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구판절판


앞으로 나아감에 따라, 내 몸이 내게 붙어 있지 않다는 의식이 점점 뚜렷해져 갔다. 아마도 그건 자신의 몸을 볼 수 없는 탓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손바닥을 눈앞에까지 가져와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왠지 야릇한 일처럼 느껴졌다. 계속 그런 상태에 머물다 보면, 어느새 그 몸이란 것이 하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8쪽

시력을 잃어버리는 것이 이처럼 대단한 공포심을 자아낼 줄은 나도 몰랐다. 그것은 심한 경우에는 판단 기준이라든가 혹은 자존심이나 용기 같은 것마저도 앗아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달성하려고 할 때에 아주 자연스럽게 다음의 세 가지를 파악한다. 자신이 지금까지 얼마나 일을 해냈는가? 지금 자신은 어떤 위치에 서 있는가? 이제부터는 어느 정도의 일을 하면 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박탈당하고 나면, 뒤에는 공포와 불신과 피로감밖에는 남지 않는다.-37쪽

"... 만약 당신이 수면 부족이라는 이유로 당신 자신을 동정하기 시작하면, 나쁜 힘이 거기부터 비집고 들어오는 거예요. 알아요?"-49쪽

"... 어둡고 힘겹고 쓸쓸해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꼭 껴안아 주었으면 했는데, 그때 주위에 자신을 안아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당신은 이해하겠어요?"-53쪽

"이 도시의 완전함은 마음을 상실함으로써 성립되는 거야. 마음을 상실함으로써, 각각의 존재를 영원히 늘여진 시간 속으로 끼워 넣고 있는 거지... 그런데 싸움과 미움과 욕망이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그 반대의 것도 없다는 얘기기도 하지. 그건 기쁨이고, 행복이고, 애정이야. 절망이 있고 환멸이 있고 비애가 있음으로 해서 기쁨이 생기는 거야. 절망이 없는 행복 따위는 아무데도 없어. 그게 내가 말하는 자연스러움이라는 거야..."-239쪽

인간 행동의 대부분은 자기가 앞으로도 계속 살아간다는 전제에서 비롯되는 것이어서, 그 전제를 없애 버리고 나면 뒤에는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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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구판절판


"... 마음이란 사용하는 게 아냐. 마음이란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이지. 바람과도 같은 거야. 당신은 그 움직임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아"라고 나는 말했다.-92쪽

"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때때로 마음을 잃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아니, 잃어버리지 않고 제대로 간직하고 있는 때가 더 적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되돌아온다는 확신이 있어서, 그 확신이 나라는 존재를 하나로 묶어서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상실한다는 것이 대체 어떤 것인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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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구판절판


내 정신적 지주의 한 사람인 오스카 와일드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다>라고.-24쪽

위반 없이는 욕망도 없다.-28쪽

너무나 순수한 건 더럽혀지고 너무나 신성한 건 모독당한다는 거야. 네가 신성 모독자라고 생각해봐. 신성하지도 않은 걸 모독하고 싶을까?-32쪽

<아름다운 것은 반드시 이상하다.> 보들레르가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43쪽

"... 아름다움이란 게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이지 않는다면 무슨 가치가 있겠어."-76쪽

시간을 잘 지키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예의인데, 여자들은 꼭 예의에 어긋나는 짓을 해서 사랑을 표현하려 한다.-90쪽

"...끔찍하거든. 사랑할 수 없는 사람한테서 그렇게 아름다운 사랑 고백을 받는다는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서 그런 편지를 받을 수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팔았을 거야. 하지만 너한테서 받고 싶지는 않았어."-168쪽

"... 글만큼 육체적인 건 없어."-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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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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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의 침묵은 신랄하다. 되도록 침묵을 피할 것.'-12쪽

"...그리스도께서는 말씀하셨소. 악한 자들과 증오하는 자들은 그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화근이 된다고."-60쪽

"...암, 내 책들은 전쟁보다 해롭다오. 죽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니까. 반면에 전쟁이란 건 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잖소. 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자살해야 마땅하오."-74쪽

"... 아, 정말 중요한 건 그거요! 시선 바꾸기. 바로 그거요, 우리가 말하는 걸작이란."-78쪽

"...허위적이라는 건 우선 자기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오."-82쪽

"... 책을 사놓고도 읽지 않는 파렴치한들이 얼마나 양심의 가책을 느낄지, 읽으면서도 이해 못 하는 속 좋은 멍청이들이 얼마나 울적할지,..."-96쪽

"...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싶어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른단 말이오? 아무한테나 이름을 불러대고 싶을 것 같소? 아니고 말고, 이 양반아. 그 누군가의 이름을 부루고 싶은 욕구가 폐부 깊숙이서 치밀어 오르는 건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라오."-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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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구판절판


"얼룰말이에요."
내가 말했다.
"붓으로 색칠을 한 건가?"
"아뇨, 아니에요. 원래 저렇게 생겼어요."
"비가 오면 어떻게 되지?"
"아무렇지도 않죠."
"줄무늬가 번지지 않아?"
"아뇨."-113쪽

"가장 끔찍한 일은, 이제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지요. 마음속으로 어머니를 그릴 수 있지만 모습은 점점 멀어져요. 잘 보려고 하면 곧 희미해져버려요. 목소리도 마찬가지고. 거리에서 어머니를 다시 만난다면 모든 게 되살아나겠지요.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테지요. 자기 어머니 모습을 기억할 수 없다니 정말 슬픈 일이에요."-118쪽

인체는 물 없이 14일까지 버틸 수 있다. 갈증이 나면 단추를 빨 것.-211쪽

그런 의식이 위로를 주었다. 그건 확실하다. 하지만 힘들었다. 정말이지 힘들었다. 신을 믿는 것은 마음을 여는 것이고, 마음을 풀어놓는 것이고, 깊은 신뢰를 갖는 것이고, 자유로운 사랑의 행위이다. 하지만 때로는 사랑하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때로는 내 마음이 분노와 절망과 약함으로 급속히 가라앉아서, 태평양 바닥에 처박힐 것 같았다. 거기서 다시 올라오지 못할까 두려웠다.-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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