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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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즉 간서치라 부르는 이덕무의 문장을 읽는다는 것에 책이 도착하기 전부터 설렜다. 50년을 사는 동안 이만오천 권의 책을 읽는 그는 그야말로 책만 보는 바보였다. 그를 빼놓고 책에 대해 논할 이가 없다. 그가 쓴 작품들을 전부터 읽고 싶었고,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읽고 싶었다.

 

이 책은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에서 아름다운 문장들을 추려 이덕무 전문가라고도 할 수 있는 한정주가 간단한 해석과 자신의 생각들을 담았다. 책의 겉표지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가장 빛나는 것들은 언제나 일상 속에 있다'라는 말을 새겨듣게 된다. 일상속의 일들을 드러낸 글이었다. 풀 한 포기, 하늘에 떠가는 구름, 벌레소리등. 우리 주변의 사물들을 깊게 바라보는 그의 통찰을 엿볼 수 있었다.

 

어디 사물들 뿐일까. 어린 아우가 하는 말을 예로들며 어린아이만이 가지는 예쁜 표현들을 말한다.

예전에 한 어린아이는 별을 보고 달 가루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말은 예쁘고 참신하다. 때 묻은 세속의 기운을 훌쩍 벗어났다. 속되고 썩은 무리가 감히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198페이지) 우리도 어린아이들이 하는 표현에서 무릎을 치지 않는가. 이덕무 또한 어린아이에게서 천성과 지혜를 엿보았다.

 

나는 일찍이 배가 부르게 음식을 먹는 것은 사람의 정신을 혼란하게 해 독서에 크게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17페이지) 한정주가 말하기를 조선 최고의 박물학자라고 했다. 이덕무의 독서와 지적편력이 얼마나 거대하고 방대했는지 아직도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고 하면서 말이다.

 

 

 

 

만약 한 사람의 지기를 얻는다면 나는 마땅히 십 년 동안 뽕나무를 심을 것이고, 일 년 동안 누에를 길러 손수 다섯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할 것이다. 열흘에 한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한다면 오십 일 만에 다섯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할 수 있을 것이다. ((251페이지)

 

온몸으로 밀고 나가 글을 쓴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것은 '나 자신'을 쓴다는 것이고, '나의 삶'을 쓴다는 것이다. '나'의 온몸 구석구석에 꿈틀대고 있거나 가득 고여 있어서 내뱉거나 토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말과 글을 쓴다는 것이다. "문장이란 골수에 스며들어야 좋다"는 이덕무의 말 또한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300페이지)

 

책을 읽는 사람은 정신을 즐겁게 하는 것이 최상이다. 그다음은 습득해 활용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넓고 깊게 아는 것이다. (320페이지)

 

박학다식한 학자답게 독서에 대한 생각들이 유달리 많아 책을 읽는 자만이 가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날마다 일과로 책을 읽으면서 네 가지 유익한 점을 들었다. 굶주림을 잊고, 추위를 잊고, 근심과 걱정등 잡념이 사라지며, 기침병을 앓고 있을 때도 기운이 통해 기침 소리가 갑자기 그치게 된다고 했다. 

 

지금은 소리내어 읽지 않지만, 선조들은 소리내어 글을 읽었다. 글을 읽는 소리에 반해 어여쁜 처자는 남몰래 사랑에 빠지고, 선비가 공부를 하는지 알 수 있었다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자주 나오는 스토리다. 소리내어 읽다보면 내용이 더 깊게 들어올까. 소리내어 읽는 것이 필사와 비슷하지 않을까도 싶다. 우리가 학교다닐적에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리듬을 타 외운 공식들이 지금도 기억나는 것을 보면 그럴만도 하다 싶다. 

 

이덕무의 소품문은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솔직한 표현과 소소한 행복들을 담은 책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행복도 달라지는 것 같다. 이덕무처럼 많은 책을 읽다보면 우리도 이처럼 아름다운 글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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