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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탐정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평점 : 
셜록 홈스 다음으로 좋아하는 탐정이 생겨버렸다. 작가 하라 료의 히로인 사와자키다. 그렇다고 사와자키가 잘생기거나 젊거나 특별히 멋지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저 마흔한 살의 평범한 탐정이다. 날카롭거나 낭만적인 남자도 아니다. 도시의 뒷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같다. 살인범만을 잡는 탐정도 아닌 경비 일도 해주는 그저그런 탐정인데, 어느새 그의 매력에 빠져버린듯 하다. 아마 평범하면서도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때문일까. 따스한 시선 말이다. 날카롭고 명쾌한 셜록 홈스식 추리보다는 평범하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마음에 들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탐정이 경찰 출신이지 않을까 하는데, 그는 경찰 출신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가 경찰 출신의 탐정을 도와 사건을 해결했다가 결국 탐정이 되었다. 자신의 이름도 아닌 옛 동료 와타나베 탐정사무소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사와자키는 한 십대 소년의 의뢰를 받으며 단편집의 첫 장을 연다. '니시다 사치코'라는 여성을 지켜달라는 「소년이 본 남자」에서부터 총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집에 들어있는 단편들은 모두 십대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소년소녀들은 모두 저마다 고민들을 안고 있다. 엄마를 살리고 싶은 소년, 아빠를 미행하는 소녀, 친아버지에게 거금의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을 하는 소년, 가출청소년들을 보듬어 아는 남자등 소년소녀들의 고민을 들어보며 그들의 시선으로 어른들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수도 있는 단편들이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라고 하는데,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아이들만을 탓할 수도 없다.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 변해야 되지 않을까.
소설속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단편은 「자식을 잃은 남자」다. 차도 한복판으로 흰 장미 한 송이를 던지는 남자로 오래전에 사귀었던 여자의 편지를 가지고 있다는 남자로 부터 협박을 받았다. 그 남자는 협박범에게 돈을 가져가는데 탐정 사와자키에게 같이 가자는 의뢰를 한 남자였다. 그는 한국인 남자였다. 정부의 요구에 의해 정치계 한 인사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는 일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가 보고했던 한 정치인의 누구인가는 누가 봐도 금새 알수 있는 사람이었다. 옮긴이의 말에서처럼 하라 료는 외국의 정치인의 이야기를 함에도 자연스럽고도 담담하게 이야기를 했다. 깊에 관심두지 않으면 누군지도 모를 인물처럼.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나름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다. 한 소녀가 뛰어내렸던 일을 가지고 다르게 해석하는, 혹은 자신들이 의심받지 않기 위해 다른 알리바이를 설정했던 사건도 흥미로웠고, 자신의 손자를 찾는, 그러나 그 손자가 수많은 악행으로 교도소에 있어 그의 건강을 염려해 밝히지 않았던 일과 그로 인해 한 몫 잡으려는 사람들까지.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에서도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소설속의 일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있음직한 일이지 않겠는가.
여러 사건들을 사와자키식으로 해결하는데, 그가 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그가 미행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고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도 마음에 든다. 어디 그 뿐일까. 무심하게 대하는 듯 하면서도 사건의 정황을 꿰고 있는 그의 비상한 추리도 마음에 든다. 그의 전작들을 읽어보고 싶었다. 내가 읽은 책이라고는 고작 『안녕, 긴 잠이여』 밖에 없는것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