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우 [dts-ES] - [할인행사]
제임스 완 감독, 리 웨널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영화에서 반전의 묘미는 상상과 예감의 허를 찌르는 쇼킹함에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영화의 반전은 한 0.1초 동안 '헉' 소리를 낼 정도로 기막히지만 과도한 비약으로 허탈한 충격을 자아낸다. 오히려 무서운 건 어느 쪽을 택해도 죽을 수 밖에 없는 선택적 상황으로 희생자를 몰아넣는 부조리함이다.
공포영화를 보고 나면 낮동안에는 괜찮다가 밤이 되어야 영화의 잔상들이 스멀스멀 떠오르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한번 공포가 밀려오면 영화 속에서 별로 무섭지 않았던 장면들조차도 너무나 실감나게 느껴진다. 며칠간 나로 하여금 이상한 꿈을 꾸게 만든 장면은 닥터 고든의 딸아이가 어둠을 응시하며 어떤 존재를 감지하는 장면이었다. 다른 잔인한 장면들이 말초를 쭈볏하게 만드는 시각적 공포에 불과하다면, 그 장면은 검은 어둠 속에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촉각적 공포다. 손에 잡힐 듯한 어둠 속에 어린 시절부터 나를 사로잡고 있던 온갖 공포가 어지럽게 튀어나온다. 번득이는 두 눈만이 무언가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채.
가끔 늦은 시각 홀로 깨어있을 때 뒤가 저릿한 느낌이 요즘 들어 특히 잦다. 뭔가 훅 하고 스치는 듯한 기분 나쁜 인기척. 영화로 인해 내가 꾸며낸 착각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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