우리 삶의 연극적 특징들, 즉 타인을 대하는 자아(에고)의 문제로 이야기를 엮어보았다. 니체와 철학을 다룬 1장 지하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람6장 정신의 비행사는 샴쌍둥이와 같은 장으로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한 니체의 언더그라운드, 지하의 인간(unterirdischen)’의미가 마지막에 등장한다. <언더그라운드 니체>의 모티브는 등급이란 제목이 붙은 446절 아포리즘이다. 니체는 사상가들을 피상적인 사상가(표면), 심오한 사상가(심층), 철저한 사상가(근거, 바닥), 머리에 진흙을 처박는 지하의 사상가(지하)로 위계 지었는데(p.210) 마지막 지하의 사상가사랑스러운 지하인들로 표현하며 강조하였다. (사유가) 바닥을 뚫고 들어갈 때 비로소 근거들의 무근거성에 도달하며 깊이 자체를 전복하며 자유로워진다.

 

 

220여 쪽의 <언더그라운드 니체>는 독특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해설자인 동시에 독자이다. 니체와 <서광(아침놀)>을 단정하기보다 읽어나가는 과정의 모양새로 서술했다. 니체의 지하의 인간을 깨닫기 위해 지하의 인간의 방식으로 뚫고 들어가고 파내며 밑을 파고들며 뒤집어엎는 방식으로 <서광(아침놀)>을 읽어냈다. 또한 니체의 아포리즘을 해체·해석·재구성해 내놓은 저자의 결과물 역시 일종의 아포리즘인 것처럼 비교적 짧은 분량에 굵직굵직한 주제로 전개했다. 몇 년 째 언더그라운드란 단어가 저자의 사유를 지배해서일까, <언더그라운드 니체>는 단순한 <서광(아침놀)> 해설서가 아닌 이 책에 대한 오마주 자체로 보일 만큼 서로 닮았다. <언더그라운드 니체>는 결코 쉽고 명쾌하지 않다. 저자가 본문에서 인용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의 한 문장이 이 책을 읽는 열쇠이자 주의사항일 듯하다. “가장 나쁜 독자들은 약탈하는 군인과 같이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는 꺼내고, 나머지는 더럽히고 엉클어버리며 전체를 비방한다.” 독자 역시 뚫고 들어가며 읽어야 할 이유이다.

* 이 책의 또다른 재미 : 일곱장의 사진과 한 니체와 여섯 고병권

<언더그라운드 니체>에는 7장의 사진이 실려 있다. 출판사에서 저자의 글과 언더그라운드 개념에 잘 어울리는 한국의 사진 작품을 찾은 끝에 우리 시대 낮은 곳들을 포착한 노순택 사진작가의 일곱 사진이 실렸다. 서문과 여섯개의 본문 앞마다 실려 일곱 장이다. 사진과 병기된 글은 니체의 <서광(아침놀> 서문 인용 하나와 저자가 <서광(아침놀>에 영감을 받고 쓴 아포리즘 여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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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25일 강의 모두 신청합니다. 로쟈님의 <19세기 러시아 문학강의> 현재 읽고 있고 근간할 20세기책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다른 곳에서 하는 로쟈님 러시아문학강의 놓쳐 무척 아쉬어했는데 현암사에서 직접 기획한 강의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러시아문학 입문에 큰 도움 얻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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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톨스토이의 어떻게 살 것인가 (양장) - 톨스토이가 인류에게 전하는 인생의 지혜 소울메이트 고전 시리즈 - 소울클래식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선미 옮김 / 소울메이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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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에 앞서 필자는 편역·축약본, 중역본을 싫어하고 안 읽는 독자이며, 그 동안 서평 쓴 책들과 같은 기준에서 매긴 평점임을 밝힌다.

트랜디하고 강점과 타겟독자가 뚜렷한 책. 평점을 무시하고 서평 내용을 읽고 자신에게 맞는 책인지 판단하길 바란다.)

[톨스토이의 어떻게 살 것인가] 프레임의 프레임, 톨스토이의 힐링캠프

톨스토이를 읽어냈다는 뿌듯함을 원하는 독자를 위한 또 한권의 <Reding Circle> 편역본

스마트 시대를 대변하는 전자책 호환 최적화 형태의 종이책, 차별화된 편집방향성은 없어 아쉬워

 

 

 

 

    이 책은 수많은 작품과 선집에서 사상들을 선별해 엮은 것이다. 각 글 말미에 지은이를 명시해두었으나 내가 인용한 작품이나 제목, 정확한 원전은 표시하지 않았다. 때로는 원서를 직접 옮기지 않고 내가 잘 아는 언어로 된 번역서를 옮기기도 했다. 그래서 때로는 내 번역이 원전과 완전히 같지 않을 수도 있다. (...) 이해하기 쉽게 축약하고 어떤 말은 빼기도 했다.

    독자들은 인용문이 파스칼이나 루소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형태가 변형되긴 했어도, 그들의 사상을 전달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 원문과 일치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때로는 너무 장황하고 난해한 주장에서 하나의 생각을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명료하고 통일된 표현을 위해 몇몇 단어나 문장을 바꾸어야 했다.

     어떤 경우에는 완전히 나의 언어로 그 사상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것은 이 책의 목적이 원저작자의 사상을 글자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폭넓은 독자들이 다양한 작가들의 위대하고 지적인 유산에 좀 더 쉽게 다가가고, 날마다 읽으면서 최고의 생각과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지으면서 경험했고, 이전 판을 다듬으면서 날마다 읽고 또 읽으면서 거듭거듭 느꼈던 자애롭고 고양된 감정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느끼기를 바란다.

- 19083월 레프 톨스토이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 그의 저작과 삶은 장수의 장점과 연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전형이다. 그만큼 다채로운 세계관과 사상과 이력을 이룩하고 겪어왔다. 그의 마지막 저작은 3부작 잠언집이었다. <Круг чтения>, 직역하면 'Reading Circle독본'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이 책은 15년에 걸쳐 쓴 책으로, 1906년 초간본을 출판한 이래 개정도 하고 사후 미발표 원고가 추가되기도 하였다. 톨스토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한 아포리즘과 방대한 평생의 독서 편력을 바탕으로 동서양 사상가들의 책과 말을 인용하였다. 톨스토이는 이 책을 월별로, 하루에 한 주제로 읽을 수 있도록 편집하였으며, 인용한 말을 임의로 다듬었다.

 

 

4.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최고의 정신적인 성취인 양서들에 감사해야 한다. - 랠프 월도 메이슨

 

7. 사람은 3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어떤 것도 믿지 않는 사람이고 그 다음은 어렸을 때부터 믿어야 한다고 배운 거산 믿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을 믿는 사람이 있다. 이 마지막 부류의 사람이 가장 현명하고 가장 의지가 강한 사람이다. -p.22

 

17. 자신을 잊고, 자신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렸을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으며, 타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수 있고, 그들에게 영향을 줄 수가 있다. - p.34

 

18. 무엇을 해야할지 의심이 들 때 :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 그러면 모든 의구심들이 사라질 것이고, 당신의 의식이 말하는 바를, 진정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p.35 

 

 

미국의 출판비평가 클리트먼 패디먼은 교양인으로서 평생 읽어야 하고, 평생 다시 읽어야 하며, 평생 읽어보라고 할 만한 책은 고전 밖에 없지만 모든 고전을 반드시 완역본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너무 긴 책이 많을뿐더러 이들 중에는 부분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대목이 많거나, 생활고 때문에 작가가 일부러 원고를 늘려 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Круг чтения> 역시 발췌독을 고민해야 할 고전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톨스토이는 <Круг чтения> 외에도 여러 권의 인생론들을 남겼고 <Круг чтения>의 경우 천몇백페이지가 훌쩍 넘어간다. <부활>,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 등 대표 문학작품에 비해 에세이들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진다.

 

 

46. 행복이란 자기 자신만을 위해 바라는 것이고, 선이란 자신과 타인을 위해 바라는 것이다. 행복은 투쟁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선은 겸손을 통해 얻을 수 있다. - p.68

 

48. 대부분이 사람들은 신의 가르침을 귀담아 듣지 않고 신을 숭배할뿐이다. 숭배하는 것보다 가르침을 귀담아듣는 것이 더 낫다. - p.71

 

52. 사상은 당신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질문에 답할 때만 당신의 인생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다른 누군가로부터 빌려와 당신의 머리와 기억으로 받아들인 사상은 당신의 삶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때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 p.76

 

66. 건강을 소홀히 하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없다. 몸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것도 같은 결과를 불러온다. 중도를 찾으려면, 다른 사람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을 정도로 몸을 보살피면 된다. - p.92

 

 

그래서 수많은 출판사에서 이 작품을 편역해서 소개했고, 대부분의 독자들 역시 톨스토이의 명언들은 이런 책들을 통해 알았다. 인문학의 상품교양화가 심화되는 시대, 요즘 우리 출판계의 주셀링코드가 힐링이라면 올 2월 소울메이트에서 내놓은 <톨스토이의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단연 톨스토이의 힐링캠프격의 기획물이다. 원작에서 140개의 잠언을 발췌해 소제목을 붙였다. 삶으로 시작해 죽음으로 끝나도록 편집한 <톨스토이의 어떻게 살 것인가>인생, 사랑, 종교, 죽음 등에 관한 톨스토이의 깊은 성찰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프레임으로 원작을 썼고, 그 원작을 소울메이트(출판사)와 이선미(역자)만의 프레임으로 재편집하였다. 아쉬운 것은 이미 나온 기존의 수많은 편역본(심지어 이 책과 제목마저 거의 비슷한 책이 1달 전에 나왔다)발췌 내용이나 편집이 크게 차별점이 없다는 것이다

  

 

74. 현재에 진정한 삶이 존재한다 ;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와 다가올 미래가 만나는 시간 속의 무한한 작은 점이다. 시간이 없는 이 점에서 바로 인간의 진정한 삶이 존재한다. - p.102

 

84. 마음을 즐겁게만 하는 이류 책들이 너무 많이 있다. 그러므로 의심의 여지없이 양서로 인정받는 책만 읽어라 - 세네카

 

91. (...)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의 생활을 불확실하게 얻으려고 확실한 현재의 생활을 확실하게 파괴하고 있다. - p.122

 

116. (...) 모든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일이다. 그것은 그들이 삶의 신조로 여기는 도덕률을 깨달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 깨달음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며, 인간이 행하는 유일한 일이다. - p.152

 

 

최근 우리 전자책계는 요약북이 대세이다. ‘3줄 요약 문화로 대변되는 텍스팅(문장구조와 맞춤법을 무시한 사적 글쓰기 행태. 인터넷이나 SNS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일컬음) 시대의 반영인 듯도 하고 스마트리딩 강박 세태를 보여주는 것도 같다. 그런 점에서 <톨스토이의 어떻게 살 것인가>을 읽을 때 첫 느낌은 전자책?SNS?’였다. 한 쪽당 잠언 하나씩, 이따금 예쁜 사진 하나씩 실은 양태가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명언 SNS 같고 전자책으로 호환 최적화 형태의 종이책으로 보였다. 분량도 180쪽 정도로 아마 가장 얇은 <Круг чтения> 편역본일 것이다. 이전에도 자투리 시간 활용해 가볍게 읽을 각종 교양편집북에 대한 수요는 꾸준했지만 저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트렌디 하다. 완역·직역본을 고집하는 독자는 시큰둥할 신간이나, 최대한 짧은 시간을 투자해 톨스토이를 읽어냈다는 뿌듯함을 원하는 독자는 반갑게 고려할만한 신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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