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구판절판


"얼룰말이에요."
내가 말했다.
"붓으로 색칠을 한 건가?"
"아뇨, 아니에요. 원래 저렇게 생겼어요."
"비가 오면 어떻게 되지?"
"아무렇지도 않죠."
"줄무늬가 번지지 않아?"
"아뇨."-113쪽

"가장 끔찍한 일은, 이제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지요. 마음속으로 어머니를 그릴 수 있지만 모습은 점점 멀어져요. 잘 보려고 하면 곧 희미해져버려요. 목소리도 마찬가지고. 거리에서 어머니를 다시 만난다면 모든 게 되살아나겠지요.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테지요. 자기 어머니 모습을 기억할 수 없다니 정말 슬픈 일이에요."-118쪽

인체는 물 없이 14일까지 버틸 수 있다. 갈증이 나면 단추를 빨 것.-211쪽

그런 의식이 위로를 주었다. 그건 확실하다. 하지만 힘들었다. 정말이지 힘들었다. 신을 믿는 것은 마음을 여는 것이고, 마음을 풀어놓는 것이고, 깊은 신뢰를 갖는 것이고, 자유로운 사랑의 행위이다. 하지만 때로는 사랑하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때로는 내 마음이 분노와 절망과 약함으로 급속히 가라앉아서, 태평양 바닥에 처박힐 것 같았다. 거기서 다시 올라오지 못할까 두려웠다.-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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