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남자들의 이야기 댄디즘 - 최초의 멋쟁이 조지 브러멀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
쥘 바르베 도르비이 지음, 고봉만 옮김, 이주은 그림 해설 / 이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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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남자들의 이야기 댄디즘] 댄디의 기원에 대한 색다른 원전읽기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에서 출발하는 댄디의 본질 탐구

‘댄디’가 뭔지 모르면서 남발하는 우리 사회에 바치는 삼색 강의

‘권태로운 지성, 무례함과 냉담함, 시대에 대한 무관심’, 진짜 ‘댄디’를 말한다

 

 

 

이 책은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이라는 원전을 읽기에 앞서 불문학자와 미술학자가 글과 그림으로 댄디에 대한 해설을 더하여 새로운 원전읽기의 방식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프랑스 댄디를 연구한 불문학자 고봉만이 원전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와 틀을 마련해주고, 19세기 벨 에포크 전문가인 미술사학자 이주은이 당대의 그림들을 통해 댄디를 우리 눈앞에 데려온다. 이들의 명쾌하고 아름다운 해설이 붙은 이 원전 텍스트는, 당대의 댄디 뿐 아니라 지금의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댄디들, 바로 당신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 서문 中

 

패션디자이너 최범석이 이런 말을 했었다. "트렌디한 패션에 민감하고 충동구매가 가능하며 스타일리시한 남성소비자는 전체 10-20%에 불과하다". 실제로 남성패션소비에서 헤게모니는 여성소비자다. 화장하는 남자, 스키니진 아이돌 등 이슈는 계속 만들어지지만 이런 현상이 쉽게 남성문화 내의 메인스트림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보수적 성향이 강하고 변화의 정도가 더디다. 복식사를 공부하다보면 남성의 패션이 여성보다 훨씬 과장되고 화려했던 적도 있고, 댄디즘 대두 이전 이후에 남성 패션트렌드가 부각되는 시대들이 계속 등장하는데 말이다. 아무튼 트렌디하고 잘 꾸미는 남성들에게 우리는 흔히 ‘댄디하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정확히 ‘댄디’와 ‘댄디즘’이 무엇인지 알고 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워낙 ‘댄디’란 단어를 패션지에서 즐겨 쓰기 때문에 ‘댄디’하면 패션에 국한해 생각하기 쉬운데 <멋쟁이 남자들의 이야기 댄디즘>의 문제의식은 좀 더 광범위하다. ‘댄디즘’이 1990년대 이후 우리 문학과 사회 전반을 설명하는 개념 중 하나인데 이는 ‘댄디즘’ 개념에 대한 몰이해의 소산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지금에라도 ‘댄디’의 기원을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댄디의 원조인 조지 브러멀을 주인공으로 댄디즘과 당시 사회를 분석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개념을 세운다. 그런데 책 구성의 모양새가 독특하다. 1차적인 이 책의 정체성은 쥘 바르베 도르비이의 연구서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의 번역서라는 것이다. 그런데 책 제목이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이 아닌 것은 책의 내용이 그게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1:1:2.5 정도의 비중으로 미술사학자 이주은의 당대의 미술작품을 통해 본 댄디즘 분석(제1부. 10가지 키워드로 보는 댄디의 초상),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의 역자이자 국내 최초 프랑스 댄디 연구자 고봉만의 댄디즘 분석(제2부. 무례한 댄디의 내면에 대하여)이 <(제3부.)댄디즘과 조지 브러멀> 앞에 실려 있다. 출판사의 표현처럼 새로운 방식의 원전 읽기라고 볼 수도 있고, 댄디즘을 주제로 한 세 저자(김주은, 고봉만, 쥘 바르베 도르비이)의 삼색강의라고도 볼 수 있다. 댄디즘은 조지 브러멀을 필두로 19세기 영국 상류 귀족계급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타인과 구별되는 독특하면서도 사치스러운 복식과 생활방식이 시초고 프랑스로 넘어가 사상화된다.

 

미술사학자 이주은은 댄디의 특징으로 엄격함(순백색 셔츠와 한정된 장식품), 관능(몸에 딱 붙는 옷), 자연스러움(연출하지 않는 연출), 경계인(귀족과 부르주아 사이의 반항아), 신비주의(베일에 싸인 인물), 무관심(교양 없는 세상 견디기), 고립(의식 있는 인간의 선택), 자유(낭만주의적인 영혼), 인공미(실재보다 허구), 옴 파탈(양성성과 악취미) 10가지를 든다. 리스트, 몽테스키우, 보들레르, 바이런, 모네, 오스카와일드 등이 대표적인 댄디이다. 당대의 댄디들의 패션과 행태, 시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명화들이 이주은의 깔끔하고 명쾌한 설명과 함께 실려 있다. 고봉만은 댄디의 세 가지 추구점으로 예측불가능, 아름다움, 독립성을 들며 핵심적 특성은 냉정함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바르베를 댄디즘 이론의 구축자로 들면서 바르베의 댄디즘이 브러멀을 신화화, 추상화하였다고 분석한다. 댄디즘에 대한 해설을 한 거의 모든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바르베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래서 댄디즘의 원조인 브러멀만큼 바르베가 중요하다는 게 고봉만의 생각이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가장 뒤에 실린, 이 책의 출발인 원전 <댄디즘과 조지 브러멀>이다. 바르베 자신도 댄디였으며 브러멜 워너비였다. 작가이자 평론가였던 그는 브러멀 사후 5년에 발표한 이 글을 통해 브러멀을 댄디의 화신으로 만들었다. 그가 드는 댄디의 핵심적 특성은 허영심이다. 그리고 영국에서만 진정으로 가능한 문화적 코드로 규정한다. 바르베의 이 같은 분석이 없었으면 브러멀은 단순히 나비넥타이를 창조한 당대 멋쟁이에 불과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출신성분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사교성과 매력으로 왕의 친구이자 왕보다 더 유명한 인사까지 올랐던 걸 보면 난 인물임엔 틀림없지만, 바르베가 없었다면 프랑스에 댄디즘이 뿌리내리지도, 댄디즘이 유행 그 이상이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길지 않은 분량에도 주석이 상당한 것이 인상 깊고, 그에 덧붙인 역자의 주석 내용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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