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의 시민들 슬로북 Slow Book 1
백민석 글.사진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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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의 풍경은 아름답다. 비록 사진으로 만나는 풍경이지만, 그곳의 풍경을 전하는 말을 읽다보면 저절로 상상의 나래를 편다. 뜨거운 태양 아래, 그 자리에 서 있는 오래된 건축물들,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어리거나 젊거나 늙은 사람들. 여행자들의 발길로 붐비는 곳이 될 수도 있고, 여행자들이 적어 한산한 거리의 풍경을 만날 수도 있는 곳. 직접 가보지 못하지만 사진 속에서, 작가가 뿜어내는 글 속에서 그곳의 풍경을 그린다.

 

새빨간 표지의, 어쩐지 강렬한 붉은 태양 같기만한 눈부신 표지 속에서 우리는 아바나라는 도시의 강렬함을 느낀다. 백민석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에 그만 눈을 감을 뿐이다. 백인이거나 갈색의 피부를 가졌거나 아예 검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의 풍경이 보인다. 젊은이들으 젊은이들 대로 젊음을 발산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순수하고도 부끄러워하는 미소를 짓는다. 늙은 노인들은 그 자리에 붙박이처럼 있으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민다.

 

잠시의 스쳐지나감이 아닌 한동안 머물고 있었던 작가는 아바나의 이곳 저곳을 떠돌았다. 배낭을 메고 카메라를 들고서 거리를 걸었다. 거리의 풍경들을, 거리의 풍경이 된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곳 아바나는 이미 추억의 풍경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비가 오는 날, 사진을 찍고서 카메라를 가방에 넣었다. 가방의 지퍼를 채 닫지 못하고 비오는 거리를 우산을 쓰고 걸었다. 배낭 속 카메라는 우산에서 내리는 빗물로 젖어갔고, 고장이 나 버렸다. 아바나는 카메라를 제대로 구할 수 없는 곳이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녀봐도 구할 수 없어 결국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나머지 풍경들은 머릿속에, 가슴 속에 깊이 새겼다. 물론 저렴한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긴 했다. 사진을 찍어야 하므로.

 

사진으로 채 보이지 않는 풍경은 머릿속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저장된다. 시간이 가면 흐릿해지는 기억일 수도 있지만, 한동안 선명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 빗 속을 우산이 있다며 힘차게 걸었던 작가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카메라가 젖어가는지도 모른 채, 우산을 들고 힘차게 걸었을 작가의 당당함을. 곧 비에 젖은 카메라를 발견할 테지만, 이것 또한 여행의 한 풍경이 아닐까 싶다.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무언가를 새롭게 찾게 되는 것들. 

 

 

아바나에서는 아주 오래된 원색의 월드카 행렬이다. 빨간 색 혹은 파란색의 클래식 카가 아직도 거리를 달리고 있다. 피델 카스트로에 의해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했고,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를 혁명으로 이끌었던 체 게바라의 나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물라토라 불리는 백인과 흑인의 혼혈족이 국민의 반을 차지하는 곳이다. 백인이 가장 많고 좀더 희거나 좀더 갈색이거나 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그곳의 풍경을 작가는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영화속에서나 보았던 사람들의 에너지가 넘치는 곳, 뜨거운 열정과 수줍은 표정을 간직한 아바나의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아바나의 진정한 볼거리는 자연경관이나 유적보다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아바나의 현재를 구성하는, 과거를 짊어지고 미래를 향해가는 시민들인데.  (136페이지)

 

작가는 '당신'이라는 표현으로 아바나의 풍경들을 전한다. 그의 말처럼 자연 경관이나 유적들을 나타내는 사진보다는 아바나 시민들의 모습들이 있는 사진들이다. 제복을 입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람들, 교복을 입은 모습으로 수줍은 표정으로 포착된 학생들. 그리고 인생의 한 부분을 열정적으로 보내는 젊은이들의 즐거워 보이는 표정들. 그들의 자유로움과 생동감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작가는 그런 아바나의 사람들을 담았다.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 풍경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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