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톨스토이의 어떻게 살 것인가 (양장) - 톨스토이가 인류에게 전하는 인생의 지혜 소울메이트 고전 시리즈 - 소울클래식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선미 옮김 / 소울메이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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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에 앞서 필자는 편역·축약본, 중역본을 싫어하고 안 읽는 독자이며, 그 동안 서평 쓴 책들과 같은 기준에서 매긴 평점임을 밝힌다.

트랜디하고 강점과 타겟독자가 뚜렷한 책. 평점을 무시하고 서평 내용을 읽고 자신에게 맞는 책인지 판단하길 바란다.)

[톨스토이의 어떻게 살 것인가] 프레임의 프레임, 톨스토이의 힐링캠프

톨스토이를 읽어냈다는 뿌듯함을 원하는 독자를 위한 또 한권의 <Reding Circle> 편역본

스마트 시대를 대변하는 전자책 호환 최적화 형태의 종이책, 차별화된 편집방향성은 없어 아쉬워

 

 

 

 

    이 책은 수많은 작품과 선집에서 사상들을 선별해 엮은 것이다. 각 글 말미에 지은이를 명시해두었으나 내가 인용한 작품이나 제목, 정확한 원전은 표시하지 않았다. 때로는 원서를 직접 옮기지 않고 내가 잘 아는 언어로 된 번역서를 옮기기도 했다. 그래서 때로는 내 번역이 원전과 완전히 같지 않을 수도 있다. (...) 이해하기 쉽게 축약하고 어떤 말은 빼기도 했다.

    독자들은 인용문이 파스칼이나 루소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형태가 변형되긴 했어도, 그들의 사상을 전달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 원문과 일치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때로는 너무 장황하고 난해한 주장에서 하나의 생각을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명료하고 통일된 표현을 위해 몇몇 단어나 문장을 바꾸어야 했다.

     어떤 경우에는 완전히 나의 언어로 그 사상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것은 이 책의 목적이 원저작자의 사상을 글자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폭넓은 독자들이 다양한 작가들의 위대하고 지적인 유산에 좀 더 쉽게 다가가고, 날마다 읽으면서 최고의 생각과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지으면서 경험했고, 이전 판을 다듬으면서 날마다 읽고 또 읽으면서 거듭거듭 느꼈던 자애롭고 고양된 감정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느끼기를 바란다.

- 19083월 레프 톨스토이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 그의 저작과 삶은 장수의 장점과 연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전형이다. 그만큼 다채로운 세계관과 사상과 이력을 이룩하고 겪어왔다. 그의 마지막 저작은 3부작 잠언집이었다. <Круг чтения>, 직역하면 'Reading Circle독본'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이 책은 15년에 걸쳐 쓴 책으로, 1906년 초간본을 출판한 이래 개정도 하고 사후 미발표 원고가 추가되기도 하였다. 톨스토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한 아포리즘과 방대한 평생의 독서 편력을 바탕으로 동서양 사상가들의 책과 말을 인용하였다. 톨스토이는 이 책을 월별로, 하루에 한 주제로 읽을 수 있도록 편집하였으며, 인용한 말을 임의로 다듬었다.

 

 

4.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최고의 정신적인 성취인 양서들에 감사해야 한다. - 랠프 월도 메이슨

 

7. 사람은 3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어떤 것도 믿지 않는 사람이고 그 다음은 어렸을 때부터 믿어야 한다고 배운 거산 믿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을 믿는 사람이 있다. 이 마지막 부류의 사람이 가장 현명하고 가장 의지가 강한 사람이다. -p.22

 

17. 자신을 잊고, 자신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렸을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으며, 타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수 있고, 그들에게 영향을 줄 수가 있다. - p.34

 

18. 무엇을 해야할지 의심이 들 때 :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 그러면 모든 의구심들이 사라질 것이고, 당신의 의식이 말하는 바를, 진정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p.35 

 

 

미국의 출판비평가 클리트먼 패디먼은 교양인으로서 평생 읽어야 하고, 평생 다시 읽어야 하며, 평생 읽어보라고 할 만한 책은 고전 밖에 없지만 모든 고전을 반드시 완역본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너무 긴 책이 많을뿐더러 이들 중에는 부분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대목이 많거나, 생활고 때문에 작가가 일부러 원고를 늘려 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Круг чтения> 역시 발췌독을 고민해야 할 고전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톨스토이는 <Круг чтения> 외에도 여러 권의 인생론들을 남겼고 <Круг чтения>의 경우 천몇백페이지가 훌쩍 넘어간다. <부활>,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 등 대표 문학작품에 비해 에세이들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진다.

 

 

46. 행복이란 자기 자신만을 위해 바라는 것이고, 선이란 자신과 타인을 위해 바라는 것이다. 행복은 투쟁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선은 겸손을 통해 얻을 수 있다. - p.68

 

48. 대부분이 사람들은 신의 가르침을 귀담아 듣지 않고 신을 숭배할뿐이다. 숭배하는 것보다 가르침을 귀담아듣는 것이 더 낫다. - p.71

 

52. 사상은 당신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질문에 답할 때만 당신의 인생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다른 누군가로부터 빌려와 당신의 머리와 기억으로 받아들인 사상은 당신의 삶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때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 p.76

 

66. 건강을 소홀히 하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없다. 몸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것도 같은 결과를 불러온다. 중도를 찾으려면, 다른 사람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을 정도로 몸을 보살피면 된다. - p.92

 

 

그래서 수많은 출판사에서 이 작품을 편역해서 소개했고, 대부분의 독자들 역시 톨스토이의 명언들은 이런 책들을 통해 알았다. 인문학의 상품교양화가 심화되는 시대, 요즘 우리 출판계의 주셀링코드가 힐링이라면 올 2월 소울메이트에서 내놓은 <톨스토이의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단연 톨스토이의 힐링캠프격의 기획물이다. 원작에서 140개의 잠언을 발췌해 소제목을 붙였다. 삶으로 시작해 죽음으로 끝나도록 편집한 <톨스토이의 어떻게 살 것인가>인생, 사랑, 종교, 죽음 등에 관한 톨스토이의 깊은 성찰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프레임으로 원작을 썼고, 그 원작을 소울메이트(출판사)와 이선미(역자)만의 프레임으로 재편집하였다. 아쉬운 것은 이미 나온 기존의 수많은 편역본(심지어 이 책과 제목마저 거의 비슷한 책이 1달 전에 나왔다)발췌 내용이나 편집이 크게 차별점이 없다는 것이다

  

 

74. 현재에 진정한 삶이 존재한다 ;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와 다가올 미래가 만나는 시간 속의 무한한 작은 점이다. 시간이 없는 이 점에서 바로 인간의 진정한 삶이 존재한다. - p.102

 

84. 마음을 즐겁게만 하는 이류 책들이 너무 많이 있다. 그러므로 의심의 여지없이 양서로 인정받는 책만 읽어라 - 세네카

 

91. (...)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의 생활을 불확실하게 얻으려고 확실한 현재의 생활을 확실하게 파괴하고 있다. - p.122

 

116. (...) 모든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일이다. 그것은 그들이 삶의 신조로 여기는 도덕률을 깨달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 깨달음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며, 인간이 행하는 유일한 일이다. - p.152

 

 

최근 우리 전자책계는 요약북이 대세이다. ‘3줄 요약 문화로 대변되는 텍스팅(문장구조와 맞춤법을 무시한 사적 글쓰기 행태. 인터넷이나 SNS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일컬음) 시대의 반영인 듯도 하고 스마트리딩 강박 세태를 보여주는 것도 같다. 그런 점에서 <톨스토이의 어떻게 살 것인가>을 읽을 때 첫 느낌은 전자책?SNS?’였다. 한 쪽당 잠언 하나씩, 이따금 예쁜 사진 하나씩 실은 양태가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명언 SNS 같고 전자책으로 호환 최적화 형태의 종이책으로 보였다. 분량도 180쪽 정도로 아마 가장 얇은 <Круг чтения> 편역본일 것이다. 이전에도 자투리 시간 활용해 가볍게 읽을 각종 교양편집북에 대한 수요는 꾸준했지만 저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트렌디 하다. 완역·직역본을 고집하는 독자는 시큰둥할 신간이나, 최대한 짧은 시간을 투자해 톨스토이를 읽어냈다는 뿌듯함을 원하는 독자는 반갑게 고려할만한 신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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