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질문 - What is Your Wish?
오나리 유코 글.그림, 김미대 옮김 / 북극곰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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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질문] 사랑을 믿는 이를 위한 솜사탕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때로는 얼굴이 빨개지도록 쑥스러운 한마디를

때로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한마디를

건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연한 만남에 감사하며

- 작가의 말 中

 

아내: 내가 커다란 나무로 변한 거야.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할 거야?

남편: 음...그렇다면 이 집을 팔고 그 나무 옆에 텐트를 치고 살 거야.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옷을 가지마다 걸어줄게. 내가 나무는 좀 타는 편이잖아.

 

남편: 당신은 내가 갑자기 아기로 변하면 어떻게 할 건데?

아내: 그럼 아기를 위해 새 아빠가 필요하지 않을까?

남편: 뭐? 나는 엄마만 있어도 훌륭하게 자라나는 아기거든!

 

 

엄밀히 말하면 신간이 아니다. 발표된 지 15년이 지난 동화이고, 국내 번역도 이번이 세 번째이다(단, 앞선 두 출간은 같은 출판사이다. 99개의풍선=프로메테우스). 페이지 수도 거의 없고, 삽화도 글도 단순하다. 그럼에도 꾸준히 작가와 작품의 팬이 있고, 그래서 절판되어도 금세 다른 출판사에서 재출간하는 데엔 분명 이유가 있다.

 

흔히 남자의 대답은 논리와 해결이고 여자의 대답은 공감과 위로라 말한다. 쓰는 언어가 달라 듣고픈 말도 다르고, 그래서 극복할 수 없는 소통불능이 있고 대개 헤어짐으로 사랑이 종말한단다. 그런 관점에서 오나리 유코의 <행복한 질문>은 전적으로 여성향의 동화이다. 아내가 곰, 벌레, 고양이가 되어도 아무렇지 않게 대하겠다는 남편은 쓰잘머리 없는 시시콜콜하고 엉뚱한 질문에 성실하게 꼬박꼬박 답한다. 삽화 속 아내의 얼굴조차 볼이 발그레해질만한 겸연쩍은 멘트로, 연인도 아니고 부부 사이에 말이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여자만 누릴 수 있는 상황이고 여자의 판타지만을 충족시키는 동화일까.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네가 될 수 없기에. 그러나 그와 동시에 우리가 사랑하며 깨닫는 것은 같은 인간이라는 인류애적 감정이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마음 뒤로 측은함과 애틋함이 싹튼다. 해결도 위로도 모두에게 필요하다. 그래서 만나고, 사랑하고, 살고, 이성애와 동성애의 모양새(본질)가 같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고, 같이 먹고 놀고 싶고, 만지고 싶고, 상대의 감정을 확인하고 싶다. 함께 있어서 충만하고 행복할 때도 있지만, 함께 있어도 외롭고 불안할 때도 있다. 오나리 유코의 <행복한 질문>을 읽으며 확신이 선 생각은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랑해서 표현하는 것이지만 표현할수록 마법처럼 마음이 커진다. 짝에게 더 다가가고 짝을 더 알려면, 나를 드러내고 많이 대화해야 한다.

 

 

오나리 유코는 <행복한 질문>에는 ‘당신의 소망은 무엇인가요?’와 ‘소소한 물음에 대답하기’라는 부제가 붙였다. 주인공은 유쾌하고 귀여운 개 부부이다. 눈 마주치기를 멈추지 않고, 음식을 나눠 먹고, 똑같이 행동하고, 한 침대를 쓰며 시간과 꿈을 공유한다. 헤어진 연인이라도, 권태에 빠진 부부라도 사랑했다면 겪었던 순간들, 예외는 없다. 사랑의 결실을 맺은 부부, 한창 열애 중인 연인, 사랑을 기다리는 싱글-사랑을 믿는 모든 이를 위한 솜사탕 동화, 포근하고 달콤하다. 모든 사랑의 인연은 우연이고 기적이다. 서로 사랑하면서 함께 성장한다. 그래서 결말이 어떻든 고맙지 않은 사랑은 없다. <행복한 질문>은 사랑의 이 소소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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