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되고 싶어요 [알라딘 특가] - [할인행사]
야니크 하스트롭 감독, 오토 브란덴부르그 출연 /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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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에서는 뭔가 휴먼/애니멀 드라마의 냄새를 풍기다가 점점 판타지가 된다. 결말이 나름대로 의외였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약간 지루하긴 했다. 이게 '동물의 왕국'이 아닌 건 확실하지만 동물의 의인화가 좀 심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인물을 예쁘게만 그리는 미국쪽 애니매이션에 눈이 길들어서인지 에스키모 부부의 모습이 그들 종족의 특성을 너무 극대화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쁘지 않게 그려져서 처음에는 좀 적응이 안됐다. 근데 보면 볼수록 정도 들고, 확실히 자연스러운데가 있어서 결국엔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
극지방이 배경이다보니 흰색이 주를 이루어서 이 영화는 몰입하는 데서 얻는 즐거움보다는 눈을 좀 쉬게하고플 때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역시 아이들이 하는 불어는 너무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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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 무삭제판 (2disc) - 할인행사
양윤호 감독, 이성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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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강렬한 영화다. 줄거리나 배우들의 연기나. 다각적으로 변하는 이성재라는 배우의 캐릭터나, 오히려 이성재보다는 폭이 좁게 느껴지지만 어쨌든 악의 화신이라는 진부한 수식어로는 다 표현 못할 최민수의 캐릭터가 영화의 75%쯤 차지하지 않나 싶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구도가 너무도 극명하게 양분되기 때문에 뭐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그러나 지강혁(이성재)이 김안석(최민수)에게 '불쌍한 놈'이라고 말한 것처럼 김안석은 죽도록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인간을 쓰레기와 청소부로 이분하며 자신의 컴플렉스를 그 쓰레기 치우는 일로 해소하는 인간. 예수를 밀고해야만 하는 운명을 지녔던 유다처럼 오로지 평생을 남에게 분노해야만 하는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일까. 게다가 김안석은 영화 끝까지 자신과 화해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 물론 그것을 기대한 바도 아니었지만 - 더 큰 연민이 느껴진다.

1988년에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고, 그해 여름방학 담임 선생님과 우리들은 한학기 동안 쓴 글을 가지고 학급문집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컴퓨터가 널리 보급된 시기가 아니라서, 선생님이 뽑아주신 반 아이들의 글을 일일이 손으로 베끼는 수작업을 해야했다. 그 문집에 담긴 글의 주제는 다양했는데,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올림픽 개최로 인한 노점상 철거에 대하여' 찬반의견을 논하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대외적 이미지와 노점상 철거를 연결시키는 것에 숨겨진 의미를 그당시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초등학생이었던 나로서도 문제의 원인을 애꿎은 데서 찾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어쨌든,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데모 때문에 대학교와 나란히 붙어있던 학교 안에 갇히기가 일쑤였던 당시를 생각해보면, 초등학생들에겐 상당히 급진적인 주제가 아니었나 싶다. 선생님의 이러한 문제의식이 대통령은 곧 전두환, 전두환은 좋은 대통령이라는 등식으로 세뇌된 우리들의 의식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것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선생님께서는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며 때로 진실은 너무 꼭꼭 감춰져서 애써 파헤쳐야만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려고 하셨던게 아닐까 하는 뒤늦은 생각을 해본다. 

민주화가 무엇일까. 영화에서 지강혁의 동생은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한 발짝 더 나아간다면 잘못된 걸 '합리적으로' 잘된 상태로 고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치만 이 민주화에는 함정이 있다. 돈과 권력이면 진실도 살 수 있고, 합리도 조작할 수 있는 거다. 그 어떤 사회의 형태보다 민주주의가 조작될 가능성이 짙은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순이다.
민주화라는 거추장스럽고 왜곡의 혐의가 짙은 단어를 쓰기가 부담스럽다면 사람이 기본적으로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모순이 없다고 느끼며 살 수 있는 사회라고 해두자. 아니, 영화의 막바지에서처럼 햇살 가득한 하늘 한 자락에 달린 마지막 잎새가 언제 떨어질지 느긋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유가 허용되는 곳이라고 하면 너무 낭만적일까. 그러나 이 간단명료하고 대단치 않고, 돈이라곤 한 푼 안드는 설명이 제대로 통용되는 사회는 불행히도 아직 까마득하다. 
그건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는 이 영화가 떠안을 수밖에 없었던 '흥행실패'라는 비극적 운명이 고스란히 증명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영화가 재구성하고 있는 사실에 대한 회피, 더 나쁘게는 무관심. 이 영화의 성공 여부가 민주의식의 척도로 사용될 수는 없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눈뜬 장님처럼 살아왔던 내 자신이 더욱 부끄럽게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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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7-20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장에서 봤어요. 최민수의 악역 역할, 참 최민수아니면 하기 힘든 오버 카리스마였죠^^ 나중엔 웃음밖에 안 나오더군요. 이성재는 좋았어요. 깡마른 몸에 까칠한 얼굴, 현실과는 다르게 포장되었지만 괜찮은 영화로 그저 기억되네요. 88년 전 대학을 졸업한 해였죠. 인질극을 벌이던 장면에서의 쇠창살이 잊히지 않아요. 당시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장면과 거의 흡사했어요..

부엉이 2006-07-20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시 어렸다는 것으로 무관심을 변명해도 될지... 저는 솔직히 이 사건이 잘 기억나지 않아요. 이성재나 최민수는 무서운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딘가에서 배우란 정체성을 가질 수 없다는 말을 읽었는데, 저 사람들 정말 혼란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쏘우 [dts-ES] - [할인행사]
제임스 완 감독, 리 웨널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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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반전의 묘미는 상상과 예감의 허를 찌르는 쇼킹함에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영화의 반전은 한 0.1초 동안 '헉' 소리를 낼 정도로 기막히지만 과도한 비약으로 허탈한 충격을 자아낸다. 오히려 무서운 건 어느 쪽을 택해도 죽을 수 밖에 없는 선택적 상황으로 희생자를 몰아넣는 부조리함이다.
공포영화를 보고 나면 낮동안에는 괜찮다가 밤이 되어야 영화의 잔상들이 스멀스멀 떠오르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한번 공포가 밀려오면 영화 속에서 별로 무섭지 않았던 장면들조차도 너무나 실감나게 느껴진다. 며칠간 나로 하여금 이상한 꿈을 꾸게 만든 장면은 닥터 고든의 딸아이가 어둠을 응시하며 어떤 존재를 감지하는 장면이었다. 다른 잔인한 장면들이 말초를 쭈볏하게 만드는 시각적 공포에 불과하다면, 그 장면은 검은 어둠 속에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촉각적 공포다. 손에 잡힐 듯한 어둠 속에 어린 시절부터 나를 사로잡고 있던 온갖 공포가 어지럽게 튀어나온다. 번득이는 두 눈만이 무언가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채.
가끔 늦은 시각 홀로 깨어있을 때 뒤가 저릿한 느낌이 요즘 들어 특히 잦다. 뭔가 훅 하고 스치는 듯한 기분 나쁜 인기척. 영화로 인해 내가 꾸며낸 착각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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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2disc) - 디지팩 초도한정판
정지우 감독, 김정은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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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랑니(2005)  
감독 :  정지우 각본
출연 :  김정은(조인영), 이태성(이수, 이석)
개봉 :  2005
 
 

그토록 싫어하던 김정은이 예뻐보이는 영화였다(그것만으로도 나는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 그냥 그동안 봐왔던 그녀의 모습은 예쁜척, 즐거운척, 슬픈척, 당황한척 모두 가식적이라고 느꼈는데, 그 이유가 '눈으로 너무 많은 것을 말하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이제까지 그녀가 드라마에서 들려주었던 톡톡 튀는 애드립이 극도로 절제된, 그녀의 입장에서는 대사가 거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다. 그래서 어쩌면 더욱더 눈으로 말해야 했는지 모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허울과 짐을 벗어던진듯 가벼워 보여 좋았다. 

첫사랑과 사랑니. 둘 사이에서 언뜻 떠오르는 공통점은 '아픔'이다. 마음에서 떼어내고, 잇몸에서 빼어내 버리기 전에는 가시지 않는 지독한 아픔. 그 아픔보다 더 무서운 편견과 관습 따위에 굴하지 않고 사랑을 접지 않을 수 있는 용기. 물론 그것이 손에 잡히지 않는 판타지라고 해도 부러웠다, 조금은.

환생한 첫사랑과 세월이 흐른 뒤 재회한 첫사랑. 그리고 그 혼돈스런 첫사랑'들'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그녀를 바라봐주었던 또 다른 사랑. 어쩐지 세상엔 어긋난 사랑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을 것 같다.

조인영이 이석의 자전거를 뺏어타고 달리던 삼청동의 그 좁다란 인도. 그곳은 우연히도 내가 그의 마지막 뒷모습을 보았던 곳이다. 영화속에서 그곳을 다시 보고 나서, 한때는 지워버리고 싶었던 기억들이 고운 추억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 치열한 성장기에는 그냥 우산없이 내리는 비에 흠뻑 젖어 걸어가도 상관없다."

얼마전 화재현장에서 어린 아이들을 구한 여고생들에 대한 기사에서 메모해 둔 것이다. 이수를 사랑했던 여고생 조인영과 이석을 사랑하는 서른 살의 조인영,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동명이인의 여고생 조인영. 이 영화는 시간과 인물과 기억을 중첩시키며 풋풋하고 치열했던 성장기의 사랑으로 되돌아가는 여행을 그려내고 있다. 씩씩하고 무모하고 거침없이 뛰어드는 사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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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5-24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진 않았지만 포스터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보고 싶어지네요. 고운 추억으로 자리잡아가는 지워버리고 싶었던 기억들.. 그쯤 되면 세월이 약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지요..

부엉이 2006-05-25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으며 좋은 점 중에 하나는 나빴던 것들을 좋은 것으로 바꾸고 밀쳐내고 싶었던 것들을 다 껴안을 수 있다는 것 같아요..
 
기나긴 이별 - 스펙트럼/MGM 가격 인하
로버트 알트만 감독, 엘리엇 굴드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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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기나긴 이별(The Long Good-bye, 1973, 미국)
감독 : 로버트 알트만 Robert Altman
각본 : 레이 브래킷 Leigh Brackett
원작 : 레이먼드 챈들러 Raymond Chandler
배우 : 엘리엇 굴드 Elliott Gould, 니나 반 팰랜트, Nina Van Pallandt

 



레이먼드 챈들러의 추리소설을 로버트 알트만 감독이 1973년 영화로 만들었다. 원래 하드보일드 계열의 추리소설은 별로였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재즈의 선율이 만들어내는 우울하고도 고독한 도시의 분위기가 취향까지 바꾸어놓을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필립 말로는 코넌 도일의 홈즈처럼 챈들러의 분신이다. 아직 책을 안 읽어봐서 챈들러의 말로가 어떤 분위기인지는 모르지만, 알트만의 말로(엘리어트 굴드, 1938-)는 저음의 목소리와 늘 입에 물고 다니는 담배, 고집스런 넥타이와 정장이 사설탐정이라는 특수한 분위기의 직업을 잘 녹여낸 듯 하다. 오션스 일레븐과 트웰브에서 풍채 좋은 러벤 티쉬코프 역을 했던 그가 바로 그 엘리어트 굴드인가 싶을 정도로 고독한 도시인의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글루미 선데이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자살 충동이 여러 형식으로 변주되는 '더 롱 굿바이'의 선율에서는 불쑥불쑥 고개를 들 만큼 강렬한 영화였다. 챈들러는 이 소설을 마지막 작품으로 남기고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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