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2disc) - 디지팩 초도한정판
정지우 감독, 김정은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제목 :  사랑니(2005)  
감독 :  정지우 각본
출연 :  김정은(조인영), 이태성(이수, 이석)
개봉 :  2005
 
 

그토록 싫어하던 김정은이 예뻐보이는 영화였다(그것만으로도 나는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 그냥 그동안 봐왔던 그녀의 모습은 예쁜척, 즐거운척, 슬픈척, 당황한척 모두 가식적이라고 느꼈는데, 그 이유가 '눈으로 너무 많은 것을 말하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이제까지 그녀가 드라마에서 들려주었던 톡톡 튀는 애드립이 극도로 절제된, 그녀의 입장에서는 대사가 거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다. 그래서 어쩌면 더욱더 눈으로 말해야 했는지 모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허울과 짐을 벗어던진듯 가벼워 보여 좋았다. 

첫사랑과 사랑니. 둘 사이에서 언뜻 떠오르는 공통점은 '아픔'이다. 마음에서 떼어내고, 잇몸에서 빼어내 버리기 전에는 가시지 않는 지독한 아픔. 그 아픔보다 더 무서운 편견과 관습 따위에 굴하지 않고 사랑을 접지 않을 수 있는 용기. 물론 그것이 손에 잡히지 않는 판타지라고 해도 부러웠다, 조금은.

환생한 첫사랑과 세월이 흐른 뒤 재회한 첫사랑. 그리고 그 혼돈스런 첫사랑'들'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그녀를 바라봐주었던 또 다른 사랑. 어쩐지 세상엔 어긋난 사랑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을 것 같다.

조인영이 이석의 자전거를 뺏어타고 달리던 삼청동의 그 좁다란 인도. 그곳은 우연히도 내가 그의 마지막 뒷모습을 보았던 곳이다. 영화속에서 그곳을 다시 보고 나서, 한때는 지워버리고 싶었던 기억들이 고운 추억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 치열한 성장기에는 그냥 우산없이 내리는 비에 흠뻑 젖어 걸어가도 상관없다."

얼마전 화재현장에서 어린 아이들을 구한 여고생들에 대한 기사에서 메모해 둔 것이다. 이수를 사랑했던 여고생 조인영과 이석을 사랑하는 서른 살의 조인영,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동명이인의 여고생 조인영. 이 영화는 시간과 인물과 기억을 중첩시키며 풋풋하고 치열했던 성장기의 사랑으로 되돌아가는 여행을 그려내고 있다. 씩씩하고 무모하고 거침없이 뛰어드는 사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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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5-24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진 않았지만 포스터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보고 싶어지네요. 고운 추억으로 자리잡아가는 지워버리고 싶었던 기억들.. 그쯤 되면 세월이 약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지요..

부엉이 2006-05-25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으며 좋은 점 중에 하나는 나빴던 것들을 좋은 것으로 바꾸고 밀쳐내고 싶었던 것들을 다 껴안을 수 있다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